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 순
①의사소통의 장애
②행복한 가정운동
③「혼자」에서「함께」로
춘천시 죽림동에 있는 성 골룸바노의원 아담한 건물의 오른편 별관에 들어서면「자연적 방법-가족계획」「육아상담 WELL BABY CLINIC」이란 간판이 눈길을 끈다. 간판 옆엔「아들 딸 낳는 법」을 도표로 그려놓았다. 배란기 8일 중 전반 4일은 딸、후반 4일은 아들을 낳을 확률이 많다는 내용이 알기 쉽게 표시돼 있다.
방 안을 들여다보니、행복한 가정운동의 지도원 러실비아씨(기혼자)가 여성의 신체 구조를 그릴 챠트를 가리키며 설명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 앞엔 20여명의 가정주부들이 부끄러움을 애써 밀어내며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성 골룸바노의원에선 원장 마리아 수녀와 지도원이 번갈아가며 슬라이드와 챠트를 활용、이런 교육을 계속 실시하고 있단다.
교육 대상자는 주부들뿐이 아니라 본당 처녀들、JOC 회원들、수녀들까지 포함된다. 따라서 교육 내용은 단순히 주기법(週期法)의 일종인 빌링스씨 법에 의한 피임 방법만을 가르치는 게 아니고 순결교육이 병행된다. 그래서 여자의 신체 구조는 물론 남자의 신체 구조와 생리까지도 가르쳐준다.
『영혼뿐 아니라 온 몸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수녀들이 여성의 몸을 앎으로써 어머니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고 그들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되지요』마리아 수녀는 이 같은 교육의 필요성을 재삼 강조했다.
행복한 가정운동은 춘천교구의 사목을 대표한다 해도 조금도 과장이 아닐 만큼 중요시되고 있다. 허실비아 씨 같은 유급 지도원 27명이 교구 전역 요소요소에서 가족계획을 지도하고 있는 곳도 춘천교구뿐이다.
춘천교구는 이 정도의 지도원으로 부족하여 금년 5월부턴 6차례에 걸쳐 가정부인 80명을 1주일간 교육시켜 지도요원으로 파견했단다. 또한 얼마 전 우리나라에 도입돼 서울 분도회관에서 실시된 MARRIAGE ENCOUNTER에도 이 운동의 일환으로 부부 6쌍을 참여시켰다. 이 운동이 유독(?) 춘천교구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것은 박 주교의 각별한 관심에서 비롯된다. 박 주교는 최근에도 콜롬비아에서 개최된「성가정」국제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왔다. 박 주교는 꾸르실료에도 이 운동에 관한 교육 과목을 넣도록 하여 이른바「롤료 16번」이 이례적으로 들어 있을 정도다.
가족계획 지도원은 춘천시의 성꼴룸바노의원과 강릉의 깔바리의원 포천의 평화의 모친 의원에서 양성하고 있다. 박 주교는 지도원들에게 주는 봉급(월 4만 원~8만 원)을 직접 지급한다.
이들의 봉급만 해도 1년에 줄잡아 2천만 원은 될 터이니 춘천교구의 형편으로선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박 주교는 거의 모든 본당에게 활동하는 지도원들의 실적 보고도 직접 받는다고 한다.
「교구 전체를 하나의 본당」으로 하여 일사불란하게 운동을 추진하는 것이 능률적일지 모른다. 그러나 거기에는 어떤 위험이 깊숙이 도사리고 있을 소지가 없지 않다. 본당 신부들이 소외의식을 가질 경우가 그렇다. 자기 본당에서 일하는 유급 지도원에 대한 인사문제에 전혀 개입할 수 없는 여건은 본당 신부의 지도력을 그만큼 약화시키기 마련이다. 따라서『그건 주교님이 하시는 일』이라며 지도력을 아예 포기해버릴 수도 있다. 일선 사목자의 자발적 협조나 창의성을 기대하기 어럽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기술적인 피임교육보다「성가정」교육이 앞서야 하지 않는가、그것은 가톨릭 액션으로도 가능하지 않는가 하는 회의도 없지 않다.
박 주교가 지나칠(?) 정도로 강력하게 추진하는 이 운동에 대해 몰이해와 무관심이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박 주교의 측근으로 알려진 R 신부도『요즘에야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하는 것으로도 그 정도를 짐작할 수 있겠다.
요즘 산부인과에선 무조건 낙태수술을 하고 보는 풍조가 있단다. 이렇게 마구 죽임을 당하는 말 못하는 생명이 통계상으로 1년에 2백50만 명. 핵전쟁을 방불케 하는 엄청난 살상이다. 교통사고로 몇 명이 죽으면 신문에 크게 보도되고 야단스럽다. 그런데 1년에 무려 2백50만 명이 죽어가는 가공할 현실을 교회가 어떻게 외면할 수 있는가? 순교자들은 신앙을 위해 목숨까지 바쳤는데 오늘의 신자들은 왜 1주일간을 절제하지 못하는가? 이것은 박 주교의 안타까운 절규이자 춘천교구의 피맺힌 호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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