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다. 외롭다. 허전하다.
말도 통하지 않고 풍속도 깜깜절벽인 멀고 먼 낯선 나라 낯선땅에 수중에 돈 한푼 없이 혼자 따로 떨어진 고달픈 신세 고독과 굶주림과 추위로 신산한 객고가 뼛속까지 스며든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어떻게 무엇에다 마음을 붙이고 꺼져가는 희망의 등불의 간들거리는 불을 다시 살려볼 것인가?
돌에도 나무에도 비길데 없는 외롭고 고달픈이 방인,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마치 손톱으로 벽을 긁는것 같다. 숨이 막힌다. 답답하다. 이런 상태에서 목숨을 부지한다는 일 그 자체가 기적이 아니면 무엇인가? 허허벌판, 사납게 차가운 눈보라가 몰아치는 황량한 들판 소리쳐도 듣는이 없고 갈라진 음성이 허공에 흩어질 뿐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무엇에 마음을 붙이고 꺼져가는 희망의 등불을 다시 살릴 것인가? 이제는 더 견디기 어렵다. 금새 쓰러질 것 같다.
사람들이 자세히 보면 모두가 입이 뾰족하고 눈알이 새빨갛다. 남을 쳐다보는 눈에 독한 의심의 불이 활활 타오른다. 뾰족한 입으로 남의 흉을 보고 욕설을 퍼붓고 저주한다. 그리고는 기회만 있으면 그 뾰족한 입으로 단물을 빨아삼킨다.
똑똑하다. 영리하다. 재빠르다. 눈으로 들어가서 귀로 빠지고 입으로 들어가서 코로 빠져나온다.
이해타산을 하는 속도는 콤퓨터가 뒷전으로 물러난다.
순수한 사랑이나 소박한 인정은 먼 나라의 전설이 되어버리었다. 이제 순수한 사랑이나 소박한 인정을 지닌 사람은 철없는 어린아이나 그렇지않으면 바보밖에 없는가 보다.
그런것을 찾다가는 굶어죽기 알맞는 시대가 온것이다. 참으로 무서운 계절이 온 인류를 휩싸버린 것인가? 그 결과 사람들은 모두 이해타산과 영리한 현실주의로 마음을 무장하였다.
참 인간은 이미 짙은 안개속에 숨어버렸다.
목이 마르다. 배가 고프다.
구수한 인정 이해를 초월한 따뜻한 사랑은 어디에 갔는가. 아무리 눈을 씻고 보아도 모두가 눈알이 새빨간 영리한 사람뿐이다. 바보는 없는가? 돈과 명예와 권세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거지가 된 중세기의 위대한 바보 성프란치스꼬의 어리석음은 없는가?
없다. 그런것을 찾는일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다. 어쩌다가 세상이 이 꼴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마르고 말라서 균열이 지도록 목이 마르다. 바보같은 순박한 사랑과 인정은 없는가? 돈보다 목숨이 더 귀중함을 아는 소박한 슬기의 소유자. 그런 사람은 대체 어느구석에 숨어서 한숨과 눈물을 짓고 있는가?
세상은 물론이고 우리 교회안에도 영리한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그리하여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사건이 너무도 없다.
그렇다.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사건이 너무도 없다. 바보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워라. 바보가 미치도록 그리워라. 오는 새해는 부디 바보의 순박한 해가 되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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