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이혼식 영성체
하느님의 사랑과 이웃의 사랑이 령성체의 본질이며 보이는 이웃의 사랑이 안 보이는 신의 사랑에 대한 보증이 되므로 이웃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신에 대한 사랑이 없음이 확실하다. 그러므로 가난한 이웃을 외면하는 신자는 매일 영성체를 배령한다고 해도 비크리스찬인 것이다.
이상과 같은 중요한 진리를 부부생활에 비교한 표현이 특이하다고 본다. 남자나 여자나 혼자서 부부생활을 할 수 없듯이 그리스도만을 사랑한다든지 혹은 이웃에게만 착한 일을 하는 식의 생활은 크리스찬 생활이 아니다. 결혼생활에서 어느 한편이라도 결핍되면 불행한 이혼이 성립되듯이 영성체에서도 그리스도를 찾는 마음과 가난한 이웃을 도와주는 선행이 분리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오늘까지 많은 신자들은 혼자만의 구원을 위하고 이웃에 대하여는 무관심한「이혼식의 영성체를 받아 왔는지도 모른다. 이 점을 더욱 잘 깨우치기 위하여 언젠가는 가난한 이웃들에게 필요한 선물을 성당에까지 지참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할 정도로 이웃 사랑을 강조하고 있다. 참된 영성체는 그리스도와 일치하고,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이웃들과 일치하며 서로의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물질까지도 나누어 사용하는 것임을 즉 영성체의 본질을 설파했다고 본다.
저명한 브라질의 헬더ㆍ까마라 대주교는 이번 성체대회에서 자신도 성체 앞에 나아갈 때 전 생활의 중심을 찾으며 영성체 할 때는 가난한 이웃들에게서 그리스도를 볼 수 있는 은혜를 기원한다고 했다.
마태오복음 25장의 말씀대로 목 마른 자에게 물 한 모금과 굶주린 자에게 밥 한 술을 주는 행동이 그리스도께 드리는 행동이기에「최후의 심판」을 준비하고 영생을 바라보기 위해서라도 가난한 이웃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의 가난은 너무나 비참하기 때문에 가난을 사랑해야 할「애인」이라고까지 표현한「아씨시」의 프란치스꼬 성인이라도 오늘의 비참한 현실은 환영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문제로서 하느님께 대한 모욕이기에 강력히 대적하여 극복해야 할 적이라고까지 표현한 것이다.
四、실천을 실천으로 강조한 성체대회.
실천이 부족한 교회의 현실을 비판하는 것도 역시 이론일 것이나 지난번 성체대회에서는 가난을 실천하고 있는 분들이 등장함으로써 감화를 불러일으켰다고 본다.
더구나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미리 준비한 많은 양곡이 뱅글라데쉬로 출항되었다는 사실은 얼마나 실천을 강조했는가를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사랑의 성체를 통하여 세상의 가난한 이웃들을 돌보아주고 빈부의 차이를 축소하는 행위는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방법과는 차원을 달리 해야 함을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사랑의 성체 안에서 그리스도와의 일치를 보증하기 위하여 필요한 행동을 함은 비판적이고 선동적이기 전에 솔선적이며 영구적인 사랑의 실천이어야 하는 것이다.
8월 8일 오후 5시에「존ㆍ에프ㆍ케네디」운동장에는 대회의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하여 세계에서 은신자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이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한결 같은 마음으로 성체의 현존을 향하여 신앙고백을 하고 만민의 영신적 물질적 가난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부족한 마음의 고통만이라도 제물로 봉헌하며 반성하는 폐막미사는 감격스러웠다. 운동장 위로 빽빽히 덮힌 먹구름은 마치 사막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그늘 지워준 구름과 같이 여름철의 더위를 막아주는 서늘한 그늘 같았으며 온 천하의 갖가지 굶주림을 해결하여 주실 은총과 양식의 풍년을 약속하는 상징과도 같아서 더욱 흐뭇한 마음을 일으키게 했다. 1천 명 이상의 사제들이 군중에게 영성체를 분배할 때「필라델피아」의 하늘 높이 울려퍼지는 성가 소리는 더욱 아름다왔다며 후렴을 창할 때 한결 같이 두 손을 높이 들고 구원의 성사를 우러러 신앙고백을 하며 영신적 물질적 양식을 청하며 애원하는 광경도 흐뭇했다.
그 자리에 참석한 신자 중에 한 사람이라도 성체께 감사를 드리며, 믿음을 고백하고 통회를 바라며, 사죄함과 축복의 은혜를 체험하지 않는 신자는 없었을 것이다. 자신의 영혼이 헐벗고 있는 가련한 죄인임을 깨우치는 체험과 그리스도의 사랑 속에서 가난한 이웃을 도와주려는 아리따운 결심으로 장식한 행복한 시간의 흐름은 너무 빨리 경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인류의 평화를 이룩할 수 있는 구세주 그리스도를 모시고 있다는 신념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한 채 다시 군중은 실천의 현장인 가정과 사회로 발걸음을 옮기었다. 절망 상태에 있는 우리를 일으키시고, 살게 하시는 주님의 영광을 위하여…….
생명의 양식인 나에게로 나오라 나를 믿는 자들은 목 마르지 않으며 나와 함께 살리라.
(후렴)나 그를 사랑하여 나 그를 살게 하리. 나 그를 마지막 날에 살게 하리라. -10여만 신자가 영성체 때 창했다-
(공동체 성가집 424ㆍ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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