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리어카를 끌고가고 있었다. 리어카에 뭔가 실려있었지만 가까이 가기전엔 알아볼 수가 없었다.
나의 부르는 소리에 그들은 돌아봤다
『야! 토마스 아냐!』
보니파시오의 굵직한 목소리가 나를 알아보았다.
그는 T시 교육대학을 작년에 졸업했고 초봄에 발령받은 교직자였다.
나는 동료들과 합류되는 기쁨에서 외쳤다.
『나, 토마스야! 같이 가자구!』
그들은 잠깐 멈췄다. 나는 그들과 함께 가게 되었었다.
나의 눈은 리어카에 실린 것에 먼저 갔다. 그것이 바로 마술가마였기 때문이리라.
나는 쫌 이상스러워졌다.
『이걸 지금 싣고 가도 늦지 않아?』
가브리엘이 대답한다.
『이런걸 밝을때 싣고 다닐수가 있겠나. 몇몇이 쿡쿡웃는다. 그들은 마술가마를 우습게 보는것이었다.
나는 더 가까이 마술가마를 쳐다봤다
확실했다. 마술가마에 장식된 산호조각이 방울로 바뀌어져 있었다.
나의 눈은 사뭇 커져 버렸다. 의아심조차 생겼다. 그토록 애써서 새겼던 산호조각들.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참으로 스토리란게 백팔십도로 뒤바꿔 있었다. 그처럼 열망했던 기대들이 일시에 와그르르 무너졌다.
나는 뭐라고 한마디하고 싶었다. 누군가를 꾸짖고 싶었다. 이런 심정인데『이거 네가 만들었지? 좀 끌어라』하고 가브리엘이 리어카를 내맡겼다
기가 찼다. 무심코 리어카를 끌 수 밖에. 나는 덜컹대는 리어카를 끌었다. 아무말도 않고 걸어갔다.
『자식, 또 시상이 떠올랐나』
가브리엘이 옆구리를 쿡 찔렀다. 나는 숨이 훅 막혔다. 목구멍에서 뭔가 왈칵 치밀어 올랐다. 그걸 가브리엘의 면상에 탁 뱉었다. 그가 움찔 섰다.
『너 임마? 갑자기 돌았나!』
『……』
『관둬라 리어카를 끌리니까 성이 난거다』
보니파시오가 이렇게 주석을 붙이고 리어카를 받아 끌었다.
가브리엘은 무슨 생각에선지
『사람 잘못봤군』하고 뇌까렸다.
남의 속도 모르는 놈들.
나는 발길을 돌려버릴까도 싶어졌다.
후일 알게 된 바로서 마술가마의 산호조각은 가마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떼어냈으며 방울장식은 가극의 성격을 맞추려고 한 것이었다.
극장안엔 사람으로 가득찼다. 모두가 C읍의 유지들이었다. 밍크 목도리를 두른 귀부인들 오우버를 걸친 신사들 멋쟁이 아가씨들 개중에는 초대권 없이 들어온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극장에 들어오자마자 혼잡속에서 혼자가 됐으며 다행스럽게도 한자리 차지할 수가 있었다.
나의 눈엔 양탄자로 된 붉은 휘장이 띄었다. 그것은 무대 한켠에 묶여 있었고 거기엔 읍내의 전통있는 상명과 전화번호가 씌어져 있었다. 휘장엔 한마리씩 봉황새가 또한 커다랗게 그려져 있었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막이 오르기를 고대하고 있었지만 나는 마술가마의 산호조각에만 신경이 쓰였다. 하긴 요한나 수녀님이 그려준 도안을 어긋나게 해서 마술가마를 만들긴 했지만 그건 마술가마를 더욱 마술가마답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었던가. 재차 설명이 필요없다. 요한나 수녀님이 고쳤으리라 싶은 방울장식 따위는 마술가마의 품위를 낮춰내린것 같았다. 이를테면 스타일을 확 구겨버린것 같다.
휘장이 출렁거렸다. 그 사이로 사회자가 나왔다. 청년회장 안토니오씨였다. 그자는 제법 헌출한 키에 사회자다운 품위를 보였다. 관객들은 조용해졌다. 사회가 마이크앞에 나서서 관객들을 향해 절을 했다.
그는 손에 프로그램을 들고 있었는데 마치 지휘봉처럼 쥐고 읽었다.
막이 오르고 내림은 사회의 권한인지도 몰랐다. 관객들은 사회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귀빈들께 감사의 인사와 끝까지 잘보아 달라는 부탁으로 사회의 말은 일단락 지어졌다.
사회가 휘장뒤로 들어가고 곧 우렁찬 징소리가 울렸다. 막이 오른다는 신호였다. 막은 도르래에 의해서 조종되는 것이었다.
나의 귀에는 도르래 돌아가는 소리가 가늘게 들렸다.
막이 올랐다. 나는 순간 입을 쩍벌렸다. 모두가 다 그랬다. 무대장치가 너무도 호화로왔기 때문이다. 이 무대장치는 본당의 기금으로 후원된 것으로 T시에서 꾸며온 것이었다. 나는 마술가마 따위를 크게 내세웠던 자신이 스스로 부끄러웠다.
산정을 꾸민 무대 거기 그려진 화려한 그림 천정에서 매달아 늘어뜨린 무지개 빛깔의 술틀 번쩍이는 반사경 영사실에서 투영되는 조명의 선명함 츄리를 장식한 화분의 소나무 돌아가는 수십개의 바람개비 둥둥 떠오른 오색풍선 그윽하게 흘러드는 음률의 고무적인 무드 이 광경에 나는 완전히 도취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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