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도르래의 줄을 풀었다. 차르르 소리가 나면서 막이 내렸다.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잠시동안 더 계속되고 있었다.
체칠리아가 달려나갔다. 꼬마를 일으키고 벙거지를 벗겼다. 꼬마는 새파랗게 질린채 꺼이꺼이 울어댄다. 체칠리아는 꼬마를 번쩍 안아올리고
『진이야 너 때문에 엄마 아빠들께서 많으 웃으셨어. 진이는 참 잘했어요. 선생님이 커다란 상을 드리겠어요』
꼬마는 조금 진정한다.
나는 꼬마들의 벙거지를 죄다 벗겨주었다.
그러자 꼬마들은 몹시 갑갑했던지 후유하고 숨을 불어댔다.
다음 차례는 숲속의 요정으로 가극 2막5장이었다. 프로그램중의 가장 핵심이 되는 이 가극에는 원아들 전부가 등장되도록 되어있었다. 연습기간동안 거의 매일 자모님들이 나와서 원아들과 손발을 맞췄으며 요한나 수녀님의 대표작이라고 불러도 좋은만큼 심혈을 기우린 숲속의 요정을 사회는 해설하기 시작했다.
『장내에 계신 여러분들께 이 가극을 보내드리기 전에 몇 말씀 드리겠습니다 지금 보내드릴 이 가극, 숲속의 요정은 5개월동안의 긴 연습기간을 두고 연마한 것이며 전국 어느 유치원에서도 이같이 어려운 가극문은 상연해 본적이 없는 성심유치원의 유일한 자랑꺼리란 점을 명심해주십시오. 그리고 여기에 총동원된 경비는 유치원 자모님들의 모금운동 속에서 산출된 것이며 자그만치 육십만원의 거액입니다. 물론 여러분들께선 믿어지지 않겠지만 가극의 성격을 잘알고 계시는 분들은 시인해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이 가극은 성심유치원을 맡고계시는 요한나 수녀님의 작품입니다. 이 수녀님의 경력은 서라벌 예대 연극과 4년 수료와 영국 쉐익스피어 오페라좌에서 3년간 유학한 일약 가극의 수도사이시기도 합니다.
이 가극의 상연시간은 한시간 반이며 C읍에서 이 같은 가극이 탄생되었다는 기쁨 또한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것입니다. 많이 기대해 주십시오』
관객들이 갑자기 술렁대기 시작했다.
그들은 요한나 수녀님의 화려한 경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래서 재빨리 막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무대장치사들은 이에 동요되어 황급히 서둘렀다. 피아노의 위치를 조금 변경시켰다. 무대를 넓히기 위해서였다.
앞 순서, 눈사람에 세워졌던 세터를 뜯어내느라고 빠루를 제끼고있는 사람 뜯긴 세터를 출구밖으로 들어내는 사람. 요한나 수녀님은 터무니도없는 사실을 떠벌린 안토니오씨에게 곤란해진 입장을 여쭈었다.
『안토니오씨 어쩌자구 그런 터무니없는 말씀을 하셨어요?』
안토니오씨는 당연하지 않느냐는듯
『수녀님, 곤란해 하실 것 없습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잘해내고 있습니까. 수녀님은 제가 떠벌린 이상의 실력을 갖고있습니다. 까짓거, 이럴때는 한번쯤 떠벌릴만한 겁니다』
원아들은 모두 분장실에 들어가서 제각기 의상과 분장을 하고 있었다. 이 분장의 일은 교우중의 여대생 몇이서 맡았는데 그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각본을 든 체칠리아가 전등 불빛 아래로 갔다. 그녀 역시 안토니오씨의 폭탄선언에 가슴이 미어질것 같은 책임감을 느꼈다. 각본의 한두구절도 빼먹어서는 안될것 같고, 이 절정속에서는 암기되어 있는 것도 안심할 수가 없었다. 무대장치사들은-여기에 나도 포함되고 있지만-저마다 연장들을 하나씩 들었다. 출구밖에서 대기하고 있던「숲속의 요정」세터가 날라져왔다. 베니어로 오밀조밀 잘라맞춘 요정들의 집 그리고 숲속.
나는 요정들의 집을 짓게 된 것이다. 세터만 제 위치에 세우면 되는 나의 역할이 사뭇 중대해졌다. 잘못 세웠다간 등장인물들의 팔이나 다리에 걸쳐서 집 전체가 자빠져버리는 경우도 있다는것을 내게 강조하고 있는 요한나 수녀님. 나는 명색이 목수니까 염려마십쇼. 요한나 수녀님 무대 세터는 여섯개도 넘었다. 우람한 미류나무가 그 하나, 하늘에 맞닿은 산의 정상, 바위 계곡의 폭포수 넓다란 잔디밭 일렁대는 수풀, 그리고 요정들의 집인 것이다.
세터를 세우는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았다. 수직으로 세워야 할 것도 있고, 약간 뒤로 기울게 세워야 할 것도 있다.
그런가 하면 앞으로 숙여야 할 것, 수평으로 눕혀야 할 것, 아무튼 쿵닥쿵닥 못질하는 소리가 여기 저기서 났다. 요한나 수녀님은 세터가 세워질 위치를 지적해주면서 연신『잘해주세요 부탁하겠어요』다.
나는 궁금한걸 물었다.
『수녀님 마술가마는 몇막 몇장에서 등장합니까?』
수녀님은 얼른대답했다.
『처음부터 끝까지예요』
나는 내심 생각했다. 산호조각을 안떼야 되는데 하고.
무대안에서 이토록 분주히 서두르고 있는걸 무대밖에서 알리있으랴. 기대와 흥분으로 안달이 났는지 관객들중 아우성치는 자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올리슈! 어서 막 올리슈!』
나는 주체할 수 없이 여기에 응답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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