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의 천주는 결코 우리가 말하는 인격적인 신은 아니다. 최제우는 벌써 천주를「吾心卽汝心」「天心卽人心」으로 설명함으로써 후에 손병희에 이르러 천도교의 종지가 될「人乃天」(사람이 곧 한울님이라)의 사상을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범신론적 입장에서 비인격신을 가리키는 것이 분명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구 그것은 유일신이요 인간에게 내재하는 신으로 해석할 수 있을 듯하다. 환언하면 범신론적이지만 유일신의 입장을 취하였고 그것은 초월한 인격신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내재하는 신이란 것이다.「待天主」란 말이 단적으로 그것을 드러내고 있는데 한마디로「한울님」을 우리가 마음 속에 모시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유학과 서학을 말할 때 敬天의 자세가 판이함을 보았다. 우리처럼 천주를 따로 공경하는 것이 아니며 인륜을 따르는 것이 곧 敬天의 길이라고 하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동학에서도 천주 존경은 대천주로서 소위『無爲而化』로 즉 화기가 자연에서 나와서 한울과 사람이 둘이 아니라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동학은 서학을 도리어 하늘과 사람을 멀리하게 하여 모순을 범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것이다. 유교가 인륜 중심이지만 그래도 尙古主義를 내세운 데 반하여 동학은 철저히 현실주의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동학이 주장하는 소위 후천개벽사상은 그리스도교의 구세론을 현실화시킨 지상천국을 말하는 것이다. 불교나 천주교의 내세적인 천당 지옥에 대하여 현실고를 극복하려는 동학은 아주 물질적이고 현실적인 것이다.
北京 함락의 소식은 1860년 말 한국에도 처음으로 전해져 조정과 백성에게 말할 수 없는 공포와 놀라믈 가져왔고 大官들까지도 천주교인에게서 고상과 서적을 구하려고 애쓰는 등 천주교의 보호를 의뢰하여 마지않았다. 이때 한국의 선교사들은 드디어 선교의 날이 온다고 큰 희망에 차 있었다. 그러나 미구에 北京 함락으로 일어난 공포가 사라지자 실지로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아니 변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양이사상을 일층 자극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을 뿐이었다.
특히 이 양요는 최제우에게 서구인의 침략과 서학의 발전에 대한 반발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다.
서양침략의 위험과 공포에 언급하여 제우는 말하기를『서양 사람들이 도와 덕을 잘 체득하여 그들이 조화를 부릴 때에는 무슨 일이건 못하는 것이 없고 그들이 공격하여 싸우는 무기 앞에서는 맞설 사람이 없다고 한다. 이래서 중국이 망해 없어진다면 우리나라도 이어 같은 화를 입을 것이 걱정스럽다고들 말한다. 이러한 말이 떠도는 까닭은 다름이 아니라 이 사람들이 그 도를 서도라 하고 그 학을 천주학이라 하고 그 교을 성교라 하니 아마 그들이 천주를 알고 천명을 받은 것이 아닌가 의심하기 때문일 뿐이다』
과연 제우도 서학의 위력을 경탄하고 의심하고 있었다. 제우는 무엇보다도 여기서 서학과 서양의 과학 기술을 혼동하고 있다. 이러한 혼동은 이전 유학자들에게도 있었고 심지어 천주교인들 사이에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혼동은 다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무지에만은 돌릴 수 없었으니 이 무렵 서양국은 때로 식민지정책과 포교정책을 혼동하여서 때로는 포교가 식민지정책에 이용되는 수도 있었고 그래서 선교사 뒤에는 군함이 있다는 말조차 나돌았던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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