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주먹뿐인 여자로서 아버지 없는 육남매를 길러낸 장한 엄마 장한분 여사의 실화다.
여사는 대동아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1945년 초 정신대 징발을 모면키 위해 전실 여식이 둘이나 있는 칠대 독자인 남편과 결혼을 했다.
그러나 그 남편은 육남매의 어린 자녀들을 남긴 채 고혈압으로 쓰러져 유명을 달리했다.
이때부터 여사의 파란만장한 직업 전선은 펼쳐진다.
특히 여사에겐 문제의 딸이 하나 있었다.
네 번째 여식이 문제였다. 세 살 적부터 발병한 간질병은 정신박약아가 되어 급기야 야수와 같은 문제아(폭력아)로 변해갔다.
가난과 문제아와의 투쟁! 여사는 이중고와 싸워야 했다.
어린 막내둥이 젖먹이를 업고 성냥 장사와 고구마 장사를 해야 했으며 문제아인 딸의 손목을 끌고 다니며 아이들과 함께 껌 장사 암표 장사를 해야 했다.
그러나 성냥 장사 껌 장사도 일곱 식구의 호구지책은 되지 못했다.
특히나 여사의 감시권을 벗어난 문제아는 닥치는 대로 부수었고 아무거나 훔쳐 먹었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문제아는 이웃 아이들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급기야는 그 동네에서 축출되어 외진 산동네로 이사를 해야만 했다.
그러나 가난과 문제아 때문에 이중고와 싸워야 하는 여사로서 외진 산동네로 이사를 했다고 해서 근본문제가 해결될 리는 없었다. 여사는 문제아를 큰애들에게 맡겨 놓고 온 몸으로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술과 간단한 안주를 장만해 이고 공원을 찾아다니며 간이식이자 이동식인 술장사를 했다.
그러나 치안 질서에 불호령을 당한 여사는 술장사를 걷어 치우고 대폿집 식모로 일자리를 구했으나 일곱 식구의 생계를 이어갈 순 없었다.
죽기를 다해 살아보려 했으나 가진 것 없고 기술 없고 짐 무거운 여사로서는 도저히 더 이상 살 수가 없어 온 가족 자살이란 엄청난 모험까지도 결심하고 사약인 쥐약을 사 자살을 시도했으나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결심에서 자살을 포기하고 죽기를 다해 살기로 결심하고 외진 산동네에서 빈 주먹으로 산을 깎아 무허가 판잣집을 건립했다.
그러나 기초가 불편했던 여사의 판잣집은 폭우에 휩쓸렸고 그 피해는 이웃에까지 미치게 되어 엎친 데 덮친 격이 되었다.
그러나 여사는 조금도 굴하지 않고 물심양면으로 손해를 변상하는 데 완전히 한 해를 보냈다.
그러면서도 여사는 딸의 간질병 치료를 위해서 백방으로 열심히 뛰었다.
그러나 간질병에다 정신까지 박약아인 여식의 병은 조금도 차도가 없었을 뿐 무허가 판잣집마저 날리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사는 육남매의 장래를 위해 혼신의 힘을 경주하였고 문제아에 대한 집념을 늦추지 않았다.
철부지한 육남매의 생계를 위해 대폿집 대리 마담으로 일자리를 바꾸어 갔다.
대리 마담이란 을씨년스런 직책이었지만 여사는 내 일처럼 일을 했다.
그 길만이 자신 또한 사는 길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여사의 미모와 수완에 현혹된 주인이 유혹의 손을 뻗힌 거다.
여사는 도저히 더 이상 그 자리를 지킬 수 없었다.
오랜만에 생활의 안정을 얻는가 했지만 그건 순간이었다.
여사는 황금 같은 대리 마담 자리를 박차고 나와 텔레비젼 엑스트라 노릇도 했고, 더덕 장수도 했다.
심지어는 일수놀이 하는 친구의 수금 보조원 노릇도 했다.
아무튼 육남매를 위해선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였으나 단지 부끄러운 과거만은 남겨선 안 되었기에 팔자를 고친다거나 남자들의 유혹엔 절대 타협하지 않았다.
이것이 여사를 지키는 유일한 신조였고 자랑이었다.
때문에 여사의 행로엔 많은 사람들이 의혹의 눈으로 보았다.
하지만 여사는 남의 관심에 조금도 개의치 않고 대폿집까지 차렸다.
비록 두 칸짜리 대폿집이지만 여사로선 자랑스런 생활 터전이었다.
그러나 여사에겐 풀리지 않는 덩어리인 문제아의 완치였다.
여사는 적십자사 총재에게 진정을 하기에 이르렀고 적십자가 주선으로 영락교회와 손이 닿아 좋은 약과 기도로 딸의 문제도 해결되었다.
참고 견뎌온 보람의 꽃들이 오늘도 쉼없이 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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