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 부활절 전주일인 성지주일날 하빈공소의 축대 공사장에서 간단한 낙성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나와 김아가다 여회장 그리고 많은 공소 신자들은 너무나 감격스러워서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 공사는 지난해 서상우 본당 신부님께서 부임하신 이래 우리 신자들이 신부님의 지도하에 일치 단결해서 완성한 큰 사업 중 하나이다. 또 하나의 가장 크고 보람 있었던 사업은 본당 공동묘지의 진입로 공사(길이 3백m)와 십자가(높이 6m) 건립공사였다. 이 공사를 할 때에도 우리 신자들은 모두 옷자락을 걷어부치고서 3백m의 산꼭대기에 돌과 모래를 갖다 날랐다.
특별히 우리 여교우들은 마치 만조 때 바다에서 돌아오고 있는 해녀들의 긴 행렬처럼 머리에 막돌과 모래를 이고서 높은 산꼭대기를 오르내리면서 땀을 뻘뻘 흘렸다. 어떤 칠순이 넘은 할머니는 자갈을 이고 산을 오르다 말고 그 자리에 쓰러지기도 하였다. 그냥 보고만 있을세라 본당 신부님께서도 아프신 몸을 이끌면서 신자들의 행렬에 앞장서서 막돌을 날랐다. 그래서 신부님께서는 지병에다가 과로까지 겹쳐서 여러 날을 앓아 누우셨다. 이만큼 우리 신자들은 모두 신부님의 열성에 감복해서 더욱 열심히 일을 했다.
처음에 예상했던 공사비는백여만 원이었으나 우리 신자들의 노력 부담으로 순전한 재료비만 십여만 원이 들었다.
물론 살림이 넉넉한 도회지 본당에서는 큰 금액이 아닐지 모르겠으나 우리 가난하고 신자 수가 적은 시골 본당에서는 이 금액이면 본당의 일 년 예산이 훨씬 넘는 것이다.
또한 본당 신자들이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니 우리 하빈공소의 신자들도 지지 않겠다고 발벗고 나서서 공소 앞의 축대공사를 시작했다. 물론 이 축대공사도 우리 공소 신자들이 오랜동안 계획했던 숙원사업이었다. 비만 오면 사태가 난다는 불편한 것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도 훨씬 더 긴박한 사정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20년 전에 우리 공소가 여기에 세워질 때부터 부락민들과 끊임없는 분쟁이 일어났었다. 풍수지리학설로 이곳에 공소가 서면 부락민들에게 많은 재앙이 일어난다는 미신 때문이었다.
실제로 근래에 와서 이 부락에 몇 건의 자살사고와 살인사건 그리고 특별히 소가 많이 죽어 나갔다. 그러니 부락 민심이 더욱 술렁거렸다. 틀림없이 이것은 저기 서 있는 공소 건물과 지난해 조금 고친 공소의 축대 때문이라면서 그들은 터무니 없는 모함을 우리 교회에 돌리고서 교회 바로 앞의 허물어진 축대에서 큰 굿을 하겠다고 나섰다. 우리 신자들은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한바탕 심각한 구설전이 벌어졌다. 그래서 부락민들은 조금 양보해서 굿을 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너무나 뻔했다. 그 후에도 계속해서 마을의 소가 죽어 나갔다. 그러니 이번에는 우리 신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보아라! 어디 굿을 해도 수용이 있나. 흥, 굿을 한다고 마을의 돈 20만 원만 허비했지』그리고 더욱 우스운 것은 그 해에 죽은 소들은 모두 비신자들의 소들이었다.
우리 신자들의 소는 한 마리도 죽지 않았다. 이러고 보니 결과적으로 미신에 젖어 있던 마을 사람들의 생각이 차츰 달라지게 되었다.『성당에 나가서 미신을 떨쳐 버리자』그래서 우리 공소 신자들은 이 말썽 많은 축대를 이번 기회에 번듯하게 고쳐서 쌓아버리자고 상의를 해서 공사를 시작했다. 축대공사는 한 달 가량 걸렸다. 그리하여 신자들은 사순절 동안 보속과 극기의 정신으로 부지런히 공사일을 한 결과 성지주일날 완공을 보게 된 것이다.
이제 우리 본당의 모든 신자들은 서상우 본당 신부님의 탁월한 사목 지도하에 영육 간의 모든 교회사업에 열심히 뛰고 있다. 우리 신자들은 외적인 이런 교회사업뿐만 아니라 냉담자 회두와 입교 권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일 년 동안 1백 명의 냉담자들이 회두했다. 우리는 이 모든 큰 성과를 본당 신부님께 돌리고 싶다. 본당의 모든 영육간 운영사업은 첫째로 본당 신부들께서 앞장 서서 열심히 계획하시고 지도하면 자연히 모든 신자들도 열심히 교회사업에 협력한다는 것을 부언하고 싶다. 옛말에『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격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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