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흐뭇한 일이야. 우리 신자들과 신부님들이 애써 노력해 주시고 협조해 주신 결과이겠지!』
16일 10명의 새 사제를 탄생시킨 전주교구장 김재덕 주교는 성소 부족에 허덕이는 요즘 교구 사상 처음으로 이처럼 많은 사제를 맞게 된 것이 못내 자랑스러운 표정이다.
『이제 우리 교구가 안고 있는 2가지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해결된 셈이지』사제 부족과 재정난-. 이것은 어쩌면 한국 교회가 공통적으로 안고있는 문제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전주교구는 이 가운데 사제부족현상은 면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 10명 내년에도 이와 비슷한 수의 새 사제가 배출되면 그동안 본당 사목 외에는 미처 힘이 닿지 못했던 특수사목 분야도 서서히 착수할 수 있게 된 것이 교구장으로서 그지없이 반갑다며 다각적인 사목 설계를 구상 중이란다. 손 부족에 허덕이다 보니 아직 교구 사제 중 한 사람에게도 외국에 나가 좀 더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한 것이 못내 가슴 아팠다는 김 주교.
그러나 이제 각기 특성에 맞는 분야에 되도록 많은 사제를 외국에 보내 앞으로 집중적으로 펴나갈 예정인 특수사목 분야를 배우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제 손부족현상은 면했지만 김 주교에게는 또 하나의 고민이 있다.
그것은 교구 재정의 완전한 자립이다.
전주교구의 재정 자립도는 전국 어느 교구에 못지 않다. 교구 내 31개 본당 중 교구 보조를 받는 본당은 불과 5~6개에 불과하다. 더욱 반가운 것은 이러한 본당들도 매년 그 보조액을 줄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신자 모두가 자립해야겠다는 자치 교구에의 강한 사명감을 갖고 힘껏 뛰고 있는 결과로 풀이하고 있는 김 주교는 신자들의 뜨거운 협조에 거듭 감사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거의 모든 본당이 재정 자립을 이룩하게 되자 김 주교의 꿈은 이보다 한 발짝 앞서 먼 내일을 설계하고 있다.
겨우 본당 살림에 적자를 면했다는 의미의 자립에 만족하지 말고 교회 본래의 사명인 적극적인 대사회 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을 정도의 자립을 위해 노력하자고 틈 나는 대로 신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항상 사제단과 평신자들의 형제적 일치를 호소해온 김 주교는 이제 모두가 그의 뜻을 이해하게 된 것 같다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성직자들이 互詳의 정신으로 모든 일에 임하게 되자 신자들 역시 이에 감화되어 모두가 하나가 될 수 있게 됐다는 것.
김 주교는 평신도들에게 최대한의 자율성과 교회 운영에의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종전의 사제단 피정은 물론 교구 내 모든 행사는 성직ㆍ수도자ㆍ평신도가 같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토록 하고 있다.
교구의 운영 계획에까지 평신도 대표들을 참석시킨 결과 평신자들에게 교구의 당면문제들을 이해시키는 데도 도움이 되고 따라서 그들의 참여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
『이제 우리 평신도들은 어린이가 아니야, 그들은 이제 포교 일선의 떳떳한 주역들이지』-
그의 이 말에서 평협 총재로서의 김 주교의 평신도에 대한 끔찍한 사랑과 기대를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교구 일에 쫓긴 나머지 평협 관계 업무를 마음 먹은 대로 밀어주지 못해 항상 미안스러움을 금할 길 없다고.
교구 내 사목 행정 업무에 지나치게 시간을 빼앗기다 보니 주교로서의 중요한 직무의 하나인 교도직 수행이 자연 등한시 되는 것 같아 행정 업무는 교구 내 실무진들에게 전담시키고 있다.
실무자들이 본당 사목 현황을 일일이 확인 지도하고 김 주교는 이들의 보고를 통해 문제점들을 파악, 최종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 결과 교구장이 직접 문제점에 뛰어들지 않고 뒤에서 사태를 관망, 전체적인 것을 쉽게 판단할 수 있고 또 실무진들이 교구장보다 오히려 세밀히 사목활동을 체크할 수 있게 돼 1석 2조의 효과를 올릴 수 있다는 것.
6ㆍ25 때『양들을 버리고 차마 도망가지 못해』본당을 사수하다 인민군들에게 잡혀 온갖 고문을 받고 건강을 잃어 한때 시골본당에서 정양까지 했다. 그곳에서 김 주교는 다시 낚시로 기적적으로 건강을 되찾았다.
그의 유일한 건강 유지 비결인 낚시마저 요즈음은 시간에 쫓겨 갈 수 없게 된 것이 퍽이나 안타까운 표정이다.
주교 성성 후 격무와 몇 년간 씨름하다 보니 다시 건강이 좋지 않아 요즈음은 술과 담배는 거의 삼가하고 있다.
주교좌에 오른 직후 모든 신자들과 사제들에게『나로 하여금 외로운 주교로 만들지 말아 달라』고까지 당부했는데도『다른 지시는 잘 따라 주면서도 이것만은 지켜주지 않는다』며 김 주교 특유의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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