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교구의 제2대 교구장으로서 8년간 이 교구의 정신적 기초를 다지기에 온 심혈을 바쳐온 장병화 주교는 교구 설정 10년째를 맞은 이제 동교구의 비약적인 발전을 위한 사목정책 입안에 여념이 없다.
초대교구장 김수환 주교(현 추기경)에 이어 교구 설정 3년 만에 마산교구의 방향타를 쥔 장 주교가 제일 먼저 내건 목표는 교구의 정신적 기반을 공고히 하자는 것이었다.
이는 정신적 기반이 없는 외형적인 성장은 사상누각이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 주교는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사제단의 단합을 호소하는 한편 꾸르실료를 도입, 인재 양성에 온 심혈을 기울여왔다.
그의 피나는 노력의 결실인 사제단과 모든 신자 상호간의 일치와 단합을 통한 형제적 사랑은 모든 악조건 속에서도 오늘날의 마산교구를 이룩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외모부터가 인자한 시골 할아버지를 연상케 하는 장 주교의 교구 사제들과 신자들을 아끼는 마음은 대단하다. 새 신부를 멀리 임지로 떠나보낸 후에는 항시 마음이 놓이질 않아 틈 나는 대로 예고 없이 찾아가 사목 초년 사제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곤 할 정도이다. 장 주교의 이러한 자부적 사랑은 갓 신품을 받고 저돌적으로 일에 몰두하다 한 번씩 찾아오는 좌절감으로 고민하는 새 사제들에게 큰 위안과 힘이 되고 있다.
교구장 공식 사목 방문을 1년에 한 번씩 해왔으나 본당 신부와 신자들에게 짐이 된다는 이유로 이를 2년에 한 번씩으로 조정한 것도 사제들과 신자들을 아끼는 장 주교의 따뜻한 배려 때문이다.
그러나 혹시나 하는 노파심으로 2년이란 세월을 그냥 기다리질 못해 문득 생각나는 대로 예고 없이 이곳저곳을 방문하곤 한단다. 이러한 불시 방문은 첫째 본당에 아무런 폐를 끼치지 않아 좋고, 둘째 본당 사정을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 좋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방법을 계속할 뜻을 비쳤다.
매일 오전 9시 교구장 집무실에서 공식 집무를 시작하기 전 성체대전에서 30분 정도씩 교구 발전을 위해 기도하는 장 주교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하루에 15단씩의 로사리오기도를 바치고 있다.
매일 평균 기도 시간이 한 시간 반은 된다는 그는 자신의 힘으로 해결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성체 앞에 꿇어 조용히 기도를 드린다고 측근에서 귀띔한다.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너무나도 많은 것을 주셔서 아무리 어려운 일에 부딛혀도 꼭 해결의 실마리를 주셨다』고 감격해 하는 장 주교의 주름 잡힌 얼굴은 한없이 밝기만 하다.『앞으로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면 이제 성신적 기반 구축에 성공한 마산교구를 외형적으로 물질적으로도 성장, 발전시키는 일』이라고 조용히 교구 청사진을 밝혔다.
창원공단 건설로 2~3년 내에 인구 1백만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 되는 마산 시내와 공단 내 그리고 진주 충무 등지에 새 성당을 건립할 계획을 이미 짜 놓았다.
또한 창원공단 내에 젊은 근로자들을 위한 청년회관을 건립 전담사제를 상주시킬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이러한 계획이 한낱 계획으로만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신자들에 대한 부단한 의식 계발과 외국 은인들의 협조가 따라야 하기에 현재 이 준비작업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모든 것을 상호 대화를 통해 해결한다는 방침을 세워놓은 장 주교는항시 교구장실을 개방해 두고 있다. 그를 찾는 사람은 어느 누구나 가리지 않고 언제든지 기꺼이 맞아준다. 이들과의 허심탄회한 대화는 사목정책 수립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한때 위장병으로 크게 고생했으나 지금은 격무에도 한 번도 몸져 누운 적이 없을 정도로 건강엔 비교적 자신이 있는 듯.
위장병 치료를 위해 약술을 들기 시작한 것이 인연이 되어 요즈음은 반주 없이는 밥맛을 잃을 정도의 애주가가 되었다고. 담배는 하루에 한 갑 반 정도는 태운단다.
『봉사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봉사하러 왔다』는 복음말씀을 항상 되뇌이며 모든 일에 접한다는 장병화 주교-.
그는 오늘도 저 창원공단의 우렁찬 건설의 헴머 소리에 발 맞추어 힘 있게 뻗어나갈 마산교구의 내일을 조용히 설계하고 있다.
이 엄청난 일을 두고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과 결의에 넘쳐 있는 그의 표정은 구했을 때 항상 주셨던 하느님의 따뜻한 사랑을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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