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945년 여름 나는 헝가리 서부지역「야노샤자」에 있는 소련군 포로수용소에 갇혀있었다. 그곳에서 러시아로 호송되기 위해 포로들이 차례로 차에 실려 떠나갔다.
하루는 내 차례가 돼 40명의 동료포로들과 함께 화물열차에 실려 출발했다.
우리 동료 중에는 가톨릭신자가 36명이었고 개신교 선자가 4명이었다.
그들 대부분은 실의에 빠져있었고 고향을 다시 본다는 희망도 없었다.
나는 호송도중 줄곧 동료들에게 「파티마」의 성모님의 『나의 순결한심혼(心魂)은 마지막에 승리한다.』는「약속」을 설명해주었다.
나는 그들에게 『나는 결코 우리가 버림받지 않을 것임을 믿는다. 왜냐하면 성모님은 아들이신 예수그리스도의 대변자이시기 때문이다』고 설득했다.
또한 『우리가 러시아 땅에 도착하기 전에 반드시 자유의 몸이 될 것이다』고 확신을 갖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나서 우리 일행은 화물차 안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쉬지 않고 묵주기도를 올렸다.
우리가 헝가리 영토 「스조게드」에 잠시 멈췄을 때 나의 가톨릭 신자동료들은『만약 우리가 여기서 풀려난다면 모두가 교회로 뛰어가 미사를 올릴 것』을 서약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열차는 오스텐 지방으로 계속 떠나버렸다.
열차가 소위 1천 년간 헝가리의 국경이었다고 알려진 카르파텐산맥을 통관할 때 나의 동료들은 완전히 희망을 포기했다.
오직 나 혼자서만 성모님을 더 믿고만 있었다.
내 일생을 통해 그때 러시아로 가는 열차 간에서 만큼 극진한 신심으로 기도했던 일은 없으리만치… 『성모님, 당신의 힘을 보여주소서. 나를 멸망되게 하지 마소서…』 나는 수 없이 많은 짧은 「위기의 기도」를 하늘을 향해 쏘아 올렸다.
열차가 「플루에스티」에 도착 했을 때 나의 동료들은 완전히 낙담해버렸다.
날씨는 웬 종일 무더웠고 열차 안은 한증막 같이 우리들은 목이 말랐다. 그러나 러시아병사들은 하루 종일 물 한 방울 먹여주지 않았고 그래서 우리들은 밤에 잠을 잘 수조차 없었다. 그러자 동료들이 나에게 핀잔 비슷하게 말했다.
『넌 아직은 우리가 성모님의 도움으로 자유의 몸이 된다고 믿나? 만일 네가 말한 대로 그렇게 된다면 그건 순전히 기적이야!』
나는 그들에게 『기적을 보게 될 거다』고 대답했다.
23일간의 호송이 계속되던 8월18일 루마니아 「포그사니」에서 우리는 잠시 멈추었다.
많은 병사들이 심한 더위와 불결한 식수 때문에 이질에 걸리고 설사병이 났다. 나 역시 병에 걸려 환자들이 틈새에 끼어 화차 안에 갇혀있어야 했다.
며칠 뒤 우리 동료들은 콘스탄자로 옮겨가기 위해 출발했다.
콘스탄자에서 우리는 배를 기다려야 했다.
이제 배를 타면 바로 러시아로 떠나게 된다.
다시 모두를 낙담으로 슬퍼하고 있었다.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 날씨마저 어둠처럼 흐리고 안개가 끼어 우울한 분위기 였다.
안개 속에 오직 성모님이 보여주는 듯한 빛만이 보일 뿐이었다.
8월 22일 드디어「성모님의 명령」즉, 화물차로 수송해온 모든 헝가리출신 병사들과 루마니아출신 병사들은 모두 고향으로 귀향 조치한다는 통보가 내린 것이다.
우리 수송부대는 약 1천 2백 명의 헝가리 출신군인과 4백 명의 오스트리아 출신 병사들이 있었다.
나의 어림짐작으로는 이래저래 약 20만 병사들이 이 명령에 의해 고향으로 돌아갔을 것이라고 생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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