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사벳=(계속 나누어 주면서)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헬레나 얼굴의 상처를 보면서) 너 굉장히 아프겠구나. 아이구 불쌍해라(바구니를 땅에 놓고서 어린이의 두 손을 쥐고서 가슴에 당겨 안는다.)
헬레나=아니 만지지 마세요. 엘리사벳, 만지면 이 부스럼과 상처가 옮을 거예요. 아무도 저를 만져서는 안 돼요.
엘리사벳=(멀리 바라보면서)『내가 너희들을 사랑함과 같이 너희들도 서로 사랑하라』고 주님께서 말씀하셨어.
헬레나=주님이 누구시죠? 엘리사벳!
엘리사벳=(놀라며 서운한 표정으로) 어마 너는 주님을 모르니? 너희 어머님이 네게 주님 이야기를 안 해 주시던?
헬레나=저는 어머니가 없어요. 그러니깐 엘리사벳이 제게 이야기해 주세요.
엘리사벳=그래 너희 모두에게 이야기를 해 주어야겠구나. (모두를 향해) 들어봐. 아 벌써 바구니가 비었구나. 자 너희들 모두 여기 동그랗게 앉아 보렴. (애들이 앉는다) 너희들이 배가 고플 때 왜 내가 너희들에게 먹을 것을 주는지 물어보았지? 내가 임금님의 딸이고 부자이기 때문에 또 우리는 먹을 것이 많고 좋은 옷을 입기 때문에 혹은 너희들을 동정하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고 생각하니? 아니야 그렇지 않아. 특별히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시고 굶주린 자들에게 먹을 것을 주신 예수님이 그렇게 하라고 하셨기 때문에 하는 것이야. 예수 그리스도가 누군지 아니?
데레사=부자집에 가면 방에 십자가에 매달려 있어요.
정자=저는 언젠가 어떤 상점에 들어갔더니 그곳에 예쁜 어머니가 아기를 팔에 안고 있는 그림을 본 적이 있었어요. 그분이 아니예요?
영자=교회 가면 무덤에서 일어나는 예수 그림을 보아요. 거기 가면 또 다른 그림이 많이 있어요. 예수 아기 그림, 사람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는 그림, 하늘로 올라가는 그림 등…예쁜 옷을 입고 교회에 온 사람들이 떠나고 난 뒤에 나는 엄마와 함께 언젠가 교회에 갔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거지여서…
엘리사벳=(감동된 듯이)그래, 너희들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그림을 보거나 이름을 들은 적은 있지만 그분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는구나. 다 떨어진 옷을 입고서 교회에 가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또 학교에도 안 가니깐 아무도 너희들에게 하느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구나. 그렇지 않다면 너희들이 교회에서 본 예수님이 부자만을 사랑한 것이 아니고 모든 사람들에게 하늘에 계시는 우리 아버지의 사랑과 영원한생명의 기쁜 소식을 전해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너의 영혼도 굶주리고 있구나. 너희들이 다음에 다시 오면 그때는 내가 배워 알고 있는 예수님이 이야기를 해 줄게. 그리고 신부님이 너희들에게 교리시간을 주도록 내가 주선해 줄게.
그러면 너희들도 예수님을 믿고 사랑할 수 있는지 알게 될 거야. (엘리사벳이 구석에 혼자 앉아 있는 헬레나에게로 간다) 헬레나 너는 나하고 우리 방으로 가자. 내가 갖고 있는 고약을 발라주면 네 부스럼이 곧 나을 거야.
안나=(겁 내며 말리는 듯) 엘리사벳 그러지 말어. 그렇게 하면 안 돼. 그러면 성지기들이 다시 이 애들을 쫓아낼 거야.
엘리사벳=걱정 말어 안나. 나는 루드빅이 올 때까지 헬레나를 감춰둘 거야.
루드빅은 나에게 그렇게 해도 된다고 승낙할 거야.(젤뜨루다에게) 이리와. 헬레나를 얼른 내 방으로 데리고 가. 이렇게 네 만또 속에 감추어서.
젤뜨루다=하지만 네 방에는 침대가 하나밖에 없지 않니?
엘리사벳=나에게 돗자리가 하나 있어. 나는 그 위에서도 잘 수 있어.(세 명이 헬레나와 함께 성 안으로 퇴장, 거지애들도 흩어져서 간다)
제2막
곳=성 안에서(성 안에서가르치는 교육자 마르따는 엘리사벳과 아녜스를 가르치고 있으며 젤뜨루다와 안나는 옆에 떨어져 앉아 바라보고 있다.)
