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의 중견이며 가톨릭문우회 회원인 성권영 시인이 제3시집「빛과 바람의 만남」을 펴냈다. 성권영은 벌써 근 15년간 시를 써왔고 제2시집을 낸 지도 12년이 지났다. 그러므로 이번의 제3시집은 편 수로서도 70편을 실은 노작집이다.
시인 성권영은 가톨릭에 입문한 지가 바로 얼마되지 않으며 신앙을 소재로 한 시는「다시 시작하게 하소서」로 첫 행을 삼은「기도」를 비롯하여 매우 적은 편 수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다음에 드는 한 편의 짤막한 시를 보자.「멍에를 진/산맥의 어깨/대지를 끌고/하늘 도는 울음/묵묵히 허무를 되씹는/너 선한 짐승이여」(「소」전문)
이 시는 향토와 노동에서 발상하지만 생명과 영원의 문제까지 내포하는 감수성을 보여준다.
이 시집에는 한국 농촌의 현실과 거기에 담겨 있는 전설 같은 정서를 그린 작품들이 많다. 그러나 향토색은 감상이라든가 퇴영적인 한탄조를 벗어나 있다.「오늘도 가슴 설레며/너의 살을 비튼다. (버들피리)「황토 속살 깊이/쟁기 날을 박고 서면/검은 팔뚝을 기어오르는 핏줄」(農失)과같은 청신한 표현들이 시를 건강하게 해주고 있다.
참으로 울음 있는 날
비로소 웃을 수 있는 것.
일어서자.
눈부신 햇살 난장으로 꽂히는 이 벌판에
깃발처럼 바람을 부르며 일어서자. (「일꾼」끝 부분)
이러한 시는 특히 힘차고 활력이 넘친다. 향토색 전설, 민요 가락, 노동, 현실 좌절하지 않고 일어서는 의지, 이런 요소들이 성권영의 시 세계를 이루고 있다.
이것은 다만 머리 속에서 관념적으로 고뇌와 희열, 또는 십자가와 부활을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촌스러우며 동시에 훨씬 진실하고 싱싱한 인간의 말이며 노래인 것으로 여겨져 반가웁다. (현대문학 刊 국판 196면 값 2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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