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목 현장을 돌아볼 때마다 군은 교회에 있어 항상「도전의 지대」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한다. 군은 흐르는 물과 같다고나 할까. 끊임없이 들어오고 나가는 젊은이들을 보노라면 그곳은「황금어장」이 틀림없지만 물의 흐름과 고기의 생태를 관찰하고 터득하는 끈기를 요구하면서 날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는 어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교회는 이 어장을 바라보며「일손이 모자란다」「장비가 부족하다」고 걱정하면서 1951년 이래 연 1백79명의 군종신부를 파견해왔고 지금도 51명이 준령을 오르듯 땀을 쏟고 있다.
군에는 젊은이들이 있고 그곳에 뿌린 씨앗(복음)은 그들과 함께 커가는 엄연한 사실 때문이다.
10년 전 교회는「외롭고 힘든다」고 외쳐대는 군종신부들의 보챔을 보다 못해「군인주일」을 제정하고 이날만이라도 함께 군사목을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 후 10년、이날이면 웬만한 본당들은 1년 내내 아쉬운 소리만 하던 군종신부들에게 강론대를 내주어 마음껏 군사목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협조를 청하게 해준다.
매년 조금씩 늘어나는 헌금으로 표현되는 신자들의 협조는 이들에게는 큰 격려가 되어 오늘도 군종신부들은 젊음을 바쳐 뛰고 있다.
뛴다는 말은 군종신부의 생활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말인 듯하다. 부대에서 부대로 신자를 찾아 힘이 될 만한 장교를 찾아「새카만 중위」는 본당에 있을 때와는 판이하게 사람이 달라져 잘도 뛰어다닌다. 차가 없으면 오토바이를 몰고 뛰다 지쳐서 애늙은이처럼 되어 주저앉는 신부도 있다. 9년 전 기자가 돌아본 그 지역에서 젊은 신부는 그때 젊었던 그 신부처럼 뛰고 있었다.
육군 제6917부대 2601부대 3972부대 신부들도 선배가 살던 집에서 나와 선배가 애환을 남겼던 부대를 찾아나간다.
주일미사 부대 인격 지도 예비자 교육에 사람과 악하고 사귀기 위한 갖가지 스케줄 속에 밤이 깊은 줄 모른다.
세월이 흐르면서 나아진 것은 신부에 대한 인식과 사는 집들이 조금씩 개량된 것뿐 낮은 계급(계급이 오르기 전 대부분 단기 복무로 끝내기 때문이다) 숫적 열세, 기동력 부족, 삐라처럼 뿌려지는 개신교 서적에 비해 귀가 닳아 떨어진 기도서 몇 권이 전부인 안타까움 등 애로는 여전하다.
「도전의 지대」임을 실감케 한다.
그런데 문제는 도전의 벽 앞에서 교회가 자신을 스스로 왜소하게 만들고 있는 현실인 것 같다.
군종신부들은 곧잘「싸운다」는 말을 쓴다.
교회의 무관심과 싸우고 교구에서 전세방값 타내기 위해 싸우고, 군 영세자를 시큰둥하게 여기는 동창과 싸우고 겨울날 찾은 초라한 군종단 본부에 잠자리가 없어 소파에서 추워와 싸워야 하고-지친 몸으로 부대에 가서「사명」때문에 또 싸워야 한다.
7월에 임관되어 3972부대에 부임 1개월째 중인 이학노 신부(인천교구)가 말하는 어려움은 9년 전 기자가 그곳 신부에게 들었던 어려움과 순서만 다르다.『가톨릭 이미지가 만족할 만큼 부각되어 있지 않아요. 주일미사에 신자 장병 끌어내기가 어렵습니다. 기독교는 소대까지 간행물이 보급되고 불교 소대라는 것도 있는데 우리는 가톨릭시보 한 장이 귀해요. 사단장도 빈손으론 못 간다는 철책선에 신부가 어떻게 빈손으로 갑니까?』40만 원짜리 전세집을 내놓을 때가 다가오는데 갈 곳은 마땅치 않아 6917부대 박인선 신부(서울)의 모친은 걱정이 크다.『아들 신부 덕분에 평생 모르면 집 걱정하게 됐다』고 한숨을 쉰다.
군사목은 이미 특수사목의 범주를 넘어서 있다고 하는데 이제는 교회가 좀 더 자신을 갖고 군사목 체제를 점검, 미비한 점은 고치고 필요한 지원은 과감하게 해줄 때도 된 것 같다.
언제까지나 보채는 애 손에 과자 쥐어주는 방법으로 때울 것인가.
매년 전방을 돌아볼 때마다 되풀이되는「아쉬운 형편」을 듣노라면 우리는 군에서 이 이상 더 작아져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뭉클 솟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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