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신학의 이해와 실천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 작금에 교황청 국제사목연합회 의장이며 영성신학계의 세계적 귄위자인 후안 에스콰르다 몬시뇰이 내한,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부산교구 교육원에서 사제들을 대상으로 영성신학 강좌를 가졌다.
이번 강연회는 사제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사제와 영성생활」과의 관계를 다각적으로 파헤쳐 그 진로를 제시했다. 까르멜회 박병해 신부의 강연 초는 에스콰트다 몬시뇰의 영성신학을 쉽게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편집자)
사제의 영성을 요약해서 신학적인 관점과 실천적인 면을 다루어 보고자 하는데 그 첫째는 변천하는 금일의 사회에 있어서의 사제상이다. 공의회 이후 무엇을 참된 갱신이라고 하는 것인가를 말해야 할 것이다.
사도들이 백성들에게 말할 때 저들은 자기 자신을 소개하지 않고 다른 이,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들이라고 말했다. 성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한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사제는 그리스도의 표(Signum)이다.
금일의 사회상을 보면 물질문명의 발달과 최고도의 과학적인 눈부신 발전으로 날로 변천해가는데 우리들 사제들도 이러한 시대의 착한 목자상을 똑똑히 구현시켜야 할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잘 보면 누구나 무엇을 찾고 있다. 그 중에 사제에 대해 사제는 무엇하는 사람인지, 누구인지 분간하려 하고 찾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질문에 요한 세자가 한 대답으로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당신은 누구요? 왜 세례를 주는 거요? 무엇 때문에 가르치는거요?』하는 그 당시 사람들의 질문에 요한은『너희들 가운데 너희들이 알아야 할 분을 아느냐? 너희들 중에 너희가 모르는 분이 계시는데 나는 그분을 알리는 소리요 그분 때문에 세례를 준다』고 하시고『나는 광야의 소리』라고 말했다. 그런데 오늘 우리의 세대에는 같은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들 가운데 계시는 분을 여러분들이 모르는데 그분을 알리는 소리가 사제들의 존재이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여러분과 함께 계시는데 여러분들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자가 사제들이다. (요한 1장 19 사도 2장 32절 참조)
제2차「바티깐」공의회의 문헌을 보면 사제들에 대한 교령에 사제들은 그리스도의 표라고 가르친다. 사제들의 형제적 우애와 영성생활과 상호협조를 통해서 그리스도를 보여주는 증인들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사제들이 피정을 하고 내가 한국에 오고 한 이유도 서로 돕고 형제적 사랑을 유대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사제로서 이와 같은 책임을 지고 자기의 교구 내에서 주교를 중심으로 자기 임무를 다해야 한다고 교황 바오로 6세는 말씀하셨다. 사제들이 서로 알고 돕고 형제적 우애를 가짐이란「교회헌장」28호「주교들에 대한 교령」28호「사제들에 대한 교령」8호에 각각 잘 설명되어 있는 바이다.
지금 우리 세대에 있어서 예수의 인격과 사제들의 관계에 들어가서 현실적으로 그리스도께서 인류 역사의 책임을 지시고 인류 역사를 성부께로 이끄신다는 것을 증거하는 이들이 되어야 하며 인간의 모든 문제들을 하느님의 아들로서, 중재자로서 주동적 역할을 하시어 인류를 하느님께 이끄시는 그리스도의 표가 되어야 한다. 이것은 희생 십자가상 제사를 통해서 착한 목자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사제직은 그래서 구약의 사제직과 다르며 모든 종교의 그 허다한 사제직과 아주 다르다. 그 이유는 그리스도의 사제직이 십자가의 길을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는 교회의 머리시요, 신자들은 그 몸인데 전 교회가 이 희생에 참여하는 것이 있고 사제들이 참여하는 것이 있다. 세례를 통해서와 견진성사를 통해서와 신품성사를 통해서 참여하는 정도가 다른 것이다. 사제는 신품성사를 통해서 예수님의 현실에 그대로 참여하는 것이다.
