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시골 성당이 그러하겠지만 내가 살고 있는 성당에도 공소가 그렇게 많다고는 할 수 없으나 8개 공소가 있다. 혼자서 본당과 30~50리길 되는 8개 공소에 차편도 없는 신자들을 만나기 위하여 하루에 한 공소 방문하더라도 일주일이 더 걸리는 셈이다.
다행히 사제의 자동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90cc 오토바이가 잘 타든 못 타든 본당의 유일한 기동력으로써 나에게 있어서는 부인 같다. 언제 환자가 병자성사를 청하더라도, 그 밖의 일에 있어서 먼 길을 혼자 손쉽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방학 때 일이다. 특별히 지난 여름방학 동안에는 서울 연희동본당 대학생들이 하기 봉사활동으로 공소에서 어린이들에게 방학 교리를 열심히 가르치고 있었다.
대학생들도 열심했지만 공소에서도 10~20리길 되는 어린이들이 매일 열심히 여름 성경학교에 나왔다. 이렇게 열심한 대학생들과 어린이들을 위해 나는 라면땅 2상자를 선물로 준비하여 부인 같은 오토바이에 싣고 어린이들을 기쁘게 하여 줄 수 있는 기쁨에 곧장 질주하였다.
때마침 앞서 가던 트럭이 있었는데 갑자기 트럭이 멈추는 바람에 급히 정거하여 오토바이가 길 옆으로 드러눕게 되었다. 내가 어디 다친 데 없나 생각되기보다는 부인 같은 오토바이가 부서진 데 없는지, 어린이들을 기쁘게해 줄 라면땅이 도망가지 않았는지 하는 생각뿐이다. 요행이 오토바이도 나 자신도 아무 이상이 없었지만 라면땅이 상자에서 몇 개 삐져나왔다.
어디서 달려왔는지 동네 아주머니 몇 분이『라면땅 장사 아저씨』어디 다친 데 없느냐고 묻는다. 답변할 사이도 없이 교리를 열심히 배우고 있는 공소 어린이들에게 라면땅 나누어 줄 기쁨에 한시가 바쁘다. 공소에 도착하여『라면땅 아저씨』왔다고 소개하니 모두가 와! 웃는다.
그래서 그때부터「라면땅 아저씨」로 통한다. 그리스도의 복음을 위해 라면땅 장사도 좋다. 라면땅이 아닌 그 무엇이라도 주님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오늘도 내일도 라면땅 속의 복음을 위해 오토바이로 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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