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적인 과오로 형장에서 사라져간 두 사형수가 참회의 뜻으로 남긴 안구(眼球)가 실명으로 신음하던 세 사람에게 광명을 안겨주었다.
구랍 26일 대구교도소에서 형이 집행된 사형수 박 아우구스띠노(29)씨와 하 미카엘(25)씨는『죄많은 몸의 눈이지만 불우한 사람을 위해 남기고 가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두 사람의 숭고한 뜻에 따라 교도소 측은 형 집행 후 즉시 안구를 적출(摘出), 대구 동산기독병원에 보냈다.
안구를 전달받은 동산병원 안과과장 오준섭 박사는 병원에 등록된 개안수술이 가능한 20여 명의 실명자 명단을 뽑아 지급전보를 쳤다.
영주군 영주읍 영주8리 337 최규일씨(36)의 장남 창덕군(9ㆍ영주국민학교 1년)과 대구시 비산동 1구 767 곽정호씨의 부인 이유영씨(39)가 전보연락을 받고 병원을 찾았다.
최군은 제작년 국민학교에 입학할 당시 선천성 각막변성으로 실명했다가 지난해 2월 28일 역시 사형수였던 서 스테파노씨(당시 26세)가 남기고간 눈으로 왼쪽 눈을 수술받아 광명을 찾았는데 이번에 다시 오른쪽 눈까지 고치게됐다.
또 이유영 부인도 3년전부터 각막변성으로 앓아오다가 최근에는 거의 실명상태로 가사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광명을 찾게 됐다.
또한 대구 파티마병원에서도 동산병원으로부터 안구를 전해받고 선천성 각막원추 질환으로 5년 전부터 실명, 신음해오던 칠곡군 동명면 봉암동 468 최수건씨(21)에게 광명을 안겨주었다.
실명으로 학업마저 중단하고 실의에 빠져있던 최씨는 구랍 26일 최성구 안과 과장 집도로 받은 이식수술이 성공을 거둬 잃었던 빛을 다시찾았다. 앞으로 1개월 후에는 퇴원이 가능한 최씨는 사형수들이 못다하고 간 사회에의 봉사를 자신의 힘으로 다하고야 말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있다.
살인강도 죄로 사형이 확인된 박 아우구스띠노씨는 73년 이상호 신부로부터 영세를 받고 가톨릭에 귀의, 자신의 손에 희생된 두 여인의 명복을 빌어왔다.
박씨는 이날 형이 집행되기전 유언을 통해 천국에서도 이들을 위해 계속 기도하겠다며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형이 집행되기 전에 자신의 눈을 받는 사람을 한번 만나보려 했으나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간 박씨는 평소 교도소내에서 안구보호를 위해 안약을 넣으며 눈을 깨끗이 보존하기에 온갖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그를 지도해오던 배 바르나바 수녀(포교 성 베네딕또회)가 전했다.
한편 살인죄로 사형이 확정된후 73년 성탄때 입교한 하 미카엘씨도 그동안 자신의 잘못을 빌며 조용히 죽음을 대비해왔다.
그런데 박씨와 하씨는 이날 이들과 함께 형이 집행될때 형장에서 대세를 받고 간 방 스테파노씨와 함께 김동한 신부와 대구교도소 후원회원 및 대봉동 레지오 마리에 단원들의 손으로 28일 천주교 범물동 묘지에 영주의 터전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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