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그 상대가 어리면 어릴수록 미지수입니다. 장차 이 아이가 자라서 무엇이 될지 모릅니다. 아니 무엇이나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인간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가능태(可能態)인 것입니다. 페스탈롯지는『보좌(寶座)에 앉은 임금님이나 초가집 지붕 아래 사는 사람이나 똑같은 인간』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장군이나 병졸이 따로 태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어린이는 어린이입니다.
누구도 하느님의 섭리를 배반하고 태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악독한 사형수일지라도 그는 회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 사실을 우리는 가톨릭시보의「사형수의 이야기」에서 절실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하물며 선량한 시민의 경우야 말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더구나 아직도 고사리손으로 제비 새끼처럼 철없는 어리이들의 가능성은 무한히 크고 넓은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가능성 그것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 가능성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가능성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는 날, 우리의 희망은 무너지고 맙니다. 가능성은 희망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가능성을 신뢰하는 어버이에게는 절망이 없습니다. 오직 벅찬 희망이 있습니다. 우리의 어린이에 대하여 왜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까? 그 귀여운 어린이에게 왜 그렇게도 혹독한 절망을 주는 것입니까?
그리스도는 어린이를 닮아야 천국에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노자(老子)는『도는 어린이와 같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어린이야말로 세속의 악(惡)에 물들지 않은 것입니다. 하느님이 준 그대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명을 어긴 바가 적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로 하여금 악을 멀리 하여 보호하기만 하면 하느님에 가장 가까이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린이의 가능성은 하느님에 비길 만큼 큰 것입니다.
인간적 기업으로서 아동 피교육자론을 말할 때 피교육자의 특성은 이와 같이 모방성ㆍ유연성ㆍ가능성을 제외하고는 이야기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은 학교 교육의 대상만을 생각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어느 의미에서 볼 때 인간은 평생을 배워야 하고 평생동안 모방하면서 살고 미숙한 채로 살며 가능성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네째는 무엇(what)의 문제입니다. 교육에 있어서「무엇」의 문제는 있어서 재(敎材)의 문제입니다. 교사와 아동과 더불어 교재는 교육의 삼대요소인 만큼 교육을 논하는 자리에서는 중대한 문제라고 보겠습니다. 교재는 교사와 아동이 연결되는 계기를 마련한다고 해서 교육 매체(敎育媒體)라고도 하나 교재는 대부분 교육활동의 근본 목적에 관계되는 것이기에 교육활동의 핵심체이기도 한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교육활동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 바로 교재 안에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만약 교재의 내용이 공허한 교육활동이라면 그 교육은 결코 바람직한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교육의 내용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도 않고 교육을 잘 하느니 못 하느니 하고 있습니다만 교육의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고 어떻게 잘 한다 못 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요즘 국민학교 교육은 돼 먹지 못했어! 라든가 요즘 대학 교육은 돼 먹지 못했어 하고 평하면서도 요즘의 국민학교에서 공부하는 내용이 어떤 것인지 요즘 대학에서 공부하는 내용이 어떤 것인지 모르고 있는 수가 허다히 있는데 그런 종류의 평가는 결코 옳은 것이 아닙니다.
선인(善仁)과 악인(惡人)은 본래 확연하게 구별되어 탄생되는 것이 아닙니다. 선인이 되고 악인이 되는 것은 대부분 넓은 의미의 교육에 의하여결정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선인의 교육을 받으면 선인이 되고 악인의 교육을 받으면 악인이 되는 것입니다. 이때 교육이란 교육의 내용이 선하고 악한 것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종류의 범인이 교도소에 다녀오면 그 범인은 더 고등기술의 범행을 저지른다고 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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