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교육의 주체가 성인이라고 했을 경우라면 교육활동은 주입(注入) 강제가 주가 되겠지요. 그럴 적에도 어떻게 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능률적으로 주입하고 강제할 것이냐에 대해서 연구가 있어야 되겠는데 그때의 연구의 대상은 교육의 대상으로서 아동 연구와 교재 연구가 될 것입니다. 새로운 의미에 있어서 교육의 주체를 아동이라고 가정할 경우 아동 연구의 교육적 중요성은 재론할 필요가 없을 만큼 중요한 것입니다.
우선 교육에 임하는 성인은 아동에 대하여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많은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선생님들을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한 번 더 다짐을 주고 싶은 심정으로 이 글을 씁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알아두어야 할 일은 아이들을 모방성(模倣性)이 강하다는 사실입니다. 교육의 기본 형태가 모범과 모방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했습니다. 모범이 없으면 모방하지 못하기 때문에 선생님의 모범과 그 모범을 착실히 모방하는 생도가 있어야 교육 행위가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일 경우 이 모방성은 더욱 강하기 때문에 조기교육(早期敎育)의 효과를 주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경상도 사람이 서울에 이사를 갔는데 유치원 꼬마는 두 달이 안 되어 서울말을 불편 없이 구사하는데,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는 그대로 경상도말을 쓰고 있는 아버지는 몇 년이 지나도 서울말을 하나도 하지 못하더라는 이야이가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말 배우는 것을 보고 정말 모방성이 강하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외국에 이민을 간 사람들의 경우를 보면 2세 3세는 다들 외국말을 잘들 하는데 유독 이민 1세들이 언어에 불편을 느끼고 있습니다. 가까이 있는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동포 가운데는 30년 40년을 일본에서 살면서 아직도 제대로 일본말을 못하는 사람을 가끔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어린 아이들은 아무런 불편 없이 일본말을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여기에는 다른 문제도 있겠습니다만 모방성은 어릴수록 더욱 강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모방성을 동화성(同化性)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부전자전(父傳子傳)이란 말도 있고 보면 아버지의 여러 가지 행동 습관이 자식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원리는 유적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그 유적전인 이유만 가지고 닮아가는 것이 아니라 모방성에 의하고 반복에 의하여 닮아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방성이 어릴수록 강하다고 하였지만 피교육자는 결코 어리지 않을 경우도 있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럴 때 피교육자가 비록 생리적으로 어리지는 않을지라도 교육 작용의 본질이 되는 모방 행동만은 갖추고 있지 않으면 교육되어질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누구가 누구에게 배우든지 배우는 자는 모방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교육활동에 있어서 이 모방의 중요성이 그릇된 방향으로 강조되고 실천되어 정말 교육되어야 할 것이 되지 못하고 엉뚱한 것이 모방되고 교육되는 수가 가끔 있는데 그것은 결국 교육의 방법 즉 과정이 잘못 운영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동은 모방성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모방성을「미숙성」이라고 하는 것으로 기초를 삼고 있습니다.
어린이는 미숙한 것을 의미하며 어느 의미에 있어서 피교육자는 미숙한 것이며 하느님 앞에 인간은 다 미숙한 존재입니다. 교육을 요청하는 모든 피교육자는 성숙을 지항하며 노력하는 것입니다.
룻소는「에밀」이라는 책을 써서 그 당시 불란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일이 있습니다만 그「에밀」이란 책에서 그는 어린이는 어린이라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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