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릿히ㆍ프롬은 이를 또한「자유에의 도피」라 했다. 즉 대중은 스스로의 책임을 감당하기 어려워 자신의 자유를 남에게 예속시킨다는 것이다. 대중은 그 역사 속에서 스스로의 의지로 역사를 창조하는 주체로 등장했으면서 그 책임을 포기하고 주체적 능동적인 대중의 길로 걷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이 현실은 분명 대중사회의 위기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의 교회는 바로 이러한 대중사회 속에 존재하고 있다. 대중사회가 갖고 있는 이 위기는 인류의 위기이며 교회의 위기가 되는 것이다. 오늘의 교회는 이 위기에 처한 대중사회 속에서 그 대중과 함께 하느님 나라를 건설해야 하는 것이다. 이 인류를 건설해야 하는 것이다. 이 인류를 하느님 당신의 아들로 삼고자 하심은 하느님의 사랑의 계획이며 그 은혜로운 설계는 하느님의 뜻대로 교회를 통해 구현돼야 하고、이는 교회의 거룩한 사명인 것이다.
대중에 대한 우상과 신화가 매스 노이로제를 치료하지 못했으며 심층 심리학자들의 처방도 한계가 드러났다. 과학은 새로운 밤으로 대중의 의식을 혼미 속에 빠뜨렸다. 모두가 크게 혹은 작게 실패한 기록만 남기고 있다.
대중사회를 이렇게 하나의 위기로 분석할 때 그 책임에서 벗어날 그 누구도 이 세상에는 없을 것이다. 여기 현대사회 속에서 교회도 겸허하고 솔직한 자기반성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회는 그 자신을 위해 존재하지 않고 사회를 위해 사회 안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교회가 곧 하느님 나라는 아니다. 교회는 하느님 나라를 이 땅에 건설하는 도구요 수단인 것이다. 교회는 보다 나은 세계의 건설을 위해 구원의 보편적 성사를 집행하기 위해 있다는 확신으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자기 헌신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평화를 위해 정의를 위해 진리를 위해 사랑을 위해 일하는 사람은 모두 하느님 나라에 속한다. 교회는 모든 과학의 업적을 폭 넓게 수용하고 그들과 함께 하느님 나라를 건설할 수 있도록 열려 있어야 한다. 교회는 정적인 진리의 수호자에서 동적인 추구자이며、다이나믹한 실천자로 그 시대 그 사회에 대하여 효과적이며 알아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해야 한다. 성령은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시대 모든 사회에서 역사하시는 것이다.
과학 문명의 발달을 통한 사회의 변혁과 대중사회의 형성은 모두 우리 생애에 주신 하느님의 도전에 대한 인류의 과감한 응답의 결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과학의 업적과 현대 사회의 형성을 찬양하며 감사함으로 수용해야 한다. 그리고 더욱 많은 과학자들이 우주의 신비 속에서 진리와 힘을 계발해주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것은 하느님의 도전에 대한 응답의 한 모습일 뿐 전부는 아니다. 또한 가장 중요한 응답도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응답은 이 과학의 업적을 통한「인간의 성숙」이다. 인류에게 선물로 제시된 과학의 업적은 이를 통한「참삶」에의 새로운 도전인 것이다.
이것은 영적인 도전인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미 과학이 영역은 아닌 것이다. 인류의 이 새로운 도전은 미래의 인류 사회 속에서 대중의 자각을 위해 새로운 교회의 모습을 더욱 절실히 요청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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