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적 여건이 좋지 못한데다 손부족마저 겹친 이중고로 시달림을 받고 있는 안동교구장 두봉 주교의 24시는 이러한 주위의 모든 악조건에 대처하기 위한 연구와 노력으로 점철돼 있다.
1969년 대구대교구에서 분리, 경북 북부지역을 관할구역으로 하고 있는 안동교구는 대부분의 본당ㆍ공소가 산간벽지에 위치하고 있어 사목상 애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거기다 심각한 사제 부족으로 특수사목분야는 차치하고 본당마저 메꾸지 못해 한때 전국 사제들에게 지원을 호소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하에서 교구를 키워나가는 길은 오직 사제단의 단합과 일당오의 정신으로 연구하고 노력하는 길밖엔 없다고 판단, 두 주교는 교구 사제단의 형제적 일치와 노력하는 사제상 정립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전 교구 사제들의 협조로 두 주교의 계획은 서서히 열매를 맺어 교구 설정 7년째를 맞는 금년에 교구 내 20개 전 본당에 사제들을 메꿀 수 있게 됐고 농어촌 지역을 겨냥한 사목 계획도 착착 준비 중에 있다. 교구 특성에 맞는 사목계획 수립의 전초작업으로 두 주교는 금년 들어 약 5개월 간 교구 내 모든 본당의 현황을 세밀히 파악해오고 있다.
매주 토요일 교구청 사제 2명과 본당 방문길에 오르던 밤 10시가 넘도록 사목위원들과 연석회의를 갖고 본당 현황을 청취하는 한편 모든 단체의 회장단을 만나 액션활동의 문제점들을 파악한다.
이튿날 주일미사 때는 강론시간에 본당 현황에 대한 평가를 하고 문제점들을 다 같이 타개해줄 것을 촉구한다. 오후에는 다시 사목위원들과 연석회의를 갖고 그들의 구체적인 제언들을 청취한다.
이처럼 본당 내의 모든 면에 걸친 상세한 현황 분석은 그것이 하나하나 모여 교구 전체의 일괄된 사목계획 수립의 자료가 된다.
안동시 목성동 51번지 교구청 2층에 자리잡은 교구장 잡무실에는 각종 사목 자료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매일 아침 6시30분에 기상, 밤 늦게 취침할 때까지 두 주교는 특별한 용무가 없는 한 비좁은 이 집무실에서 이들 자료들과 씨름을 한다.
매스콤을 통한 선교에도 남다른 관심을 가진 두 주교는 바쁜 틈을 쪼개 안동 MBC와 KBS의「본 대로 들은 대로」「창문을 열면」두 프로에도 직접 참여하고 있다.
노동자와 농민들에 대한 두 주교의 관심은 널리 알려져 있다.
노동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나머지 산업혁명의 와중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교회를 떠난 쓰라린 경험을 되씹지 않기 위해서도『교회는 노동자 농민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들과 같이 호흡하며 그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가톨릭 노동청년회 총재직도 맡고 있는 두 주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씩은 상경, 회장단과 지도신부들과 더불어 노동자 사목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
54년에 내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 고전들을 읽기 시작한 것이 인연이 되어 한때 춘원 이광수에 심취하기도 했단다. 춘원의 작품 가운데서도「흙」에서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하는 벽안의 주교-. 어쩌면 그의 농촌문제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여기서 영향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한국 땅에 너무 오래 살아 이제 고향에 돌아가면 오히려 그곳이 어색해질 정도로 한국 생활에 젖었다고 말하는 두 주교의 식탁에는 김치와 된장찌개가 이제 빠져서는 안 될 정도가 돼버렸다.
요즈음은 즐기던 등산도 담을 쌓아야 할 정도로 바쁜 일과에 쫓기지만 건강은 그런 대로 자신이 있는 편.
술과 담배는 사교상 필요할 때만 조금씩 할 정도이고 크게 즐기는 편은 아니다.
모든 것이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일해주는 사제들이 한없이 고맙다고 거듭 말하는 두 주교-.
그는 오늘도 연구하고 노력하고 그리하여 성장, 발전하는 안동교구의 내일을 이룩하기 위한 집념을 불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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