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2월 12명의 신부가 문관 신분으로 육군 군목에 선발되면서 시작된 한국 가톨릭의 군대 사목이 금년으로 4반세기를 맞았다. 숱한 신부들이 젊음을 태워 개척해온 군사목의 4반세기는 한마디로 인고의 세월이었다. 군과 끓을 수없는 인연을 맞고 있는 대부분 가정의 관심사이기도 한 군사목의 현주소는 어디인지. 3일 제9회 군일주일을 맞아 군사목의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흔히「황금어장」으로 불리우는 군대 사목은 각 교구에서 차출된 신부로 구성된「군종신부단」을 통해 수행된다.
특수 사목인 군사목을 일선에서 수행하는 군종신부는 일단 입대하여 소정의 교육을 마치면 사회 경력에 따라 중위 이상의 계급으로 임관되고 이때부터 소위「제복의 신부」로 3년~5년 동안 복무하는 데 본인의 희망과 소속 교구장의 허락이 있으면 연장을 하거나 장기 복무를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현재 군종으로 복무 중인 신부는 육군 37명 공군 8명 해군 4명으로 총 49명인데 인적 규모 면에서 전주교구 다음 가는 규모이다.
주교회의는 군종단 책임 주교로 김수환 추기경(총재) 이문희 주교(부총재)를 임명, 사실상 준교구 체제의 운영을 하고 있고 1년에 약 3천만 원 정도의 보조로 군사목을 뒷받침해 준다.
일반적으로 군종신부의 역할은 군인신자 사목으로 국한 해석하는 경향이 많으나 50여명의 군종신부가 군인의 3% 정도인 신자만을 위해 파견된 것은 아니다.
물론 신자의 사목이 일차적인 임무이긴 하지만 그 대상은 한국 군인 전체이다.
본당과는 달리 한계가 없는이런 특성 때문에 군종신부는「씨 뿌리는 자」로 비유되고 못다 거둔 결실을 본당에 위임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지난 4반세기 동안 군종신부들이 걸어온 길은 군사목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교회 인식을 높이기 위한 투쟁이며 거의 무에서 기반을 다지려는 인고의 길이었다.
아직도 많은 군종신부들이 2개 사단 이상의 부대를 맡아 전선을 돌아야 하고 또한 전셋방에서 고독을 느끼며 오로지「사명감」하나로 버티고들 있다.
결국은 젊은 신부들의 땀이 오늘의 군사목 기반을 다져 놓았고 이제 서서히 성장기로 접어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군종단이 채택하고 있는 군사목 지침은 한때 종단끼리 경쟁적으로 벌였던 대량 영세를 지양, 1년에 3천 명 수준을 목표로 질(質) 위주의 신자 획득이다.
특히 지난 8월 임시총회를 계기로 준교구 체제를 갖추기 시작한 군종단은 오랜 과제였던 군사목 특수성에 따른 사목 방법을 체계화하는 연구를 시도하면서 그 일환으로 군인용「종교 입문서」발간을 계획 중이다.
이 밖에 매년 진통을 겪는 신부 충원의 제도적 해결책으로 69년부터 시행한 군종 후보생이 금년부터 임관되어 한시름 놓게 되었으며 연장 내지 장기 근무자 획득에 힘써온 결과 상당수의 장기자를 보유, 전체적으로 계급이 높아져 안정 기반이 한층 굳어지고 있다.
성장기를 나타내는 이런 희망적인 현상 가운데 더욱 바람직스러운 일은 한때「끌려오는」기분으로 입대하던 풍조가 사라지고「사명감」에 불타는 젊은 사제들이 상대적으로 많아진 것인데 군종단은 앞으로도 사제로서는 훌륭해도 군사목에 적성이 맞지 않는 사제는 가급적 선발에서 제외해 주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성장의 그늘에는 해결되지 못한 어려움들이 더러 깔려 있다. 그 첫째가 신부의 부족이다.
원래 주교회의 결의에 따라 교구 신부의 10분의 1을 군종신부로 보내게 되어 있는데 역시 신부 부족을 느끼는 교구들이 이 약속을 그렇게 잘 지키지 않아 군종단이 가장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문제가 이 문제이다. 다음이 본당 신부에 비견할 수 없는 지출에서 오는 경제적 어려움이다.
주교회의 보조는 겨우 매년 물가 상승을 상쇄할 정도의 증액이어서 충분한 뒷받침을 못해 주고 있는데 이 두 문제는 군종신부단의 심각한 고민이다.
한 가지 더 든다면 모처럼 전선에서 서울 군종신부단을 찾은 신부들이 마음 놓고 쉴 곳이 없다는 것이다.
『석조 건물에 숲이 없어도 좋다. 거룩한 벽화가 없어도, 황금의 십자가가 걸리지 않았어도 좋다. 다만 비를 막아주고 피로에 젖은 하루를 맘 놓고 쉴 수 있는 곳이면 족하다. 그리고 그 앞에 샘이 솟는 우물을 파고 두레박 하나쯤 깨끗이 마련되면 군복도 세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 군종신부의 쉴 곳 없는 독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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