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따라서 먹을 수 있거나 먹어야 하는 음식이 다르듯이 영혼의 양식인 책도 인격의 성숙도에 따라 소화할 수 있거나 소화시켜야 하는 것이 각기 다를 수 있다. 그런데 꼭 한 권의 책을 남녀노소의 구별 없이 추천하라는 편집 기자의 요청에 접하고 보니 조금 곤혹을 느끼긴 하나 우리나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책으로 다음과 같은 책을 소개해본다.
누구나 특히 가톨릭 신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갈수록 점차로 사람들은 이 책을 멀리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책을 읽기를 간곡히 권유한다. 이 책은 토마스 아켐피스의「그리스도를 본받아서」(준주성범)이다. 저자의 정확한 이름은 토마스 함메르켄이고 그는 독일「두셀도르프」근처의「켐펜」이라는 곳에서 1380년에 태어났고 19세에 아우구스띠누스 수도회에 입회하고 1413년에 사제가 되었고、91세 되는 1471년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러네 그는 은수자로서 말년에 신비스럽게 자취를 감추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토록 훌륭한 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성인의 반열에는 들지 못했다.「준주성범」말고도 그의 저술로는「목록집」「설교집」「수도생활에 관한 것」이 후세에 전해지고 있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무섭기도하고 떨리기도 하다가 그만 화를 내고 말았다. 이렇게도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이 어려운 길이라면 누가 감히 토마스의 말대로 할 수 있다고 하겠느냐는 역정이 섞인 반문이 생겼고、차라리 죽어버리고 말지 그렇게 힘들게는 못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학구적인 호기심이 강하거나 야심만만한 젊은이들에게는 이 책처럼 큰 충격을 안겨주는 책이 따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래 참고 거듭 반복해서 이 책을 읽노라면 우리의 삶이 고통스럽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 땅 위에서도 그지없이 행복할 수 있다는 자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라이브니쯔는 이 책을 읽고 경탄하는데 그치지 않고『이 책의 내용대로 사는 자는 축복받은 자』라고 술회하였다.
나는 감히 말한다. 이 시점에서도 그리스도교 신자로 자처하고 싶은 사람은 모름지기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윤을수 신부님께서 번역한 준주성범의 내용은 내가 즐겨 읽는 리챠드 휘트포오드의 영어 번역판이나 레끄람의 독일어판보다 표현이 더 강해서 처음 읽는 사람에게 더 겁을 주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은 머리로 읽을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어야 할 것이 저자가 원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마음으로 읽고 쓴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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