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 준비가 필요하듯이 순례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내가 순례하려고 하는 곳이 어떤 곳 인지 먼저 알아야한다. 우리가 성인이나 순교자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분들의 생애가 그리스도의 삶을 닮았기 때문이다. 그분들의 삶과 밀착됨으로서 결국 그리스도와 하느님과의 일치를 더 깊이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남들이 가니까 호기심으로 순례지를 가본다든가 심심풀이나 관광으로 순례를 떠날 수 없다. 고백성사를 통해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준비를 하지 않은 사람은 막상 순례지에 도착해서 미사에 참여하면서도 주님을 모시지 못 하게된다 순례의 감격을 안고 주님과 더 뜨겁게 일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어떤 사람은 이때 『에이, 영성체도 못할 바에야 미사는 해서 뭐하나』하면서 이리 기웃 저리 기웃 구경에 정신을 파는가하면 다른 사람의 기도에 방해가 될 정도로 카메라 셧터를 눌러댄다. 순례의 역사에서도 보았듯이 순례의 길은 기도와 고행의 길이다. 고행이란 구체적으로 자기 자신을 끊음이다. 자신을 끊음이 없이 순교자나 성인의 삶을 닮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고행이라고 말한다 해서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개인 순례이든 단체순례이든 구체적으로 순례길에 닥치는 불편들을 달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은 고행이요 보속이다. 특히 단체 순례일 때 시간을 엄수한다든지, 전체의 공동선을 위해 항상 개인적인 불편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자세가 곧 고행의 길과 통한다. 본당신부의 엄명으로 순례지로 향할 때나 순례지에서는 얌전하게 참고 있다가 돌아오는 길에는 술판, 유행가판, 저속한 농담판이 벌어진다면 어찌 올바른 순례를 했다고 하겠는가? 이런 태도는 신앙이 생활화되지 못한데서나 오는 것이다.
올바른 순례를 했다면 돌아가는 길은 더욱더 차분한 순례의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을까? 순교자의 거룩한 삶, 용기 있는 삶에 감명을 받았다면 돌아오는 길에 그 삶을 조용히 되새기며 묵상하고 나의 신앙자세를 가다듬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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