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추위에 찬 비까지 구성지게 내려 더욱 을씨년스럽던 지난달 마지막 토요일 오후. 1주일전부터 동해안 지방 순회를 나간 박 주교가 돌아오길 기다리던 기자가 춘천교구청을 방문했으나 박 주교는「인터뷰 안 하는 성벽」을 고수(固守)했다.
혈기 왕성한 박 주교는 측근들로부터「뛰는 주교」「손수 일하는 주교」라는 평을 받고 있었다. 예측을 불허하는 지방 순회, 불시의 공소 방문,
3개의 목장 관리, 특히 행복한가정운동을 벌이느라 박 주교는 항상 바쁘단다. 목장사업에 대해 측근 신부들도『잘 모른다』고 할 만큼『혼자서 손수 일하기』때문에 박 주교는 더욱 바빠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일랜드 출신인 박 주교는 농민들의 생활에 특별히 관심이 많다. 그래서 일찍부터 농가 소득 증대와 자립의식 계발을 위해 농가에 축우사업을 위한 융자를 알선하고 우량 축우를 분양해왔다. 처음에는 무상으로 소를 공급했으나 나중에 송아지 구입비 50%만 지원해주고 지원사업을 계속 하기 위해 소를 키운 후 팔아서 원금 50%를 되돌려 받는다고 한다. 1972년부터 개설되기 시작한 3개의 목장에는 모두 호주에서 들여온 육우 헬퍼트를 사육하고 있는데 현재 춘성군 만처리 목장에 약 50마리 고성군 거진목장에 약 70마리 대관령 대건목장에 약 70마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무엇보다 박 주교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윤리에 입각한 자연적 가족계획 사업이다. 교회는 인공적인 산아제안 방법 일체를 단죄하고 그 대안으로 빌링스법을 제시했다. 박 주교는 주교회의가 특별사목의 하나로 지정한「행복한 가정운동」을 책임진 전국 가정사목 담당, 그래서 그런지 박 주교는 빌링스씨가 쓴 책을 모두 독파하여 그 방면엔「박사」란다.
따라서 행복한 가정운동이 춘천교구에서 가장 활발하리라는 것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교구에 부인들로 구성된 가족계획 지도원 25명이 있고이들은 큰 본당에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세미나도 하고 주로 개인 접촉을 통해 빌링스법을 가르친다.
춘천교구에는 이 같은 가족계획 세미나뿐 아니라 신자들에 대한 교육활동도 활발한 듯. 일반 남녀 교우들과 남녀 전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피정과 세미나, 농민회 강습ㆍ농촌생활 강습 등이 교육원에서 계속 실시되고 있었고, 내년도 교육 계획엔 1월 중에만도 4차례나 실시될 일정이 짜여져 있었다. 평신도사도직협의회는 그 존재 여부가 분명치 않은 듯했지만 꾸르실료는 남성 11차와 여성 2차까지 실시했단다.
박 주교의 일과는 보통 오전 8시30분 아침식사 전후에 봉헌하는 미사로 시작되고 조반을 들면서「코리아ㆍ타임스」를 읽는단다.
우리말 신문으론 강원일보와 가톨릭시보를「특별한 기사가 없는 한」제목만 대충 훑어보며 주로 외국의 신문 잡지를 많이 보는 듯하단다.
지방으로 다닐 땐 물건 싣기에 편리한 작은 트럭을 많이 이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주로 시외버스를 탄단다. 방문객은 미리 시간 약속을 해서 만나고 신정(新正) 때는 도지사 법원장 검사장 교육감 군단장 중앙정보부 분실장 경찰국장 등 주요 기관장들을 초청 주교관에서「강원도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는데 기관장들이 비신자이지만 모두 참석한단다.
박 주교는 1년에 2~3번 이들을 주교관 회식에 초대하고, 반대로 자신이 초대 받으면 반드시 응하는 등 정부와의 관계가 원만하단다. 운동을 좋아하는 박 주교는 특히 수영을 즐겨해 그 실력이 수준급 이상이라는 정평이 나 있다. 여름에는 춘천 호반이나 동해안에서 수영하고 겨울에는 미군부대 실내 수영장을 이용할 정도란다.
박 주교는 1950년 12월 21일 성꼴룸반 신학대학을 졸업, 사제로 서품된 후 1954년「로마」그레고리안대학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6년 5월 11일에는 41세란 젊음으로 춘천교구 주교로 서품됐다. 박 주교가 성꼴룸반회 외방전교회 신부로 한국 땅에 온 지도 올해로 21년째. 따라서 김치 밥 미역국 등 한국 음식을 가리지 않고 특히 만두를 제일 좋아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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