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급격한 팽창으로 대전지역이 받고 있는 사회적 경제적 영향은 우리 교구에 감당키 힘듣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어』최근 전국이 1일 생활권으로 묶여짐에 따라 대전지역 경제는 눈에 띄게 쇠퇴하기 시작했고 이것은 교회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하는 대전교구장 황민성 주교.
『해마다 7천 명 가까운 영세자를 내고 있는데도 신자 총수는 별 변동이 없단 말이야』매년 급증하는 전출자들로 교세 확장의 노력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아무런 성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못내 안타까운 눈치이다.
하루라도 빨리 명실상부한 자립교구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신자 절대수를 늘리는 길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보고 전교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모처럼 입교시킨 신자들이 하나둘 서울권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어 교구 발전을 크게 저해하고 있다는 것.
황 주교는 거의 매일 실무진들과 이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짜내기 위해 부심하고 있지만 사회적 경제적 흐름을 어찌 할 도리가 없다고 털어놓기도 한다. 단지 기존 신자들에 대한 재교육을 통해 교회에의 참여도를 높이도록 하는 한편 전교에 더욱 박차를 가한 결과 최근에는 그 성과가 하나둘 나타나고 있는데 힘입어 앞으로도 이 방법을 계속 밀고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어려움 중에도 교구 발전을 위한 황 주교의 끈질긴 집념은 차츰 열매를 맺어 부임 당시 10개에 불과하던 본당이 11년 만에 41개로 늘어났다. 1년에 평균 3개씩의 성당을 신축하기까지 황 주교는 남 모르는 피와 땀을 흘려야만 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신자들을 설득, 교회에 대한 관심을 높이도록 애쓰는 한편 2년에 한 번 정도씩은 해외로 나가 각 본당을 순회하며 외국 신자들의 협조를 얻어오고 있다.
「도움을 주러」가는 여행이 아닌「도움을 받으러」가는 여행이기에 그렇게 마음 내키는 것은 아니지만 교구 발전을 위한 모든 고통을 무릅쓰고 해외여행을 떠나곤 한단다.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지역사회 및 농촌 개발에 대한 황 주교의 열성은 널리 알려져 있다.
대전교구장에 착좌한 후 당시 농민들의 어려운 형편을 보고 정부에서 새마을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농촌 전화사업에 착수했고 수많은 공소를 건립, 마을회관을 겸해서 쓰도록 했다.
또한 무의촌 일소책으로 교구 내에 기본 4과를 갖춘 병원을 적어도 10개를 세우기로 결정, 이를 강력히 추진 중인데 그 중 4개는 이미 설립을 보았다.
대전 시내의 부족한 의료시설 보강을 위해 작년에 착수한 대전 성모병원 증축공사는 황 주교에게 그가 주교로 성성된 후 최대의 고통을 안겨 주기도 했다. 막상 공사를 시작하고 보니 준비된 공사비의 약 4배나 되는 엄청난 비용이 들게 돼 이를 충당할 길이 없어『말 못할 고통』을 받았다고 털어놓는다.
매주 월요일에는 교구 실무진들과 머리를 맞대고 교구 일을 협의하고 일요일에는 꼭 본당 순시에 나선다.
견진이 있든 없든 매 일요일마다 먼지를 덮어쓰며 시골로 나가 오가는 길에 본당 공소들을 둘러보고 있는데 이로써 교구 업무 파악은 물론 신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바람을 듣고 이를 사목 정책에 반영시키도록 애쓰고 있다. 황 주교는 또한 교구 사제들의 영명축일이나 집안에 큰일이 있을 때도 꼭 참석, 상호 일체감을 높이려고 애쓰는 자상한 교구장이기도 하다.
업무 처리 여가를 쪼개 틈 나는 대로 묵상과 독서를 즐긴다. 황 주교가 평소 명강론으로 소문이 난 것도 이처럼 깊은 사색과 독서의 결과일 것이라고 측근에서 귀띔했다.
해방 후 군정여권 3번으로 유학, 학구에 몰두하던 황 주교는 너무 무리한 탓으로 결핵으로 고생한 쓴 경험을 갖고 있는데 그 후부터는 의사의 권유로 점심식사 후에는 꼭 약간씩의 휴식을 취하고 있고 정구와 산책 등으로 건강 관리에 신경을 쓴다.
한때는 낚시를 즐기기도 했으나 바쁜 일에 쫓겨 그마저도 잊어버린 지 오래라고.
은경축 때 일체의 개인 예물을 사양하고 은경축 기념성당을 건립할 계획을 발표하자 신자들이 당일 2천만 원의 성금을 약속, 뜨거운 감동을 받았다고 말하는 황 주교-.
이 성당은 현재 교구 내 전 성직자와 평신도들의 적극적인 호응으로 기공 준비를 서두르고 있어 단 한 개의 성당만이라도 외원 없이 자력으로 지어 보겠다던 황 주교의 간절한 염원이 영글 날도 멀지 않을 듯.
복잡한 일들로 머리가 무거울 때면 손수 차를 몰아 인근 보문산 산정을 즐겨 찾는다.
이곳에서 그는 목자이기에 맛보아야만 하는 남 모르는 외로움과 고통을 되씹으며 새로운 사목 계획을 구상하는지도 모른다. 11년간 온갖 정열을 쏟아온 대전 시가를 조용히 응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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