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여인은 올해 24세. 리어카로 야채 행상은 하고 있으나 미모를 타고 났다. 그 미모 때문인지 24년 간의 그의 행적은 기구하기만 하다.
6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그는 4세 때 부모를 연달아 잃고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어느 낯 모르는 아주머니의 등에 업혀가 조씨라는 식당업을 하는 이의 양딸로 자랐다. 학교에 들어가고 귀엽게 자랐건만 3학년 때 그 집에 사건이 일어났다.
식당 종업원이 주인 방에 침입, 주인을 쇠망치로 때리고 물건을 훔쳐가는 바람에 주인이 비명에 죽은 것이다.
양어머니는『우리집의 액운이 재수 없는 너 때문이라』면서 그를 절로 보낸다.
그는 그 절에서 잔일을 하며 지냈는데 주지스님과 그 절에서 일하는 남자와 밤마다 벌어지는 좋지 않은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것이 절에서 쫓겨나게 되는 이유가 되고 말았다.
그는 주지스님의 주선으로 충청도 어느 부농의 집에 맡겨진다. 그러나 그 집도 그의 안식처는 못 되었다…
그 집 주인 아들(18)에게 몸을 버리게 된다. 그때 그의 나이 겨우 13세였다.
그는 무작정 상경한다.
껌팔이로 고생을 한다.
한 순경의 구출을 받는다. 그는 그가 양녀로 있던 식당 바로 옆에서 학용품 가게를 하다 전직한 아저씨였다.
그 집에서 한 4년 양녀처럼 행복하게 지낸다.
그러나 17세 나던 해 주인 아저씨는 술에 취해 들어와 그의 손목을 잡는다.
그 사건은 주인 아주머니의 노여움을 산다. 더 있고 싶지만 죄도 없는데 쫓겨나고 만다.
그는 인천에서 식당을 하는 차씨 노파의 양딸로 들어간다.
성과 이름도 차씨 노파의 성을 따서 차화도가 된다.
그러나 차씨 노파는 그의 미모를 이용한다. 서울의 비밀요정에 그를 팔아넘긴다.
술과 남자들의 틈바구니에서 시달리던 그는 신문에 자주 날 만큼 유명한 사람의 총애를 받아 동료들의 부러움까지 사지만 그런 생활이 죽기보다 싫었다.
직업소개소로 몰래 빠져나와 춘천으로 온다.
그러나 식당이지만 술은 안 판다는 바람에 찾아온 춘천이지만 속은 것을 곧 알게 된다.
다시 몸서리쳐지는 작부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밤마다 주인은 방 문고리를 칼로 뜯고 들어오려고 야단이다.
그런 어느날 그는 그를 따뜻하게 대해주는 청년을 만난다.
그는 그 청년에게 자기의 과거를 다 고백하고 도움을 청한다.
청년은 그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간다. 어머니와 누이동생은 참으로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잠시 다방에 근무하지만 남자들의 치근덕거림은 여전하다.
함박눈이 쌓이던 날 청년은 그의 손을 꼬옥 쥐어주며 자기가 책임져 줄 테니 아무 염려 말라고 한다.
청년은 그를 정말 책임진다. 어머니의 앞에 그와 결혼하겠다고 정식으로 말씀드리는 것이다.
아버지의 유훈이 활인(活人) 곧 인(仁)이 아니었느냐. 그 유훈대로 이 여자를 살리자면서…
어머니는 살림도 부유하고 대학까지 나온 아들이 좀 더 좋은 곳에 장가 들기를 원했지만 이것도 어쩔 수 없는 인연이 아니겠느냐면서 그들의 결혼을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역시 액운을 몰고 오는 여인이었는지 결혼하면서부터 액운이 연달아 일어난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시어머니가 돌아가신다.
술과 노름으로 남편은 타락한다.
이윽고 진행성 근육위축증이라는 불치병에 걸리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신원 보증을 선 것이 잘못되어 집을 날린다. 남은 재산으로 건재상을 하지만 실패한다.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다.
그동안 태어난 아이가 둘.
그들 네 식구는 소양강 다리 위에 선다. 집단자살을 꾀한 것이다.
『자, 두 아이를 함께 포대기에 싸요!』
남편의 무거운 음성이 떨어진다.
그 순간 그는 무릎을 꿇고 애소한다
『죽이지 말아요, 아이들을 죽일 수는 없어요!』
돌아온 그는 발벗고 나선다. 아이들은 불구가 된 남편에게 맡기고 닥치는 대로 돈이 생기는 일이면 다 해본다. 그래서 지금은 신용 있고 깔끔하고 부지런한 야채 행상, 단골도 늘고 살림도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이제 다시는 액운을 몰고 오는 여인일 수는 없다는 굳은 결심으로 그는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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