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본당의 공소 가운데서도 가장 신앙적으로 믿음이 튼튼한 곳이 칠곡농장의 애생원 공소이다.
이 애생원은 음성 나환자들의 정착촌이다. 그러나 그들의 일상생활이나 신앙생활은 훨씬 사회 사람들보다 예의 바르고 깨끗하다. 그래서 본당 신부는 가끔 주일 강론 때『우리 사회 사람들은 겉은 건강하지만 마음 속은 병이 들어 곪은 사람들이 많아요. 그러나 애생원 사람들은 비록 육체는 병이 들어 만신창이지만 마음 속은 반대로 거울알처럼 맑고 깨끗한 사람들입니다. 』라고 격려하곤 한다.
사실 우리들이 그네들에게서 강한 생활력이나 신앙을 본받아야 할 점이 대단히 많다.
원래 이 애생원엔 6ㆍ25 때 서울의「나자로」마을에서 피난 온 한두 사람의 신자들이 있었을 뿐이었다. 당시 이 애생원은 국립병원이었지만 개신교가 뿌리 깊게 박혀 있던 곳으로 원생들은 모두 개신교의 열심한 신자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병원 집행부의 간부들도 거의 개신교 신자들이었다.
이러한 주위 환경 속에서 우리 천주교 신자들은 신앙생활을 영위하기가 퍽 어렵고 수많은 제한을 받아야 했었다. 숫적으로 너무나 비대한 그들은 마구잡이로 우리 신자들을 눌러 잡고서 조금만 반항하거나 신앙생활 하는 기미만 보여도 강제 추방령을 내렸다. 그러니 우리 신자들은 옛날 군란 때처럼 각각 집에 숨어서 첨례를 보거나 아니면 산에 나무하러 가는 나뭇꾼으로 가장해서 밖에 나가 후미진 곳에 모여 주일 첨례를 보아야 했었다.
그러나 차츰 영세할 예비자들이 늘어나자 그들은 용기를 내어서 교구청에다가 자기네들의 억울한 형편을 호소하고 도움을 청했다.
이에 교구의 서벨라도 부주교님께서 정부 요료와 애생원 당국과 무수히 많은 교섭을 벌인 끝에 겨우 주일 날 공소 예절을 드릴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그러나 전교를 하거나 대대적으로 신앙 행사를 하는 것은 여전히 금지되어 있었다. 그 후 교구청에서 지리적인 여건으로 왜관 성베네딕또수도원으로 사목권을 넘겼다.
수도원 소속인 C본당에서 그들에게 주일 첨례 지도를 하고 공소 건물도 지어 주었다. 이 공소 건물을 지을 때에도 이곳은 완전한 산악지대라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지만 자기네들 스스로 신앙의 자유를 쟁취한 기쁨에 몇 명 안 되는 불구한 육체를 가진 신자들이 밤낮으로 산을 깎고 정지작업을 해서 2백여 평의 대지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또한 자기네들 손으로 흙벽돌을 만들어서 30여평의 공소 건물을 짓는 데 공헌했다.
이처럼 처음부터 그들은 수많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신앙심을 길러온 까닭에 신앙생활에 있어서 대단히 자립심이 강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단결심이 대단하다. 한 번은 본당 신부님께서 성세 받은 사람들에 대해서 의논하자『신부님 아직 그들에게 영세를 주는 것은 좀 빠릅니다. 설사 완전히 교리를 배웠어도 실제의 신자생활을 조금 더 배워야 합니다. 성세를 받으면 남에게 모범적인 표양을 보여야 하니까요. 먼저 때가 되면 저희들이 신부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공소 회장 이하 공소 간부들이 대답하였다. 본당 신부님께서도 전적으로 그들의 의견에 찬동하셨다. 그들은 흔히 있기 쉬운 날림영세 주는 것을 지양하고 모든 신자들의 찬동이 있어야만 신부님께 건의를 한다.
또한 본당 신부님께서는 부임하시자마자 이 애생원 공소를 위해서 수많은 일들을 하셨다.
신부님께서는 일일이 신자들의 가정을 방문하시고 그들이 어려운 생활을 직접 목격하시고는 격려하시면서 고백성사를 주셨다. 한 번은 신부님께서 독신으로 찢어지게 가난한 김알렉산델이라는 신자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는 옛날 일제 때 중학교를 졸업한 상당한 지식인이지만 육체에 몹쓸 병이 들고 손발이 완전 불구가 되어 버리자 7~8년 동안 남들 보기엔 정신병자처럼 보였다.
그래서 신부님께서 처음 방문해서 고백성사를 주시려고 하자 모든 신자들은 약간 겁을 집어먹었다. 그러나 신부님께서 직접 그에게 고백성사를주시면서 조용히 타이르고 그를 격려해 주자 그는 다시금 용기를 얻어서 지금 열심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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