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는 15일 오후 5시 명동대성당에서 사순절 특별강연회와 미사를 가졌다. 1천8백여 명의 수녀 신자 미신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연사 두봉 주교(안동교구장)는 1시간10분에 걸친 강연을 통하여 예수께서 원하시며 우리가 건설해야 할 교회는 금권만능주의에 입각한 교회가 아니라 가난한 교회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두봉 주교의 강연 초>
예수께서 원하시며 우리가 건설해야할 교회는 가난한 교회이다. 우리의 교회는 가난한 교회이어야 한다. 요즘과 같은 불황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가난을 극복하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이때 가난한 것을 추구하다니 모순이랄수도 이상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와 우리 교회의 인생관 문제이다. 요즘은 양심에 의해 깨끗하게 사는 사람들을 바보라고 부른다. 이 세상엔 양심보다도 성공을 추구하며 사랑보다는 미움이 앞선다. 따라서 양심과 사랑을 돈으로 팔고사는 세상이 되었다. 생존경쟁에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않고 물질을 탐내고 금력만능주의가 되어간다. 돈없는 것이 무조건 좋은것은 아니지만 돈이 무조건 좋다고 보아야만 할까?
요즘 종교인들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무조건 불평불만을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가 돈과 결탁되어 각종 부정부패와 부조리를 만들어 낸다면 과연 우리는 방관자가 되어도 좋다고 볼 수 있다는 말인가? 자유진영 국가에서는 세상을 좌우하는 것이 정치가 아니라 경제라고 하지만 과연 이것이 우리의 가치관이 되어야 하고 인생관이 되어야 하나?
우리의 스승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일부 인사들」이 그를 왕으로 모시려 했으나 거절하고 일생을 없이 사셨다. 권력에 대한 아부는 커녕 권력의 허위를 고발하셨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억눌린 이, 가난한 이, 고통을 당하는 이였다. 예수님은 없는 이들과 하나가 되기 위하여 물질적 정치적 사회적으로 없는 이들 편에 서셨다.
이것을 권력을 가진 자들이 두려워하여 예수를 죽음으로 이끌었다.
또 사람들은 만인평등을 외치는 교회가 일부에만 편든다고 말한다. 그러나 교회는 없는자 편을 안들래야 안들수 없다. 그것은 우리가 누구를 무시 하거나 비판하는 것이 아니고 다만 교회의 인생관 가치관과 통하기 때문이다.
뚜렷한 죄목도 모르고 고문당하고 있는 자들을 어떻게 그냥 보고만 있겠는가. 우리는 예수의 신념에 따라 살겠다는 신념이 있다. 우리는 이 신념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살아갈수록 더욱 옳다고 절실히 느낀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신념에 따른 신앙생활을 하고저 한다. 교회의 이 신념을 오해해서는 안된다.
이것을 돈으로 간섭해서도 안된다. 사회질서를 어지럽힌다고 생각해서도 안된다. 오히려 현교회가 가난한 자들의 편에 있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해야 한다. 그보다 더한 사회봉사가 어디있겠는가.
우리가 건설해야 할 교회는 가난한 교회이다. 그러나 우리교회가 훌륭한 뜻에 도달하는 교회인가는 반성해야 한다. 우선 교회 재산문제에 관하여는 가난한 자를 위해 설립된 재산이므로 이 목적을 망각하지 말고 없는 자들의 편에 항상 서있어야 한다. 방법을 중요시한 나머지 목적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성직자나 교형자매 모두가 이것을 실천하기 위해 뚜렷한 인생관과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 가치관을 똑바로 갖지 못하는데서 사회악이 생기고 질서가 무너지고 도덕이 무너져 판단마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뚜렷한 인생관을 갖고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 우리가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좀 더 사람다운 사회, 빈부차 없는 사회 마음놓고 살 수 있는 사회를 이룩하는데 함께 노력해야 한다.
다음의 주님 말씀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것을 느낄 수 있다『한 종이 두 주인을 섬길 수 없습니다. 한 편으로는 미워하고 다른 편으로는 사랑하거나 또 한 편으로 극진히 위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업신여기기 마련입니다. 하느님과 제물을 함께 섬길 수는 없습니다』
『어려운 일을 하고 무거운 짐에 허덕이는 자는 모두 내게로 오시오. 내가 여러분을 편히 쉬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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