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색시의 알토란 같은 집념이 전락한 남편을 재생케 하고 황폐한 마을을 재건한 평택군 진위면 하북리의 이옥자씨 편이다.
씨는 속칭 밤마을이라 부르는 하북리로 시집을 왔다.
그러나 밤마을엔 밤나무 한 그루 없는 그야말로 황폐한 땅이었다.
이상했다. 어째서 밤마을이라고 불렀을까?
그러나 그런 의문은 쉬이 풀렸다.
일정 때까지만 해도 이 마을은 밤나무 숲에 묻혀 있었다는 것이며 해방이 되자 마을 사람들은 땔감으로 밤나무 뿌리까지 캐 버렸다는 것이다.
한심했다.
그래서 씨는 내심으로 이 마을을 다시 밤나무 마을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런 새색시의 꿈은 남편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남편은 분가하면서 분재로 받은 땅 팔백 평을 남에게 내어 맡기고 읍내로 이사를 했다.
발전성 없는 고향 마을에선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거였다.
새색시는 남편을 따르는 수밖엔 없었다.
신혼 살림은 읍내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신혼 생활 반 년 만에 남편의 마각은 드러났다.
남편은 주정꾼에다 불량배였다.
어이가 없었다.
섣달 그믐날에도 남편은 아내 곁에 없었고 술집이 숙소였다. 때문에 남편은 빚더미 위에 올라앉게 되었고 급기야는 빚장이들에게 쫓기는 몸이 되었다. 이윽고 남편은 어디론지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빚장이들이 몰려들었다. 새색시인 아내가 그 많은 악담과 저주를 감당해야 했다.
어느날 저녁 남편은 도둑처럼 찾아들었다.
남편 수중엔 돈 뭉치가 있었고 서둘러 서울로 가자고 재촉했다.
내역은 간단했다.
고향 땅을 헐값으로 처분한 돈이었고 그 돈으로 서울로 가 살자는 거였다.
그러나 세상 인심은 불량배를 용서하지 않았다.
빚장이들이 들이닥친 거다. 빚들을 가리고 남은 돈은 겨우 십오만 원이었다.
땅에 대한 새색시의 꿈은 하루 아침에 박살나고 말았다.
분하고 억울했다. 기왕에 망할 거면 하루 빨리 철저히 망하기를 기원하면서 남편을 따라 서울로 왔다.
약수동 산꼭대기 판자촌에 방 하나를 얻어 비로소 서울 살림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집에서 새든 쪽박 들에 간들 안 새랴!
장사를 한다고 쏘다니기 2개월 남편은 땅 팔아 남은 돈 15만 원도 날리고 말았다. 남편은 가슴을 쳤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남편은 공사판을 찾아 막노동 일에 나섰다. 그러던 어느날 순경이 찾아왔다 따라갔다. 남편은 병원 응급처치실에 누워 있었다.
자신의 부주의로 삘딩 공사장 옥상에서 떨어진 거다.
중상이었다. 변상이란 있을 수도 없었다.
남편을 얻어다가 옥수동 산꼭대기 판잣집 셋방에다 눕혀 놓고 새색시는 물장사를 했다.
고향을 가기 위한 차비를 벌기 위해서였다.
석 달 만에야 차비를 모았다.
남편을 업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고향 사람들은 불구가 된 탕아의 귀향을 질시의 눈으로 맞이했다.
그러나 역시 물보다 피는 진한 것! 하나밖에 없는 동기 맏시숙은 따뜻이 맞아 주었다.
중환자인 남편을 눕혀 놓고 새색시는 버려진 하천 부지를 개간해 갔다.
마을 사람들은 미친 년이라고 쑥덕댔다.
심지어는 시가 가족들은 물론 남편까지도 남편과 고향을 버리고 재혼할 것을 간청했다.
그러나 그런 남편에게 새색시는 이런 말을 했다.
『남편이 불구자가 되었다고 그 아내가 그 남편을 버린다면 만약 아내가 불구자가 되었다면 그 남편은 그 아내를 버릴 수 있느냐? 부부에겐 사랑이 중하다. 그러나 사랑엔 의무가 따른다!』
이것이 새색시의 신조였다.
역시 알토란 같은 새색시의 인생관이었다.
이런 신조로 황폐한 마을을 개간한 지 십 년 남편은 고향마을 이장이 되었고 씨는 새마을 여성 지도자가 되었다.
하북리의 오늘은 밤나무 숲 속에 묻혀 행복을 구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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