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저 린저의 최근작「왜 사느냐고 묻거든」을 읽어가는 동안 난 계속 기쁨에 넘쳐『그럼요! 아! 그쪽에도 길이 나 있는 줄은 몰랐군요!』이렇게 그녀에게 나를 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제 나름대로의 어려움을 루이저 린저 여사에게 서한으로 물어온 데 대한 답서들로 엮어져 있다.
나의 얕은 삶의 체험을 가지고 그분을 감당할 순 없으나 다행히도 루이저 린저는 어려운 내용을 쉽게 이야기할 줄 아는 아량을 지니고 있다. 이 서한들은『전혀 다른 문화권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다』라고 쉽게 흘러넘겨버릴 수만은 없다. 한 번도 그리스도를 자기의 생활권 안으로 초대해 보지 않은 자에게는 루이저의 화법 사고가 생소할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를 던져온 이들이 각양각색이고 그 문제들 또한 우리 주변에 매일처럼 흩어져 우릴 당황케 하는 것들이고 보면 극동의 우리에게도 어떤 길을 제시해 줄 수 있다고 생각되어진다. 편지를 보내오는 이들은 대개가 방황하는 이들이다. 우리 모두처럼이라고 덧붙이고 싶다. 제각끔의 갈등과 도전, 희망을 안고 진화하는 존재, 삶의 순례자들이다. 그들의 안간힘, 고뇌에의 도전, 어둠 속서 고집하며 빛을 거부하는 행위로 오히려 빛을 긍정하는가 하면『가장 어두운 순간이 가장 빛에 가까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이 모든 것들의 저변에는우리 모두가 안고 있는 실존의 문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나에게도 이들 서간은 단순한 메아리로만 남는 건 아니다. 루이저의 서슴없는 신앙 자세(자유롭다)는 세상을 인간을 깊이 사랑하고 하느님의 얼을 숨쉬는 데 있다. 그래서 그녀는 그녀 독특한 예지로 온갖 비유를 들어가며 누군가를 필요로 하는 이웃과 성실하게 대화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녀의 사고는 자유롭고 판에 박힌 종교인들에게는 걸림돌이 될 듯도 하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현실을 꿰둟어보고 피하지 않으면서 능숙한 솜씨로 인간을 사랑하고 이해한 이들로 만들어진 고전에서 그 답을 추려낸다. 나는 고전이란 말을 골동품상에서 얻어 온 게 아니다. 시 공간을 초월하여 숨쉬는 사고를 말한다. 그녀의 사고는 하느님을 빚어 만들고 싶어하는 우리의 버릇에 회의를 느끼게 하고 다시 영접으로 되돌아가 그분을 만날 길을 제시해 준다. 누군가「아무나 읽어도 좋은 책은 아니다. 준비가 필요하다」고 한다. 반대다. 그녀는 자기의 관점을 강요하지 않는다. 산수 식의 회답도 없다. 다만 생각하도록 다시 시도하도록 우리에게 길을 터 준다. 가난한 순례자인 우리 모두에게 친근감을 주는 작품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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