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합정동 96~1번지 강변언덕위에 우뚝 서 오가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절두산 순교기념관」(관장ㆍ박희봉 신부). 서적류 1천 1백 58책 지본 93점, 교회사적 유물 7백 10점, 사진류 1백 77점 회화 1백 55점, 야외전시물 45점 등 총 2천 5백 98점을 소장하고 있는 절두산 순교기념관은 명실 공히 한국 최대교회사 박물관이다.
소장품의 내용이나 규모로서 뿐만 아니라 바로 그 장소가 수많은 순교자들의 순교의 피로적셔진 거룩한 땅이란 점에서 절두산의 교회사적 가치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절두산 순교기념관은 1965년 병인 순교 1백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돼 67년 완공을 본 한국교회 최초의 순교박물관으로 손꼽히고 있으나 2ㆍ3층을 포함 모두 1백여 평 정도인 전시공간은 크게 부족한 형편. 따라서 지금까지 수집한 2천 6백여 점의 소장품들은 부족한 전시공간으로 효율적인 전시를 하지 못 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절두산이 보유하고 있는 순교자 유물ㆍ유품들은 현재 2층 전시관에 전시되어있는데 신유박해 때 순교한 동정부부유요한 이루갈따의 십자가상을 비롯 이름 모를 순교자들의 묵주 십자가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순교자 유품 중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을 기해 파리 외방전교회가 기증한 성 베르뇌 장주교의「성체합」성 오매뜨르 신부의「제병굽는기계」와「회중시계」성 브르뜨니애르 신부의「십자고상」등은 지금까지 발굴 보존이 크게 저조한 103위 한국순교 성인들의 유품이란 점에서 가치가 돋보이고 있다.
또한 「병인년 치명사적」(한글필사본) 「목격증언록」(〃) 「박순집 증언록」(〃) 「기해년 증언록」(〃) 등 순교자와 직접 관계된 사료들과 순교자들이 직접 베껴 지니고 공부하던 각종 한글교리서 신심서, 그리고「징의」등 박해자들이 신자들을 문초하던 재판기록 다수도 절두산 순교기념관은 소장하고 있다.
순교자들의 손때와 숨결이 서려있는 각종 유품ㆍ유물들이 당시 순교자들의 신앙을 느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면 순교자들의 관련 서적ㆍ증언록 등은 지금까지 알려진 역사적 사실을 보완할 수 있는 한편 전혀 새로운 사실까지도 규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천주교회사를 보다 밀도 있게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 말할 수 있다.
이 가운데서도 1801년 조선천주교회의 박해 현황과 그에 대한 대책 등을 북경주교에게 보고, 건의하려다가 사전에 압수당한 「황사영 백서」는 눈길을 끌고 있는데 신유박해를 이해하고 또 당시 조선의 정치 상황의 문제점을 드러내주는 자료로 원본은 교황청 민속박물관에, 실물 크기의 동판은 절두산기념관이 소장하고 있다.
초기 교회창설자중 한사람인 정약종이 쓴 교리서 「주교요지」는 한글로 된 최초의 교리서로, 천주교를 탄압, 정학(正學)인 성리학을 펴기 위한「징의」(懲義)는 국내외를 통틀어 유일본이면서 신유박해를 상세히 이해하는데 필요한 희귀본으로 각각 주목을 받고 있다.
이밖에 배교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실학의대가 다산 정약용의 초상화는 다산의 제자였던 초의 장의순 스님이 직접 그린 불교풍의 색채화로 귀한 소장품으로 꼽히고 있고 다산이 직접 그린 산수화 역시 몇 개 안되는 진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기념관은 3층 전시실에 박해직후 42년간 조선교회 사목을 담당한 뮤뗄 주교의 소장품 일체와 최초한국인 주교 노기남 대주교의 소장품 일체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비록, 103위 순교성인 가운데 16명에 이르는 성인들의 영정을 확보, 사료ㆍ자료 전반에 걸쳐 최대기념관의 면모를 입증해주고 있다.
절두산 순교기념관의 또 하나의 진가는 성지곳곳에 자리 잡은 각종기념비와 기념상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광장 한복판에 우뚝 선 성김대건 신부의 동상을 필두로 오다 쥴리아묘ㆍ순교자들이 끌려갈 때 쉬어가던 오성(오성)바위ㆍ순교자 남상교의 청덕비ㆍ성남종삼 순교비ㆍ형구로 사용한 돌ㆍ순교자들의 증인 박순집의 묘 등은 순교자 기념관으로서 절두산의 위치를 그대로 대변해주고 있다.
이밖에 절두산 순교기념관 지하 성해실에는 베르뇌 장 주교를 비롯, 27분의 순교성인들의 유해가 안치돼 있어 국내최대 종합박물관의 위용을 다시 한 번 확인케 해 주고 있다
한편 기념관장 박희봉 신부는『우리 교회는 현재 교회사사료에 대한 인식이 크게 부족한 편』이라고 지적하고『각종 사료 가운데 순교자유품 유물은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유품ㆍ유물을 통해 새 삶을 다짐하고 실천하는데 큰 뜻이 있다』면서 『교회는 물론 모든 신자들은 교회사 자료 및 사료에 대해 새롭게 눈을 떠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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