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주교님들은 계획이 많으시던데 나는 별로 내세울 것이 없는 것 같아』11월 21일로 주교 서품 2주년을 맞은 김남수 주교는 찾아간 기자에게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김 주교는 마침 이날(19) 아침 수원 북문 밖 조원동에 세운 주교좌 성당에서 신자들과 첫 미사를 드리고 교구장 취임 이후 쓰고 있는 수원시 지동 빈센트병원 구내 주교관에서 잠시 휴식 중이었다.
주교좌 성당은 김 주교가 취임하면서 첫 사업으로 지난 봄에 착공, 공사의 90%를 진행, 준공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 성당이 제 모습을 갖추어 가듯 김 주교의 교구장 2년은 교구 구석구석을 순방하며 얻은 실정 파악과 다각적인 분석 위에 이제 새로운 태도의 청사진을 왕성해 가고 있었다.
그 한 폭이 이번 성탄에 발표한 메시지다.
김 주교는 이 메시지에서 교회의 내일의 모든 것이 젊은이들에게 달려 있음을 천명하고 시급하고도 중대한「청소년 교육」을 교구적인 운동으로 전개해 나갈 굳은 결의를 나타냈다.
『의례적으로 읽고 치워버리는 메시지는 나부터 좋아하지 않아 내지 않았는데 신자들이 아쉬워하고 또 이제는 교구장으로서 신념을 알릴 때가 된 것 같아 사목교서 형식으로 내보냈지』
「청소년 교육」에 대한 김 주교의 신념은 오랜 사목 경험에 바탕을 두면서 현실적으로는 납득이 빠른 명쾌한 이론을 수반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교회는 청소년들에게 하다못해 상장 하나라도 주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해 왔는데 주는 것으로 치면 학교 사회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
따라서 교회는 그들이 다른 집단에서 항상 받는 것을 주려고 하기보다 그들이 받지 못하는 것, 즉 정신적 공허를 채워줌으로써 역으로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이며 이는 교육과 실천을 조화시킴으로서 가능하다면서 처지에 맞는 조그만 이웃 돕기나 사회 봉사활동 같은 것이 구체적으로 계획되고 유도되어야 한다고 토를 달았다.
김 주교는 8일 교구 인사에 교리연구위 학생회 JOC 교사연 어린이 전교회 담당 신부를 임명, 즉각적인 실천에 나섰고 본당에 시청각 교재와 환등기를 수입을 해서라도 완비할 계획을 밝혔다.
한국 교회의 일반적인 약점으로 지적되는 시골 젊은 사제의 의욕 상실은 넓은 농어촌을 안고 있는 김 주교에게는 가장 안타까운 일이다.『일할 여건을 만들어주고 일거리를 주어야 하는데 교구의 바탕이 빈약해 마음껏 밀어주지 못하니 뜻을 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큰 공소는 주일마다 미사를 집전하는 신부, 본당에 잠업 교육소를 차린 신부가 있다고 소개하는 김 주교는「없으니까」큰 계획도 큰 일도 아직은 못하고 있지만 전임 윤 대주교 때부터 키워온 자립심은 교구 보조를 받는 본당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아마 전주교구 다음은 갈 거라고 웃는다.
비교적 구교우가 많은 교구에서 나타나는 타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신자 사제 간의 협조가 잘 되고 교구는 터만 사 주었는데 2년간 6개 본당이 신설됐고 성지「미리내」를 본당으로 승격, 7개 본당이 늘어났다.
인재와 돈의 어려움인지 다른 교구보다 교회 기관이 적은 것이 교구의 한 특징 같다는 김 주교 자신은 교회의 사회활동을 통한 간접선교에 퍽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보수적인지는 몰라도 간접선교의 시기를 놓쳤다고 봐. 교회는 항상 뒤떨어져 끌려가고 있어. 특히 전세대에서 후세대로 이어지는 다리가 끊어진 것이 문제야.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신자들에게 정신적 양식을 제공하는 일이야. 크리스찬이라고 특별히 정치를 잘 했다거나 사회를 더 발전시킨 예는 찾기 힘들어. 복음에 충실한 신자를 양성해 사회에 내놓음으로써 그들을 통해 교회는 결실을 거두는 것이고 따라서 민주주의도 옹호해 갈 수 있다고 봐』
김 대주교는『30년 해온 사제 생활의 질서를 깨트리고 싶지 않아』취임 후 줄곧 빈센트병원 구내에서 기거하며 자신의 시간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
아침 6시부터 수녀들과 미사를 드리면 식사 후 대개 10시까지 전례문헌 번역 나ㆍ한사전 원고 정리 시성시복 관계 일을 보고 주교관에 나가 교구 일을 처리한다.
교구 행정은 신부들에게 위임하고 자신은 행정보다 사목직에 충실하기를 원한다는 김 주교는『주교는 1주에 1~2시간만 하고 사제로 지내는 것이 내 소망』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현실 참여에 대한 교구 사제들과의 견해 차이도 많이 해소돼었다고 스스로 화제를 돌린 김 주교는 이 문제로 인한 교회의 작금의 상태에 큰 우려를 표시하고『지금의 상태가 긴 안목에서 전체에 이로울 것인지 해로울 것인지를 깊이 생각할 때』라고 함축된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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