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온 저는 콩크리트 회사에 취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전화가 걸려올 때마다 나도 안 되는 발음으로 해서 갖은 곤욕을 겪고 결국은 그 회사에서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애초부터 촌놈이 서울 온 게 잘못이었습니다. 고향에서야 인정 사정 보아 줬지만 넓은 바닥 생존경쟁이 극심한 곳에서야 떨려 나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분했습니다. 내가 못난이도 아니고 남보다 공부 못한 것도 아닌데, 게으름뱅이도 아니고 남보다 더 열심으로 일을 했는데 왜 대가를 받지 못하는지 원망스러웠습니다.
『엄니 왜 나를 이런 꼴로 낳아 놓으셧어요. 가난한 것만도 서러운데 왜 이런 병신으로 낳아 놓으셨어유. 용서허세유 엄니. 불쌍한 우리 엄니를원망하다니 용서허세요. 엄니. 흐흐…』나는 죽을 결심을 했습니다.
『잉 오직 내 이 이기장 여두권이건만 가슴에 품고 이 세상 하직하자 이 세상으…이 세상으…』
나는 약 봉지를 털어 넣고 물을 마셨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
『으응 으응!』
『앗 일순아! 정신 채려라 일순아』
『엄니』
『왜 왜 살렸이유 왜! 엄니』
『자식 사흘만에 깨어나서 제에 우헌단 소리가 그거냐! 에미 가슴을 그렇게 놀래 놓구 제에우 한다는 소리가 그 소리여!』
그때 병원장님께서 들어오셨습니다.
『마음을 굳게 먹어요. 자넨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프게 태여난 것은 오직 자네 하나뿐이라고 생각허지. 그러나 그건 잘못된 생각이야. 인간이란 모두 외롭고 슬픈 운명을 타고 난 거야. 불구자만 슬픈 게 아니라 슬프기로 말하자면 모두가 슬프지! 이 원장도 그런 의미에서 자네의 슬픔을 이해할 수 있네. 자네와 같이 슬픈 운명을 안고 타고난 한 인간으로서 말야! 그렇다고 살기를 포기하다니 그건 약한 짓이지. 안 그런가! 용기를 내게. 내 이 기회에 목사님 한 분 소개할 것이니 신앙을 가져봐! 하느님을 의지해봐 알겠지. 내 권고 소홀히 넘기지 말게 응 일순이』
원장님의 이 간곡한 권고로 저는 교회를 찾아가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사려 깊은 목사님을 만나게 되었지요. 목사님은 말씀해 주셨습니다.
『왜 서울엘 가서 상처 입고 돌아오나! 자기 결함이 있으면 그 결함으로 업신여김을 받지 않는 곳에서 살면 되지 않아! 땅 흙 그리고 곡식과 가축들 그들은 말이 없어! 말이 없어도 마음은 통해 왜 왜 그것을 잊고 있단 말인가!』
『목사님』
『내 자네를 경기도 광주에 있는 김용기 장로님의 가나안 농군학교에 보낼 것이니 그리 알고 열심으로 김 장로님의 뜻을 이해하도록 하게 그곳의 식구들 그곳을 찾아드는 이들의 똑바른 정신을 배워 와! 그럼 자네가 얼마나 부끄러운 짓을 했는지를 깨달을 수가 있을 테니까 알겠나?』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목사님!』
「가나안 농군학교」그곳에서 저는 비로소 소망을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근면 검소 절약의 정신을 바탕으로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생활! 어떤 일이든 스스로 모범을 보이고 기술을 보여주는 정신 자세 겸손하고 부지런하고 사리사욕이 없는 낙원! 저는 그곳을 나오자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노는 임야를 빌려 개간에 나섰습니다. 말이 필요 없었고 말을 하지 않았으므로 전 이미 불구가 아니었습니다. 아니 성령말을 해서 그 결함이 나타났다 해도 그것이 무엇이 부끄러웠겠습니까. 전 희망에 부풀어 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도 병역의 의무를 치뤄야 할 날이 왔습니다. 기상 나팔에 이어 점호가 시작됩니다. 군인들은 힘차게 외칩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내 차례가 되었습니다.
『이곱』
『다시』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이곱…』
『뭐 이곱…다시 해봐!』
『이고옵』
『아니 요런 순! 열중 쉬어 차렷』
『군인의 길 외워봐』
『옛 김익순』
『뭐야 김일순이지 왜 김익순이야』
『김익순』
『아니 이런? 좋아 외워봐』
『군인의 기(길) 하나 우이는 국토으 지키고…』
『아니 뭐 어째?』
『조국 그 자유와 통입으 위하여 값있고 영광되게 몸과 마음으 바친다』
두 우이는 피승의…
『그만 뭐야 이놈! 두 우이는 피승이 뭐 어째?』
군인들은 폭소를 터트렸습니다.
『왜 웃나! 연병장 열 바퀴 단체 기압이다!』
『뛰어-가!』
그러나 이미 저는 슬프지도 않았고 부끄럽지도 않았습니다. 저에겐 신념이 있었고 용기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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