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도 부산을 비롯 수많은 항구 도시와 매연 가득한 공업단지들을 관할구역 내에 두고 있는 부산교구의 교구장 이갑수 주교는 이러한 복잡한 사회적 조건에 부응하는 사목 대책 수립에 골몰하고 있다.
교구 내에 농어촌지역 본당이 불과 다섯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이고 대부분이 도회지 본당인 부산교구는 어떻게 보면 전국 제일의 실속 있는(?) 교구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항구와 공업단지 주변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사회문제는 그것이 곧 교회에도 영향을 미쳐 이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한 노력이 요청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수출 지원 시책에 따라 매년 늘어가는 부산항의 물동량에 정비례하여 이곳에 기항하는 외국 선박도 늘어가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부산항에 기항한 외항선은 부산교구 조사에 따르면 4천여 척에 이른다.
이들 선박에 승선한 외국인 선원들은 오랜 항해 끝에 육지에 닿으면 우선 교회부터 찾게 되지만 이들을 지도해줄 전담사제가 현재로서는 없다.
뿐만 아니라 부산지역에만도 수많은 신자 선원들과 그 가족들이 살고 있다. 이들 선원들이 해상 근무 중 남은 가족들을 보살펴주고 여가 선용을위한 특별한 지도를 해주는 일이야말로 흔히 큰 사회문제로 등장하는이들의 가정 파탄을 미연에 방지해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들이 사회학을 전공한 이갑수 주교의 눈에 비치지 않을 리 없다. 이 주교는 지역적인 특수성으로 인해 부산교구가 안고 있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키 위해 일찍부터 해양사목 전담기구 설치를 준비해오고 있다.
초량동 제3 부둣가에 가톨릭센타를 건립, 이들 선원들과 가족들을 중점적으로 사목한다는 것이다.
이 주교는 그동안 틈나는 대로 해양업계 종사자들과 접속을 갖고 각종 자료를 수집하는 한편 지난 7월에는 일본「오사까」에 있는「해양사목센타」를 직접 시찰, 해양국 일본에서의 사목 실태를 직접 둘러보고 오기까지 했다.
이들 자료들을 토대로 이 주교는 이미 부지까지 확보된 해양사목 전담기구 건물을 늦어도 내년 중에는 착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지역을 비롯 울산 등 큰 공업단지들을 그 관할구역에 두고 있는 부산교구는 여기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사목 대책과 매년 늘어가는 가출 청소년들의 선도문제에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따라서 부산교구장 이갑수 주교가 안고 있는 고민은 잠잠한 농어촌 지역과는 그 성질이 다르다. 어떻게 보면 부산교구는 날로 다원화해지고 복잡해져가는 사회에 우리 교회가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여기에 이 주교의 고민이 있다.
부산 시가를 내려다보는 교구장 집무실에는 전자 장치로 교구나 각종 자료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여기서 이들 자료들을 하나하나 검토하며 사목 계획을 짜고 있다.
복잡한 사회문제에 대처키 위한 사목 계획 입안에 이 주교는 사회 학도로서의 솜씨를 유감 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교구 내의 두드러진 사제 부족 현상은 그의 사목 구상에 적지 않은 차질을 주고 있다.
지리적 여건으로 힘을 기울여야 할 특수사목 분야는 매년 늘어가지만 이를 맡아 줄 사제의 절대수가 부족하다. 이에 이 주교는 틈 나는 대로 본당에 나가 성소 계몽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매 일요일마다 이 주교는 사목 방문길에 오른다.
여기서 주일미사를 봉헌하고 사목위원들과 점심을 같이 들며 교회 운영 전반에 걸친 의견들을 청취한다.
단상을 종횡으로 누비며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그의 명강의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아무리 들어도 지루하지 않고 또 결코 쉬운 주제가 아닌데도 어렵게 얘기하지 않는 유모어와 위트가 섞인 그의 강의는 특히 젊은 층들로부터 열광적인 환영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요즘도 틈틈이 독서를 하고 메모를 하는 중 쉼없이 강연 준비를 하고 있다는 주위의 귀띔으로 미뤄 그의 뛰어난 강연 솜씨도 피나는 노력의 산물임을 느낄 수 있다.
깔끔한 외모와는 달리 시래깃국 된장국 등 시골풍의 음식을 즐기는 이 주교는 가끔 시골로 나가 촌로들과 어울려 낚시를 드리우고 명상에 잠기길 좋아한다.
또 그는 교구청 그늘에서 그를 찾는 사제들과 아무런 격식이 없이 장기를 즐기기도 한다.
자상하면서도 크게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사목 방침을 하나하나 밀고 나가는 온화한 이 주교는 항상 사제단의 형제적 일치와 가정 성화를 위한 신자들의 가정기도를 강조한다.
71년 보좌주교로 부산에 부임, 교구 관리자를 거쳐 주교좌에 오른 이 주교-. 그는 오늘도 부산시가가 한 눈에 보이는 집무실에서 끝없이 뻗어나갈 부산교구의 사목 설계에 온갖 정열을 불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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