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 따라서 장면에 따라서「따를 것이」다르겠지만 분명히 따를 것이 없고서는 교육하기 어렵습니다. 교사는 생도로 하여금 무엇인가 닮게 할 거리(財)가 있지 않으면 안 됩니다. 가정에서 부모님이 자녀 교육상 대단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흔히 말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 가정교육의 핵심은 아이들이 어른을「닮아가는 데」있는 것입니다. 바람직하지 못한 어버이 자신의 습관이나 행동을 아이가 닮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겠지만 아이들은 어른의 마음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고 마음 밖의 육체로 살고 있기 때문에 밖에 나타난 것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교사는 이런 점에 유의하여「따를 바」「닮을 거리」환언하면「줄 것」을 많이 장만해 있지 않으면 안 됩니다.
교사로서 성공한 사람이나 부모로서 성공한 자는 다 생도나 아이에게「줄 거리」가 많은 사람이며 그것을 남김 없이 다 줄 수 있는 사람인 것입니다. 교사의 줄 거리야 아무래도 자식이 그 첫째가 되겠습니다. 교사로서 지식이 없다면 줄 거리는 다른 것이 있어야 하겠는데 지식을 제외한 다른 것은 교사 이외의 사람들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교사에게 행동이 중시되지만 교사의 행동은 유별나게 지성적인 행동일 것을 기대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교사가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그 직업적 특성을 잘 지적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교사는 지식만 있으면 된다는 말인가?
지식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고 지식을 주겠다는 정열이 행동과 더불어 피교육자 생도에게 현실적으로 작용해야 되는 것입니다. 지식만 있어 가지고는 지식의 상인은 될 수 있어도 교사가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옛날에는 지식만을 가진 교사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른바 소피스트(궤변학자)라는 자들이 그런 사람이었고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옛날 글방의 훈장들 가운데는 그런 사람이 간혹 있었던 것을 보게 됩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지식이 없어도 교사라고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지식 없이 가르치는 수도 있고 또 그런 사람을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그런 사람은 기술자거나 기능인이거나 조작자는 될 수 있어도 여기서 말하는 진정한 의미의 교사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교사는 지식과 행동이 함께 해야 된다는 뜻이로군?
그렇습니다. 지식이 행동으로 나타나 행동에 지식이 동화되어 있을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범과 모방에 입각한 교사의 조건에 부가하여 또 하나 중요한 교사의 특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그것은 무엇인가? 애정이란 것입니다. 사랑이란 것이지요.
교사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이 대화의 주제이지만 아직도 여기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한 적이 없습니다. 아직도 그 이야기를 할 차례는 아닙니다. 다만 여기서 이야기 해둘 것은 교사의 특성으로서 사랑은 행동에서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생도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끝없는 관용과 희생이 따르는 것입니다.
세상에 있는 많은 인간관계도 신뢰가 있어야 하겠지만 사제간의 신뢰만큼 두텁지 못하고, 세상의 많은 인간관계에서 관용이 필요하지만 가장 많이 그리스도를 닮은 관용이 교육에 있어서의 관용이며, 세상의 많은 일에 희생이 요청되지만 교사만큼 자발적인 희생이 나타나는 것도 흔치 못합니다. 그러기에 교육을 성직(聖職)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교사는 누가 되는가? 앞에서 교육의 의미를 보다 넓게 해석하여 학교 밖에서 행해지는 교육까지 포함시켜 말했는데 그렇게 해석하면 교사는 비단 학교 교사만이 교육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 형제까지 교사이고 동료 사회인이 다 교사가 되는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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