제2차「바티깐」공의회의「교회헌장」은 이 참여 양식과 정도를 잘 설명하고 있다. 교히는 성서(聖事)요, 하느님의 공현이다. 이렇게 제1장은 살아있는 도구, 은총과 하느님과의 친교의 도구로서 교회를 정의하고 제2장은 보충적인 것이다. 교회를 하느님의 백성으로, 하느님의 소유지로 또는 표라고 말한다. 교황 요한23세는 제2차「바티깐」공의회가 세상 만백성들 앞에 하느님의 표라고 말씀하셨다. 하느님의 표란 부활하신 예수님의 현존을 말하다.
그런데 모든 그리스도 신자들은 이 현실 앞에 엄밀한 의미에서 사제들로써 평신자로써, 수도자로써 구성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제2ㆍ3ㆍ4ㆍ6장에 각각 이런 신분문제를 다루고 모든 이가 일꾼이요 교회 안에 일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제3장에는 엄밀히 말해서 사제들의 성무집행만을 말한다.
사제들의 성무 집행은「착한 목자의 표」라고 지적한다. 그래서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표가 되는 것이며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그리스도로서 참여하는 것이다. 성무 집행을 하는 이와 평신도와 수도자의 참여가 다 다른데 수도자들은 궁극적 상봉, 결정적인 만남을 살고자 하는 근본주의를 살고자 하는 신앙인들이다. 그러나 교회 안에 전체적으로 우리는 다 같을 수 없다.
평신도로서 자기 의무를 다하고 수도자로서 성실히 살고 교직자로서 예수님의 인격을 구현시킴으로 교회 전체가 한 몸을 이루는 것이며 온 세상을 하느님께로 이끌고 가는 것이다.
이 헌장의 역동적인 장은 제5장이다. 사랑의 제일 똑똑한 표로서 聖德을 말하는데 이 부분이 6장이 될 뻔했으나 잘못하면 성덕이 수도자들만의 차지가 될 우려가 있어서 모든 그리스도인이 다 복음의 정신을 따라 사랑하고 살게 되도록 위치를 바꾸어 제5장이 되게 한 것이다.
교회는 예술작품으로 가득 채워놓은 박물관이 아니다. 인간의 역사 전체와 모든 피조물들과 함께 하느님의 나라를 향해 가는 여행자이다.
이것을 잘 설명하는것이 제7장 마리아에 대한 가르침이다. 마리아는 벌써 목적지에 도착한 완성된 인간으로서 영광을 받으시는 그리스도의 공현이다. 신의 모친이시요 인간의 어머니신 마리아는 죄에 물듦이 없이 하자 없으셨으며 은총이 가득하시다. 교회는 마리아처럼 또한 은총의 어머니로서 유효한 표적이시요 그리스도의 정배이시며 하느님의 발현인 것이다.
우리 각 그리스도인은 책임을 지고 이 부흥을 위해서 무엇인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각자가 더욱 더 그리스도의 현존을 나타내는 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어떻게 그리스도의 표가 되느냐 하면 그것은 대중 속에서 거룩한 생활을 하는 것이다. 공의회의 열매는 사제들이 거룩한 생활에 달린 것이여 그 부흥도 사제들의 거룩한 생활에 달린 것이다.
사제들은 착한 목자로써 그리스도의 표를 드러내야 한다. 예수님 안에 스승을, 사제이심을, 목자이심을 보고, 스승이 가르치시는 진리와 제사를 드리시는 사제, 사도직을 이행하시는 목자의 임무를 예수의 이름으로 할 것이다. 교직권을 행사할 때나 기도를 드릴 때 성체성사를 거행할 때 사제는 교회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며 사제의 본성으로나 존재상으로나 성무 집행에 있어서나 일체 하느님께로 백성을 이끌기 위한 것이다.
그 중 제일 중요한 것은 셋째인데 각자 자기 직분에 따라서 행동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영성생활이다. 사제적 영성을, 사목적 사랑을 이행할 용의(用意) 그리스도의 느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예로 이와 같은 배려를 말하자면「아르스」의 본당 신부 요한비안네는 천국에 대해서 강론하기 위해 그 힘든 준비를 하고서 연습을 거듭해 읽고 외우기까지 했는데 막상 강론할 때가 되자 준비한 종이도 없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다만『우리는 하느님을 볼 것입니다』라는 말을 했는데 그가 한 강론 중에 제일 유명한 것이 되었다 한다. 말없는 말인 알찬 삶이 그의 웅변이 되었던 것이다. 이것이 그리스도의 표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