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세 사람 가운데는 한 사람의 스승이 있다고 말했습니다만 어찌 세 사람 가운데 한 사람만이 스승이겠습니까? 세 사람이 다 어느 의미에서 스승이 된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가정에서 부모 형제가 교사로서 임무를 수행한다는 데 대하여는 새삼스레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유전적인 형질이 부모를 닮아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들의 언어ㆍ행동ㆍ습관 등을 다 따르게 되고 닮게 되는 것입니다.
진정한 의미에 있어서 전인적(全人的)인 교육은 가정에서부터 행해진다고 보아야 옳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 형제는 훌륭한 교사인 것입니다.
그에 비하면 학교 교사는 주로 지적(知的) 방만에 큰 책임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겠는데 사실 사람이 학교 가는 시간이란 별로 길지 못합니다.
그에 비하면 사회 생활 가운데서 이루어지는 친구간이나 직업 집단에 대한 인간 형성의 힘이 큰 것입니다. 여기서는 교사의 역할은 별도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고 서로는 서로의 스승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생활 가운데서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교육의 성과는 대부분 이런 관계의 교육입니다. 어떤 지역의 사람은 그 지역에 특이한 기질을 형성하여 일본 사람 기질, 중국 사람 기질, 한국 사람 기질이 따로 만들어지고 같은 나라에서도 경상도 기질, 전라도 기질이 다른 것은 교육적인 영향이 다른 데서 연유하는 것입니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도 따지고 보면 이러한 교육적인 관계를 잘 대변해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나의 쓰는 말이나 행동 한 가지 한 가지가 무의식 중에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정말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이 조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세째의 원칙은 누구를 대상으로 하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교육에 있어서 이 문제는 아동 피교육자론을 말합니다. 흔히 교육의 삼요소를 교사와 아동과 교재라고 합니다마는 그만큼 이 문제는 교육의 논의 가운데서 중요한 문제입니다.
교육의 주체가 교사 또는 교육자라고 할 때는 교육활동을 성인ㆍ교사 중심으로 생각할 경우에는 타당한 것이나 교육활동 그 자체가 궁극적으로 누구를 위한 것이며 그 궁극적 목적이 무엇이냐를 생각해 본다면 반드시 주체가 교사나 성인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때 누구를 위하여 보내느냐를 생각해 보면 되겠습니다. 어느 부모도 다 자식을 위하여 학교에 보낸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자식을 위하여 보낸다는 뜻은 교육 행위가 아이를 위하여 있어야 함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러면서도 교육활동은 아이 중심이 아니고 어른 중심이라고 한다면 좀 이상한 것이 아닙니까? 교육의 주인이 성인인데 어찌 아동을 위한 것이 될 수 있겠습니까? 가령 공부한다고 합시다. 누가 공부를 하느냐 하면 학생이 하는 것입니다. 공부(학습)하는 주체가 학생이란 점에 의심을 품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교육의 주체가 어떻게 성인이 될 수 있겠습니까?
옛날에는 이런 생각이 잘못되어서 교육의 주체가 성인이나 교사이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학생은 다만 어른이나 교사가 시키는 것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결코 그런것이 아닙니다. 모든 교육 활동은 학생을 위해 학생을 중심으로 마련되고 또 학생들에 의하여 준비되고 진행되고 그래서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학생, 피교육자가 지도록 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교육의 주체가 성인으로부터 아동에게로 옮겨진 것입니다. 이것은 아마도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회(轉廻)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계속)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