마르따=자왕궁에서는 젊은 귀부인들은 뛰지 않고 빨리 걷지 않고 또는 소리를 내지 않고 얌전하게 걸어가야 해요. 앞만 보고 가지 호기심으로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면서 가면 안 돼요. 그리고 발걸음을 너무 크게 디디지 않고 사뿐사뿐이 걸어가면서 팔은 적당하게 움직여야 해요.
그럼 이제 내가 한 번 시범을 보여주겠으니 잘 봐요(무대 위에서 엄숙하게 걸어간다) 자 아녜스 한 번 걸어봐요.
아녜스=선생님 저는 잘 할 줄 알아요. (아녜스는 아주 얌전하게 무대 위에서 걸어간다)
마르따=좋았어요. 아녜스 이제는 엘리사벳 차례군요. 엘리사벳은 곧 시집 갈 테니깐 정말 귀부인처럼 걸어야지요.
엘리사벳=선생님 그런데 저는 언제나 무엇을 하든지 잘 할 자신이 없답니다. 나무 위에 올라가는 일만은 자신 있어요.
마르따=(엄하게)누가 수업시간에 그런 농담을 하려고 했었나? 아녜스처럼 점잖게 한 번 걸어봐요. (엘리사벳이 걸어가보지만 잘 되지 않는다)
엘리사벳=(흥분한 어조로) 나는 긴 옷을 입지 않을꺼야. 루드빅이 그런 옷은 입지 않아도 좋다고 내게 약속했는 걸.
마르따=엘리사벳 참아야지. (이 순간 영주 마님 소피아가 들어오며 그 뒤에 신부님이 따라 들어온다)
영주 부인=그게 무슨 말이냐? 엘리사벳이 순명을 잘 안하고 버릇이 없다고? 아니 너는 아직 영주 마님도 아닌데 벌써 티를 내려는 거냐?
아녜스=정말 꼴불견이어서 눈 뜨고 못 보겠어요. 어머니.
마르따=아녜스도 삼가 조심해요(영주 마님에게) 마님! 우리는 엘리사벳과 함께 좀 더 인내해야겠습니다.
영주 부인=그렇게 되기를 바래요. 그리고 낭비하는 것도 삼가할 줄 알아야지요. 언제나 거지애들을 데리고 와서…물론 좋은 일하는 것에 대해 내가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신부님=물론 하느님꼐서는 우리가 좋은 일을 하는 것을 기뻐하십니다. 엘리사벳은 확실히 신심이 깊은 아이입니다. 신앙심이 강한 엘리사벳을 지극히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영주 부인=그러나 나는 엘리사벳이 거지들을 위해서 창고를 비울 정도로 낭비하는 것은 책망해야겠습니다.
엘리사벳=마님! 순명하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먼저 예수님께 순명해야겠습니다. 예수님은 가난한 사람들을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들에게 빵만을 줄 것이 아니라 자비를 사랑을 베풀어야겠습니다. 그 애들은 얼마나 가난하고 불쌍한지 모르겠습니다.
신부님=엘리사벳! 무엇이 그리 가난하다고 생각하는지?
엘리사벳=가난하고 불쌍하다는 말은 그 애들이 예수님과 교회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른다는 뜻이에요. 교리도 배우지 못하고.
또 다 떨어진 옷 때문에 다른 이들과 함께 교회에 가는 것을 꺼려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제가 알고 있는 예수님과 교회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고 싶답니다. 신부님! 신부님 제발 저를 도와주세요. 신부님께서 이 불쌍한 이들에게 교리를 가르쳐 주실 수 없을까요?
신부님…(놀라며 기특하게 생각하면서) 엘리사벳…하지만 좀 더 생각해봐야겠어…
영주 부인…(말을 가로채며) 아니 결코 이 성 안에는 거지애들이 들어올 수 없어
엘리사벳…(조용히 심각하게) 용서하십시오 마님, 그러나 지금 거지애가 성 안에 있습니다. (모두들 놀라며 소리친다)
영주 부인…아니 뭐 뭐라고? 누가?
엘리사벳=헬레나예요. 고름과 부스럼이 심해서 괴로워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그 애를 내 방으로 데리고와 침대에 눕혔습니다. 저는 약을 바르고 간호하면서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듯 저도 헬레나를 사랑한다고요.
영주 부인=(화를 내면서) 뭐 네 침대에? 그것은 너무 심하구나. 나는 이제 두 손 바짝 들고 질려버렸다. 너는 네 처지를 생각지 않는구나. 너를 다시 항가리로 돌려보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 다시 생각해 보겠어.
신부님 우리는 갑시다(다른 사람들이 모두들 떠나고 난 뒤 엘리사벳은 혼자 남아서 고개를 숙인 채 생각하며 우두커니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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