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까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일이 사람을 교육하는 일이고 그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교육을 둘러싸고 있는 몇 가지 중요한 조건을 보아왔습니다. 그러면 이제 사랑은 무엇이며 어떻게 하는 것인가에 대하여 보아야 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즉 교육은 사랑 없이는 성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사랑」에 대하여 꽤 오랜동안 상당히 심각하고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성인(聖人)들의 말씀도 들어보고 혹은 위대하다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의 행적을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입에 친숙하고 생각에 자주 떠오르는 만큼 그렇게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어김없이 사랑이란 말은누구에게나 매력 있는 말입니다.
그래서 누구나 그 말을 배척하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매력 있고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 말의 실체는 그러나 아무에게나 드러나지 않는 것이랍니다.
인류가 이 세상에 생명을 의지하여 서로 관계를 가지고 알게 된 이래로 이 사랑은 끊임없이 문제되어온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시인ㆍ묵객들의 필설에 오르내렸음은 말할 것도 없고 소설가는 장황하고 수려한 필치로 사랑을 나타내려고 했고 철학자는 심각하고 조리 있는 논리로 그것을 정의하려고 했으며 음악가는 웅장하고 또는 감미로운 노래로 나타내려고 했고 화가는 섬세하고 화려하게 화폭에 담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어느 곳에서도 사랑은『이것이다』고 할 만큼 사랑의 모습이 확실하게 드러나지는 못하였습니다.
인류가 이 세상에 나타난 후부터 이 사랑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그 모습을 찾아내려고 애쓴 사람이 어찌 이름 있는 시인ㆍ묵객이나 학자 예술가들뿐이겠습니까? 뙤약볕 아래서 땅을 파는 농부들로부터 고대광실 높은 자리에서 천하를 다스리는 자에 이르기까지 사랑을 추구했고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이로부터 드디어 위대한 섭리에 흡수되려는 꼬부라진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사랑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과장이겠습니까?
사랑이 역사 이래 모든 사람의 관심지사로서 논의되어 왔다는 사실, 또 그러면서 아직도 논의할 여지가 허다히 남아 있다는 사실을 오늘 여기서 다시 논의하지 않으면 안 될 이유를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면 사랑이란 무엇입니까?
사실 사랑이 무엇이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모두는 장님이고 사랑은 큰 코끼리입니다』장님에게 코끼리가 어찌한 모양이겠습니까?
다만 나는 사랑을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선 사랑이란 느낌이 아니라 일(活動)이란 것입니다. 느낌이 아니기 때문에 느낌으로 사랑을 인식하려고 하거나 감정적으로 사랑을 달성하려고 하면 그것은 허사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일과 연관되어 있기에 사랑의 표현은 행동과 더불어 나타나게 되는 법입니다. 행동으로 행동을 유발케 하는 것입니다.『서로 사랑하시요. 내가 당신들을 사랑한 것처럼 당신들도 서로 사랑하십시오』(요한 13ㆍ35) 여기서『사랑하시요』하는 말씀은 사랑이 행동이어야 함을 뜻하는 것입니다. 행동이 따르지 않는 사랑은 사랑일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사치스런 언어의 화장품이거나 관념의 유희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리고 또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이 적어도 참다운 사랑이기 위해서는 보다 심층적 가치 활동이어야 한다는사실입니다. 심층적 가치 활동은 어떤 것이냐 하면 표피적 형식적이 아닌 그야말로 알맹이가 있는 사랑의 행동을 말하는 것입니다. 말로는 너를 사랑한다 해놓고 실제로는 사랑하지 아니하는 그런 사랑은 표피적인 것입니다. 심층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랑은 속속들이 진실과 희생과 헌신이 다르는 그런 것입니다.
이와 같이 사랑을 행동과 연관시켜 보면「사랑한다」는 말은「아낀다」「귀히 여긴다」「소중히 여긴다」「동정하다」「존경하다」고 하는 말과 동의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어째서 사랑하는 것과 아끼는 것 귀히 여기는 것 소중히 여기는 것 동정하는 것, 존경하는 것 등과 같은 뜻의 표현인지에 대하여는 차차로 설명하겠거니와 우선 간단하게 다음과 같이 볼 수 있습니다.
사랑이「서로간」의 행동임에는 재론할 여지가 없습니다. 아끼지 않는 것은 사랑하지 않는 것이며 귀히 여기지 않으면 사랑하지 않는 것이며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사랑하지 않는 것이며 동정하지 않는 것은 사랑하지 않는 것이며 존경하지 않는 것은 사랑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사랑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사과밭 주인은 어떻게 하여 맛 좋고 빛 좋은 사과를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가장 큰 관심거리인 것처럼 사랑이 무엇이며 사랑은 어떻게 성취하는가? 하는 것은 우리의 공통의 과제라고 보겠습니다.
사랑이란 것은 행동과 결부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외형의 모습을 길이로 빛깔로 크기로 나타낼 수는 없는 것입니다. 다만 그것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몇 가지 중요한 공리를 세움으로써 그것을 나타내는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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