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우리의 일과는 같은 일들로 반복된다. 먹고 마시고 자고 일하는 등등으로 마치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변화 없이 보내진다.
그러나 똑같은 생활의 되풀이 속에서도 일기를 쓸 만큼의 일들은 한두 가지 일어나기 마련이다. 나의 경우 건망증 때문에 애를 먹는 때가 허다하다. 열쇠를 주머니 안에 넣고 있으면서 찾느라고 애쓰기도 하고 하루에 한 번쯤은 어디에 열쇠를 두었는지 몰라서 야단법석을 떤다. 어떤 때는 책을 찾는 일도 있고 집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병원에서 찾는 일도 종종 있다. 누구나 이런 물건을 찾으려는 법이지만 귀한 물건이면 귀한 물건일수록 또 오랫동안 힘들어 찾는 물건일수록 찾는 기쁨 또한 크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가 잃은 것이 어찌 물건뿐이랴…
어떤 날은 아픔의 기류 속에서 마음 가득히 기중을 써붙이고 고통에 몸서리치기도 하고 끓어오르는 분노에 가슴 답답해옴도 느낀다. 또 라일락향기 속에 온 가슴 가득 피어오르는 소녀 시절의 여러 날들도 또한 잃어버리고 산다. 조용한 시골길과 가을이면 금발머리처럼 흔들리던 보리밭과 지금은 생사조차 모르는 옛 소꿉 친구들을 잃어버리고도 우리는 지금 살고 있다.
우리 마음속에 자리잡았던 그 모든 감정들을 모조리 가슴 속에 담고 산다면 너무 엄청나게 많은 일들에 짓눌려 졸도할 것이다.
역시 우리에게는 잃는 것과 찾는 것으로 이어져가기 마련인 모양이다.
그러나 언제나 변함없이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은 행복이다. 어떤 이는 애국 투사가 되기를 원고 어떤 이는 과학자가 되기를 원하고 또 어떤 이는 좋은 상대자를 찾기도 한다.
모두 자신이 갈망하는 행복의 목표를 찾아 노력하고 일할 것이다.
그러나 애써 찾은 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닌 때도 많으니 과연 행복이란 무엇일까?
몇 번씩이나 자살을 시도했었다는 Bㆍ럿셀은 인간의 행복을 지극히 간단한 한마디로 표현했다.「생각을 고쳐먹을 것」바로 이 한 귀절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의 정의를 내렸었지만 이처럼 간단하고 명쾌하게 표현된 말은 없는 것 같아、나는 이 말을 참 좋아한다.
골치가 조금 아프다고 온 종일 이마만 찌푸리고 있지 말고 오히려 더 큰 중병이 아님을 다행으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달 없는 밤에도 흐르는 강물 속에서 보름달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고 가능한 것은 적극적으로 추구하며 쟁취하고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포기하라고 했다.
또 아무리 행복해 보이는 사람도 내막을 알고보면 어두운 한 구석이 있다고 했다.
과연 럿셀의 말처럼 행복은 마음만 고쳐먹으면 찾아지는 단순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20년 전 의사가 되기를 지극히 찾았다. 그 후 20여년의 의사 생활이 흘러갔다.
그동안 나 자신이나 나에게 직접 관련되어 있는 곳에서 행복을 추구해왔다.
아이들이 공부 잘 하는 것、식구들이 모두 건강한 것、병원을 확장시키는 일 등 범위가 협소한 곳에서만 행복을 찾았던 것이다. 그것이 주님 앞에 어떻게 보람된 일이었다고 말할 수 있으랴!
『너희는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나를 찾지 말고 산 사람 가운데서 나를 찾아라』고 하신 예수님 말씀의 참뜻을 이제서야 조금씩 알 것 같다.
몇 년 전、돌아가신 육 여사는 교인이 아닌데도 불쌍한 사람을 위하여 사랑의 손길을 폈는데 비하여、교인인 내가 자신의 생활의 울타리 안에서만 행복을 주우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물건을 찾을 때에도 있을 만한 곳에서 찾기 시작하듯이 행복도 또한 가능성이 있는 곳에서부터 구하여야 하며 우리의 신앙생활에서도 자기가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주위 사람과 가까운 이웃에게 기쁨을 선사해야 할 것이다.
행복이란 나누어야 기쁨이 배가된다는 진리를 마음에 새겨 너와 나의 공동체적 기쁨 속에서 하느님 나라의 한 깃발 아래 서로 사랑하는 것이 인생 최대의 행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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