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 순
①의사소통의 장애
②행복한 가정운동
③「혼자」에서「함께」로
사제단이 신자들을 향해 함께 강복을 주는 모습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이젠 주례사제가 혼자 강복을 주는 것이 오히려 어색하고 관례에 없는 일처럼 느껴지게 됐다. 교황 바오로 6세가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순례자들을 향해 강복할 때도 주교들과 함께였다.
이 같은 모습은 제2차「바티깐」공의회가「공동체」를 특별히 강조하면서부터 굳혀져온 또 하나의 변화가 아닌가 싶다.
한마디로 가톨릭은 공동체의 종교다. 우선 가톨릭이 신앙하는 하느님 자체가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성부 성자 성신이 완전히 하나이면서 동시에 완전히 삼위(三位)가 아닌가. 그래서 공의회 교부들은 가톨릭 신자는 완전한 개인이면서 동시에 공동체의「완전한 멤버」가 되도록 힘써야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교부들은 교회가 약한 것은 공동체적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혼자서는 이미 공동체를 이룰 수가 없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또한 오늘의 세상에서 독자적으로 혼자서 자기의 주위를 가톨릭화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제2차「바티깐」공의회가「공동체」에 대한 가르침을 무엇보다 강조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과거 우리 교회에는 공동체 의식이 희박하여 바람직한 교회의 모습을 상실한 병폐가 적지 않았다.
남들이 가지고 있는 진리로 자신을 풍성하게 할 수 없는 길을 스스로 봉쇄해버린 것이다. 따라서 주교관엔 고립감과 적막감이 감돌게 되고、사제들은 실망과 의기소침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교구들도 없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교회는 무기력하고 활기없는 하나의 고색창연한「기관」으로 전락될 위험을 다분히 안고 있어야 했다.
이제 제2차「바티깐」공의회가 막을 내린 지도 10여년-.『춘천교구는 이제 시작입니다.「강원도」처럼 80년대까지는 준비단계로 생각하겠습니다』H 신부의 이 말 속에는「혼자」에서「함께」에로 지향하려는 조심스런 의지가 번뜩인다.
춘천교구는 금년 들어「상서국장」「사목부장」이란 부서를 신설했다.
그 자리엔 한국인 사제인 하화식 신부와 임홍지 신부가 임명됐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는 명석하고 서민적인 주교로 알려진 박 주교의 교도 하에 신뢰와 대화를 바탕으로 함께 사목하려는 포석이라고 보아 틀림이 없을 것이다. 이로써 지금까지 염려해온 행정면에서의 결함들도 서서히 보완되리라는 전망들을 하고 있다.
신자들로 하여금 교회 공동체의「완전한 멤버」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선 의식 계발이 급선무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의사소통의 장애를 극복하는 한 가지 방법이기도 하다. 그래서 춘천교구는 작년 1년간 흐지부지 됐던 꾸르실료 교육을 금년에 다시 재개하여 지난 7ㆍ8월 중에 3차례나 실시했다.
교구청 옆에 자리잡은 교육원에선 꾸르실료뿐 아니라 갖가지 교육 계획이 폭주하다시피 하여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 때문에 방학 기간을 이용하여 신자 교육을 하고 개학 때는 대학생 기숙사로 활용하려던 방침을 바꾸어야 할 형편이 됐다.
교육 대상은 행복한 가정운동 지도사 전교회장ㆍ수녀ㆍ농민ㆍ대학생 등 거의 모든 지도급 신자가 총망라돼 있다. 교육원은 대학생ㆍJOC 회원ㆍ농민회 등의 회합 장소로 개방됨은 물론이다. 대학생들이 가정 형편이 여의치 못해 진학을 못한 아동들을 모아 중학 과정을 가르치는 재건학교도 바로 이곳에 설치돼 있다.
이 같은 교육활동과 함께 개선돼 나갈 사목 행정으로 대화 체제가 구축됨으로써 춘천교구의 교회 공동체는 활기를 띠게 될 것이다. 그만큼 자립의 길도 앞당겨질 것임에 틀림없다. 대화 체제는 곧 협력 체제라고 볼 수 있으며 이 같은 협력은 교구를 영적으로 풍요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난은 하나의 악이요 오욕의 처지이다』협력을 얻지 못해 가난을 면치 못하는 경우에 해당되는 가난이 바로「악」과「오욕의 처지」인 것이다.『가난을 거부하고 가난에 대항하기 위해서 스스로 가난해질 때에 비로소 교회는 정신적 가난이라는 것을 설교할 수가 있다.』이것은 자립이 어려운 춘천교구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님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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