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사로서 갖출 필수적인 것 중에 기도생활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의 내적 충실 없이 남에게 힘차게 전해줄 수 없고 내적 충실은 기도 없이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재론할 필요도 없는 것이겠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친 것은 아니리라.
『기도는 하느님과 나 사이의 상통입니다. 그러므로 그분과 나 사이의 막힌 상태를 뚫기 위해서 기도가 반드시 필요하지요』하는 말을 가끔 듣게 된다.
기도를 강조한 적절한 말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기도할 때「무엇을 어떻게 어떤 자세로 기도하는가?」하는 문제에는 상당한 문제점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16년 전 어느 공소의 가을 판공 때, 그 공소에서 제일 열심히 기도하신다는 할머이에게「부활신앙」을 찰고한 일이 있다.
질문 자체를 이해하시지 못하기에 자세히 설명해 드렸더니 깜짝 놀라시며「당치도 않는 소리」라고 반발하신다. 도대체 사후세계에 대한 신앙을 조금도 받아들이지 않으신다. 그래서 무엇을 그리도 열심히 기도하시냐고 묻자『며느리 마음보를 고쳐 달라』고 기도하신단다. 알고 보니 고부(姑婦) 간의 사이가 좋지 않고 그 책임의 대부분이 시모 탓이란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소박한 소청일 수도 있지만 아직도「기도하는 마음」이 잘 지도되지 않은 이런 사례를 많이 볼 수가 있다.「지성이면 감천한다」란 흔한 말이 기도하는 정성만을 강조하고 그 내용과 마음의 자세에는 소홀히 하기 쉽다. 무엇보다도 기도는 신앙의 기초 위에서 생겨나야 하므로 먼저「참신앙의 기쁨」을 맛보도록 지도해야 할 줄 안다.
그 지리하고 긴 옛 조만과 신공을 부모의 강압에 못 이겨 졸면서 드리던 꼬마들의 마음 안에「기도의 기쁨」이 있었을까? 이런 환경에서 성장한 마음들 안에「의무기도 하기 운동」이란 말은「기도 알레르기현상」이 생길 것은 자명한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기도를 강조하기에 앞서「신앙의 기쁨」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
독서 삼매경에 빠지듯이 기도신락경(祈禱神樂境)에 혹 가다 빠질 때가 있다. 이럴 때면 오랜 가뭄 끝에 내린 소나기처럼 마음 이랑에 기쁨이 일렁인다. 천진한 어리광이 절로 나오고 늘 보던 성체불이 새로운 성성으로 빛난다. 메마른 우주에 새 의미가 생기고 아쉬움에 빈 가슴이 감격으로 벅차 오른다. 그 순간에 죽기를 얼마나 갈망했던가! 그러나 그것은 얼마 후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그래도 그 여운 속에서 새 출발점을 찾게 된다. 모든 허물을 토해내고 쾌청한 가을 날씨 같은 마음으로 삶의 의지를 뒤쫓게 되는 것이다.
기도 없는 삶은 없을 것이다. 제 아무리 철저한 무신론자라도「소망이란 욕구」마저 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소망」은 신앙과 사랑의 바탕 위에서만 참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아는 분 중에 물리학을 전공하신 분이 한 분 있다. 그분은 늘「사실적이고 형이하학적인 것」이외의 것은 철저히 거부하고 있었다. 따라서 신앙인을 몽상가로 취급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그분이 어느 절에 친구들과 함께 봄놀이를 갔다고 한다.
마침 그 절에 무슨 행사가 있어 많은 이들이 불상에 참배하고 있었는데 이 고집통 양반-웅장하고 엄숙한 분위기에 눌렸음인지 1천 원권 한 장을 시주함에 점잖게 넣더니 불상을 향해 넙죽이 큰절을 하더란다. 그 후 어느날 이분과 한 자리에 있을 때 그 이야기를 하면서 친구들이 박장대소 하며 놀려대었다. 그러자 그 양반 계면쩍은 듯『피는 사상보다 진한 거야.』하였다.
조상 전래의 불교신앙을「피」라고 표현한 것이다.
옆 자리에 있다가『아닙니다. 선생님, 인간의 소망은 물리학적 사고로보다 더 진한 거지요』라고 한마디 거들었다.
그렇다. 우리는『내 님! 당신이 나를 당신께 돌아가도록 지으셨기에 당신을 우러르며 당신께로 돌아가기까지는 내 넋에 평안함이 없나이다』(성아우구스띠노의 고백록 중에서) 하신 고백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하고 사는 것이다. 기도하는 마음은 가장 인간적이고 또한 인간에게만 주어진 특전인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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