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헌장에서 가르치는 신앙은 곧 하느님의 선물이며 성령의 운동으로 시작되고 지속되고 완성된다는 것이다.
인간이 자기가 믿겠다고 결심하고 하느님의 계시를 받아들이겠다는 초기의 모든 노력까지도 모두성령의 도우심이고 그분의 활동이다. 성령의 활동을 배제한 단순한 인간노력에 의해서 신앙을 갖게되면 거기에는 불신앙의 양상이 항상 따라다닌다. 아무리 자기의 전 노력을 다하여 믿는다고 해도 자기 안에는 믿지 않는 부분이 남아있게 된다. 그러나 그 믿음이 성령의 활동임을 알고 성령의 충동에 응답하여 믿게 될 때에야 비로소 자신 안에 항상 내재하는 불신의 양상이 사라진다. 계시헌장에서 가르치는 신앙은 이렇게 한 인간이 자기내면에서 하느님과 만나는 초자연적 실재의 샘, 즉 성령에 기반을 둘 때에 비로소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신앙 활동이 나오게 되며 이것이 신앙의 근본적 차원이라고 한다.
그러나「종교 자유에 관한 교령」에서는 신앙의 다른 양상에 대하여 가르치고 있다. 신앙을 부유하게 하는데 있어서의 인간의 참여에 관한 것이다. 계시 헌장에서는 신앙의 주체로서의 인간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당신을 계시하시는 하느님과의 만남은 주체로서의 인간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당신을 계시하시는 하느님과의 만남은 주체로서의 인간과의 만남이라고 한다면「종교 자유에 관한 교령」에서는 이 만남이 인격적이라는 것을 가르친다.
성령에 의하여 시작된 신앙에로의 여정은 또한 인간 자시의 활동이기도 하다. 성령의 충동과 인도에 응답하는 인간은 하느님 계시에 자신의 자유의지와 합리적 방법으로 동의함으로써 신앙 활동을 하게 된다.
『사실 신앙행위는 그 성질상자유의지에 의한 것이다… 인간은 성부께로 이끌리고 신앙의 합리적이며 자유로운 복종을 하느님께 비치지 않으면 당신 자신을 계시하시는 하느님께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종교자유10)
하느님 계시에 동의하는 인간 자신의 자유로운 신앙행위에서 인격의 깊이가 스스로 드러난다. 흔히 신앙을 가지는 것은 인간을 어떤 한 방향에로 고정시키고 자유를 구속하는 것 같이 생각하지마는 참된 신앙은 결코 그렇지 않다. 인간은 하느님의 계시에 의하여 결코 구속당하지 않으며 자기 내면에서 활동하시는 성령에 의하여 강제당하지 않는다. 오히려 신앙 행위로 인간자유의 깊이가 드러날 뿐이다.
이에 대하여「종교 자유에 관한 교령」에서 잘 말하고 있다. 『하느님은 당신을 영(靈)과 진리로 섬길 사람들을 부르신다. 그러기에 인간은 이 부르심으로 인해서 양심적으로 속박당하지만 강제 당하지는 않는다. 실상 인격이란 자신의 판단으로 행동하고 자유를 향유하는 것인데 하느님은 당신이 창조하신 이 인격의 존엄성을 고려하신다.』(종교자유11).
창조주이신 하느님은 당신 피조물인 인간 인격의 존엄성, 즉 자유를 항상 고려하신다는 데서 인간의 품위가 드러난다. 실사하느님의 부르심은 영적 차원으로 심원하기가 끝이 없다. 이 부르심에 인간은 영과 진리로써 응답하게 되면서 자신이 깊이, 특히 자기자유의 깊이를 깨닫게 된다. 하느님의 계시는 그 계시에 응답하는 인간을 당신 앞으로 불러내심으로써 하느님의 불림을 받고 있는 자신의 깊이를 이해하게 한다. 그러므로 인간은 하느님계시를 받아들이는 신앙행위를 통해 자신의 인격적 깊이와 풍요로운 근원을 갖게 된다. 한마디로 신앙행위는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의 무한한 차원에도 개방하게 한다. 『실상 계시는…인격의 존엄성을 유감없이 밝혀주며 하느님의 말씀을 믿는 의무를 수행할 경우 인간의 자유에 대한 그리스도의 존중을 실증하여 준다.』(종교 자유 9). 그러므로 하느님계시에 대한 신앙은 인간을 관념적인 어떤 규범에로 예속시켜서 인간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것도 아니고 인간을 고정된 우주관이나 인생관으로 굳어버리게 하는 것도 아니다. 신앙 행위는 인격으로서의 인간의 특성을 드러내주고 인간을 인격적으로 더욱 깊게 하여 준다. 신학적으로 말하면 인간은 하느님 계시에 응답하는 신앙행위로 인격(Persona humana)이 신격(神格:Persona divina)과 관계를 맺게 한다. 따라서 신앙 행위는 인간을 완성시키는 활동이다. 신앙 안에서 인격은 그 완전성을 더욱 드러내어 더욱 인간답게 된다.
이러한 인격적 신앙행위로 알게 되는 지식은 일반적 지식도 아니고, 계시 내용에 대한 완전한 지식과도 다른 신앙 깨달음이 된다. 믿는 자의 전 실존이 하느님께 응답하는 이 신앙행위로 인간은 자기 실존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이것은 곧 인간 안에서 활동하시는 성령의 비추임이고, 이 성령의 비추임은 우리 실존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이때에 진정한 신앙의 성숙이 있고 이러한 인격적 신앙의 성숙이 교회를 참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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