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이던 지학순 주교가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자 석방조치로 수감된지 2백26일만인 17일 밤 8시57분 8백여 신자들의 열광적인 환성과 대낮같이 밝히는 카메라의 후렛쉬 세례를 받으며 출감했다.
이날 오후 6시20분 경부터 구치소 소장실에서 대기중이던 김 추기경과 함께 구치소 미결감쪽 철창문을 나선 지 주교는 연한 옥색 한복차림에다 백발과 텁수룩한 수염때문인지 형언할 수 없는 감동과 충격을 안겨주었다.
만세와 박수와 울부짖듯하는 환성이 진동하는 인파속을 헤쳐 승용차까지 안내된 지 주교는 곧바로 명동성당에 도착, 김 추기경과 윤공희 대주교의 부축을 받으며 제대 앞으로 나아가 잠시 성체조배를 했다.
김 추기경은 성당에 모여있던 5백여 성직자 수도자 신자들을 향해 지 주교 사건이 법적으로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목자로서 우리안에 돌아오게 된 것을 천주님께 감사드리며,또한 그동안 많은기도와 염려를 해준 신자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하고『지 주교님이 지금 너무 피로하시니까 잠시 인사말씀만 듣자』고 말한후 지 주교를 제대앞으로 다시 안내했다.
지 주교는『자세한 말씀은 지금 힘이 드니 차차하기로 하고 제가 그안에 있는 동안 성직자 수도자 신자들이 기도와 여러가지 방법으로 희생과 노력을 해주신다는 소식을 가끔들었을때 너무나 황송하고 감사한맘을 금할수 없었다』고 인사하고『천주님의 은혜로 불의와 악을 물리침으로써 천주님으로부터 받은 사명을 다하자』고 당부한 후 신자들을 향해 강복했다.
이어 주교관 김 추기경 방으로 안내된 지 주교는 뒤따라 몰려온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나는 종교인이기에 하느님의 뜻에 따라 태산같은 의연한 자세로 의를 위해 살고 의를 위해 죽겠으며 불의를 물리치기 위해 목숨바쳐 노력하면서 하느님의 뜻대로 하느님을 사랑하고 인류와 조국과 민족을 사랑하겠다』고 말했다. 지 주교는 또『국민들의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특히 5백만 크리스찬과 학생 성직자 수도자들의 노력과 희생에 거듭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활동에 대해 지 주교는『자세히는 모르지만 수감중에 단편적으로 소식을 듣고 훌륭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면서『젊은 사제들이 씩씩하게 사회정의 운동을 벌이는 것은 칭송할만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좋은결과를 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밤 지 주교는 김 추기경과 윤 대주교 김재덕 주교 나길모 주교 이문희 주교와 함께 저녁식사를 한 후 건강진단을 위해 명동 성모병원에 입원했다. 지 주교는 18일 저녁 명동기도회에 참석한 후 19일 원주교구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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