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살 위에 활짝 핀 웃음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가득 찬 데레사 수녀에게 이 세상의 어떤 것도 무가치하고 오직 그리스도만이 그의 모두인 것이다. 그녀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이기적이고 육적(肉的)인 자에게부터 해방되어 하느님의 자녀로서 자유에 도달하는 것이다. 데레사 수녀의 이 같은 믿음은 오늘날 고도로 발달한 문명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무가치하게 여기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리스도만을 생의 전부로 삼는다는 것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비현실적이며 바보스럽고 하나의 이상향(理想鄕)으로만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데레사 수녀는 바오로 사도가 말한 것처럼『주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이 너무나도 존귀한 것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손실로, 쓰레기로』(필립보 3장 8절 이하) 여길 만큼 크나큰 내적 자유를 소유하고 있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그리스도를 얻고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을 막론하고 진실로 많은 젊은이들이 찾고 있는 것은 행복과 선, 정의, 평화 등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젊은이들에게서 확고한 신념을 발견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그들은 확실히 무엇인가를 찾고 갈망하고 있지만 막연하게 찾고 갈망할 뿐이다. 인간은 누구나 고독 속에서만 자신을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하느님과 이웃을 만나게 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자신과 하느님을 알고 체험할 수 있는 이 고독을 싫어하기 때문에, 아니면 그 고독 속에서 만나게 될 자신의 비참한 모습과 무능을 보게 됨과 동시에 하느님의 부르심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시끄러움 속으로 자신을 던지고 묻어버리려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진정한 하느님 체험은 오직 사막(고독의 체험) 안에서 가능하며, 그리하여 이 하느님 체험은 자신을 잊게 하고 이웃에게로 향하게 한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는 수도 성소의 감소를 염려하고 있다. 그러나 외부활동을 하지 않는 봉쇄 수도원이나 데레사 수녀가 창설한「애덕의 전교 수녀원」의 성소가 놀랄 만큼 증가하고 있는 것은 젊은이들이 이기적이고 안일주의적이라는 기성세대의 가혹한 판단에 도전적인 현상으로 보여질 수도 있을 것이다.
죽어가는 인간들을 쓰다듬어 주면서 위로해주고 문드러진 상처의 나환자와 쓰레기통에 버려진 아기를 품에 껴안은 것은『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 미소한 자 중 하나를 대접함은 곧 나를 대접하는 것』(마태오 25장 45절)이라고 말한 바로 예수의 머리, 예수의 상처, 예수의 어린이들을껴안아주는 것이라고 믿는 그 믿음과 행위의 내적 힘은 과연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이와 같이 데레사 수녀에게 있어서 신앙이란 신인(神人)인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관계를 의미한다. 그녀는 갖가지 난관과 고통에 맞부딛혔을 때라도 자신이 택한 길이 너무나도 확실하고 뚜렷하여 방황하거나 단 한 순간이라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녀가 따르는 주님은 너무나 가까이 있기에, 아니 그것은 주님과 너무 일치된 생활이기에 주님을 멀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데레사 수녀는 매일매일 순간 그리스도와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마더 데레사는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보여준 사람이다. 그녀는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크리스찬 이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려준 사람이다.
물론 이 같은 종교적 신념 위에서 불우한 사람들을 위해 일생을 바치게 된 그녀에게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무엇보다도 먼저 하느님과의 깊은 내적 체험과 동시에 특별한 소명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전제한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는 일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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