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로 사랑을 받으려면 없어야 합니다. 가난해야 합니다. 약해야 합니다.
무지해야 합니다.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는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기보다 어렵다고 합니다.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의 것이라 했습니다.
천국은 사랑입니다. 강한 자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약한 자를 사랑하는 것이 인간의 정리인 것입니다. 무지한 자에게는 지혜가 주어집니다. 무지한 자는 불완전한 것입니다.
불완전한 것은 완전에의 전제입니다. 없는 것은 결핍을 의미합니다. 결핍은 욕구를 일으키게 마련입니다. 결핍 상태에서도 욕구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 결핍의 충족이란 기대할 수 없는 것입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목마른 갈구는 즉 결핍인 동시에 욕구의 생동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우리 유기체는 유기체의 평형기제(平衡機制)라는 것이 있는 법입니다.
육체적으로 배고픈 상태에서 식욕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정신적으로 무지의 자각 상태에서 지혜의 수용이 가능한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비단 육체적 정신적인 면에 있어서 물량적 면의 평형은 말할 것도 없고 비물량적 면의 평행도 도의시할 수 없는 것입니다.
가난한 자가 아니면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난은 곧 받을 자격의 제일 요건입니다. 약해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약한 것은 불완전하고도 통합니다. 인간의 경우 불완전성은 교육의 필요성이기도 합니다.
억센 힘의 어린 아기를 생각하거나 사회의 분별이 명확한 어린 아이를 생각하는 것은 좀 어울리지 않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어린 아이는 사랑의 대상이고 더구나 받아야 하는 대상인 것이며 받자면 약해야 하고 불완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건방지게 자지가 아는 것으로 뽐내는 사람은 결코 지혜가 들어갈 여지가 없습니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자면 종이는 색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야 합니다. 검은 종이 위에 검은 색은 받지 않으며 빨간 종이 위에 빨간 물감은 아무런 색감도 내지 못합니다. 받으려면 없어야 합니다. 약해야 하고 무지해야 합니다. 교육에 있어서 사랑하는 것이 교육활동이라면 학습자가 더 잘 교육되기 위해서는 학습 의욕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학습 의욕은 즉 배움의 갈구를 말합니다. 구하는 것은 생도 쪽입니다.
그러기에 교육은 본질적으로 자기 교육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교육 방법을 교사가 고안하더라도 교육 받을 자의 학습 의욕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결국 무지(無智)를 자각시키는 행위 이상의 교육 방법이 있을 수 없습니다.
꽃을 사랑하고 개를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합니다.
그 꽃도 그 개도 그 사람도 다같이 무엇의「없는」상태이고 무엇을 결하고 있는 가난하며 약하고 불완전하며 나보다 무지합니다. 나보다 강한 자에게 나보다 부유한 자에게 나보다 완전한 자에게 나보다 유식한 자에게 대하여는 줄 것이 없습니다.
주는 자는 힘이 있을 것을 필요로 합니다. 반대로 받을 자는 힘이 없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생각할 것이 있습니다. 구하지 않고는 받을 수 없고 없는 상태가 아니면 받을 수 없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 문제가 있습니다. 위선적으로 구하고 위선적으로 없는 체 하는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위선을 경계하여 니이체는 사랑을 말하여 『겸손을 가장한 소유욕』이라고 했습니다.
사랑이란 결국 소유하려는 욕망에 불과한 것이며 구혼(求婚)은 투쟁이요 결혼은 지배라고 했습니다.
『사랑은 자기의 이익보다 남의 이익을 위한다 하여 이기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나 실상 사랑의 목적은 상대방을 소유하려는 데 있다』고 하여 세속적인 사랑이 위선적임을 통박했던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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