파란만장한 우리의 현대사 속에서 살아온 경북 선산군 도개면 월림동 39번지에 살고 있는 강원식씨의 생애를 통해 변화무쌍한 우리의 정사(正史)가 연약한 강원석씨에게 얼마만큼의 비극을 안겨다 주었으며 강원석씨는 그 비극을 어떻게 감수 고투하였는가를 생생히 들려주어 다시는 이 땅에 이런 비극이 없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강원석씨의 생애를 소개한다.
강원석씨는 1940년대 초 그러니까 태평양전쟁이 막바지에 이르자 일본은 한반도의 청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징용으로 몰아갈 때 숫자 확보에 희생이 된 18세 흥안 소년으로서 구주 나가사끼 탄광의 광부가 되어 갖은 중노동과 배 고픔에 탈출을 기도하다 실패하지만 끝내 극적 탈출에 성공하여 당시 나가사끼현에 살고 있던 큰형을 상봉하게 된다.
그러나 날마다 계속되는 공습에 전전긍긍하며 고국에로의 탈출을 시도하지만 당시 일본 사정으로 보아 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때문에 강원석씨는 전범국이 받아야 했던 원자탄 세례까지 받으면서도 요행히 죽음을 모면했다.
비로소 일본의 국운이 풍전등화가 되었고 급기야는 패망하고 말자 강원석씨는 8월 중순 나가사끼에서 부산까지 망망대해를 통통선으로 탈출하여 구사일생으로 3일 만에 해방을 맞은 조국 땅을 밟는다.
같은 인류이면서 패전에 울부짖는 일본 국민과 해방된 한국인들의 희열을 보면서 강원석씨는 생의 무상을 맞았다.
다정다감했던 강원석씨는 해방된 조국 땅에서 중등 과정을 속성으로 수료하고 국방 경비대에 입대하여 국군 창설 멤버가 된다.
만기로 제대한 씨는 못다 배운 공부를 하려고 모 법과에 적을 두고 면학에 전력한다.
그러나 참혹한 민족사 6ㆍ25는 씨를 그냥 지나쳐 버리지 않았다. 국방군에 지원하여 근무했다는 이유로 괴뢰군들은 갖은 협박과 굴욕과 고문으로 씨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밀어넣었다. 그러나 구사일생으로 씨는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기어나와 목숨을 건진다.
하지만 씨는 쌓이고 쌓인 스트레스로 병을 얻고 만다. 그러나 씨의 고향은 주사 한 대 맞을 수 없는 무의촌이어서 손수 약과 주사기를 구해 자신의 손으로 혈관에 주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씨는 살아야 했고 살기 위해서는 손수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혈관을 뚫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별 효험을 보지 못한 씨는 갖은 약을 다 구해 먹었지만 역시 효험이 없었다.
건강 회복을 위해 금욕으로 일관하던 씨는 때때로 본능의 욕구와 싸움을 해야 했고 무서운 고독과 싸워야 했다.
그런 와중에서 씨는 일본에 가 살고 있던 맏형의 죽음을 지켜보았으며 둘째 형의 요절을 손수 감당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건강 회복을 위해 게으르지 않았다.
씨는 십여 년 만에 병마와의 고투에서 간신히 헤어났다.
그러나 씨의 어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한 달 만에 반신불수가 되었고 씨는 노모의 대소변을 받아내야만 했다.
반신불수인 노모는 칠년만에 세상을 떠났고 때문에 강원석씨는 다시 병이 재발했다.
약도 주사도 씨의 병을 고칠 순 없었다.
단지 복식호흡을 통한 자신의 피나는 노력만이 자신의 건강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것이 현대 의학의 결론이었다.
피압박 민족이었기 때문에 동족상잔의 전쟁 때문에 얻어진 씨의 병마는 오늘도 쉼 없이 고투하는 무서운 집념 탓으로 하루 이틀 점차 건강이 회복돼 간다. 씨의 나이 오십.
그야말로 노총각이다.
그러나 씨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이 오늘도 건강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단 하루를 살아도 사람답게 살아야겠다는 확실한 신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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