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나면 기도나 합니다』한국외방선교회 총재 최재선 주교는 하루 일과를 물었더니 이렇게 간단히 받아 넘겼다.
그러다가 한국외방선교회로 화제가 옮겨가자 맺혔던 말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우리는 과거를 생각할 줄을 너무 몰라 사랑을 부르짖는 교회에 인정이 메말랐어!』최 주교는 선교회에 대한 교회 전반의 비협조에 이같이 탄식했다.
지금까지 한국 교회는 특히「빠리」외방전교회 꼴롬반회 메리놀외방전교회로부터 인적(人的) 물적 원조를 받기만 해왔고 초창기의 한국 교회는 신부를 모시지 못해 무진 애를 태운 것이 사실이다.
이제 우리 교회는 2백 년간 받아온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필요한 나라에 우리의 선교사를 파견해 줘야 하고 남북을 가로막고 있는 휴전선도 언젠가 반드시 무너질 날이 올 것이니 북한 동포를 위한 역군도 길러놔야 하며 해외로 이주하는 이민이 늘어남에 따라 해외 교포에 대한 사목 대책도 시급하다.
이렇게 한국외방선교회를 육성할 필요성을 역설하는 최 주교는『성직자 없는 교회는 지속될 수 없다』면서 성직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여러 나라 교회의 실정을 외면하는 것은 은혜에 대한「배신」이며 공동체 의식을 상실한「비극」이라고 못을 박았다.
한국외방선교회는 작년 2월 26일 주교회의 춘계 총회의 결의에 따라「국내ㆍ국외의 복음화 활동에 봉사할 한국인 선교사를 양성, 지도할」목적으로 발족됐다. 현재 소속 학생 수는 대신학생이 16명이고 소신학생은 입학 당시보다 4명이 늘어 33명이 돼 모두 49명이다. 소신학생은 성신고교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대신학생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성프란치스꼬회관(한국외방선교회)에서 최 주교와 함께 생활한다.
선교회 선전비를 제외하고, 76년도 제1회 신학생을 위해 지출된 금액이 등록금과 기숙비 1천6백만 원 등 2천만 원이었다니 77년도에 신학생이 신규 모집 되면 학비는 그만큼 더 들 것이고 몇 년 후에는 매년 1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예산이 나온다.
이렇게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학비를 조달하기 위해 최 주교가 겪어왔고 또 겪어야 할 고충이 어떠하리라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흔히 최 주교에겐 외국의 원조가 많은 걸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과 다르고 76년도 선교회 경비의 약 절반은 외국에서 조달했으나 앞으로는 그것도 기대할 수 없단다. 그러나 어떠한 장벽도 성소 발굴에 대한 최 주교의 집념과 하느님이 도와주실 것이다 라는 신념은 꺾을 수 없는 듯『앞으로 여자 외방전교회도 만들겠다』는 포부까지 밝히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최 주교의 하루 일과는 오전 5시30분에 시작되는데 아침 묵상과 미사 그리고 저녁기도는 신학생들과 함께 한다. 성소 발굴과 신학생 양성을 위해 편지를 쓰고 본당들을 찾아 강론하고 유인물을 통해 선전하고 궁리하고 기도하는 것이 최 주교의 주요 일과다. 최 주교는 매월 첫 주간을「은인을 위한 기도주간」으로 정하고 학생들에게 은혜를 알고 감사할 줄 아는 인간의 도리를 가르친다. 그렇게 하는 것은 인정이 메마른 세태를 철저하게 체험한 탓도 있단다. 최 주교는 과거에 자신이 키우고 되살려 주다시피 한 교회 기관들이 최 주교 혼자서 고군분투하는 선교회 사업에 냉담한 것이 못내 섭섭한 듯「인정」과「의리」를 몇 번이나 되뇌이곤 했다. 연고 기관 중 거제도 해성여중고교에서 도와주고 있고 김천 성의여자중고교를 나온 서울과 김천의 졸업생들이 성금을 가져왔을 뿐이란다.
최 주교의 검소한 생활은 옛날부터 이미 소문 나 있다. 부산교구장 신분으로 3등열차를 애용했다니 더 말할 것이 없겠다.『버스가 다 내 차요. 출퇴근 시간은 복잡하지만 낮에는 앉을 수도 있지』이렇게 말하는 최 주교는 아마 승용차가 없는 유일한 주교로서 한 대의 차도 없으면서 모든 차를 다가진 듯 여유가 있어 보였다.
오락은「시간과 돈이 아까와」못하고 할 일이 없으면 성당에 들어가 기도드린다는 최 주교는『어떻든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는가? 교우들 중엔 가난한 사람이 더 많은데…특권의식을 버려야 한다』며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프란치스꼬회관 2층에 있는 4평쯤 되는 방이 최 주교의 침실이자 사무실이었고, 침대 머리맡 벽에는 커다른 세계 지도가 걸려 있었다. 최 주교는 이 지도를 보며 세계로 파견될 한국외방선교회의 원대한 꿈을 키우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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