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사목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이제 면역이 되어가는 듯하다. 특히 그 중에서도 한국 교회의 모체라고도 볼 수 있는 공소가 무더기로 문을 닫고 있으나「강 건너 불구경」식이다. 이에 신자 반 이상이 공소에 산재해 있는 안동교구는 교구의 사활을 공소 재건에 두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치밀한 사전 현지 답사를 통해「상록전교」를 창안하여 공소문제 해결에 실마리를 제시한 바 있다.
상록전교는 우리에게「조건 없는 봉사」가 선행되지 않는 한 오늘의 불가능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농촌문제 해결을 위해 상록전교를 파헤쳐 본다.
많은 공소를 관할하고 있는 시골본당의 사목은 농번기 농한기를 따로 구분할 필요도 없이 일꾼의 턱없는 부족으로 공소 운영의 어려움은 물론 신자생활을 지속하기 위한 최소한의 의무마저 외면당하는 위기에 처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최근 안동교구와 한국순교복자수녀회(총장=조연이 수녀)가 공동으로 실시, 1차 결실을 바로 눈앞에 둔「상록전교」는 한국 교회가 안고 있는 이러한 농촌사목의 제문제들을 해결하는 귀중한 실마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농어촌 사목 관계자들과 관심있는 신자들의 힘찬 호응과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76년 3월 14일 조심스러운 첫 걸음을 디딘「상록전교」는 실시한 지 불과 1년 6개월 만에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어 계획자 봉사자 및 해당지역 공소 신자들과 주민들에게까지 놀라움과 기쁨을 안겨주었다.
농어촌 공소를 본당 관할 내에 두고 있는 본당 신부의 최대의 고민이자 과제는 수십 개에 달하는 공소를 균형있게 운영하는 것. 그러나 인적 재정적인 자원 부족의 현실은「어쩔 수 없다」는 체념과 함께 농어촌 사목은「그럴 수밖에 없다」는 관습적인 當爲를 낳아왔다. 이러한 체념과 고질적인 當爲는 농촌사목의 문제점을 발굴하고 개선ㆍ타개하는 데 오랫동안의 저해요소로 군림해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와 같은 현실하에서 농촌사목을 직접 담당하고 그 문제 해결에 고심하던 일선 본당신부의 치밀한 계획과「조건 없는 봉사」를 창립 이념으로 하는 한 수녀회의 과감한 인력 투입, 이에 못지않은 해당지역 신자들의 협조와 의욕이 한데 뭉쳐 이룩된 상록전교의 1차 결실은 너무도 당연한 귀결인지 모른다.
「상록전교」는 초안자이자 계획자인 유강하 신부(안동 목성동본당 주임)가 목성동 관할 각 공소를 수차례 현지 답사한 끝에「농촌사목 문제해결 계획서」를 작성하면서 실현의 기회를 마련했다. 이 계획서는 조건없는 봉사와 함께 설립 초창기부터 농촌사목을 구상, 그 실시 방법을 모색해온 복자수녀회의 고유사업과 아울러 수녀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채택돼 실현 단계에 이르렀다.
복자수녀회는「진리를 전파하기 위해 생명까지 바친 복자들의 모범을 본받아 교회의 손이 잘 미치지 못하는 농어촌 벽지를 찾아 그들과 함께 살며 복음을 선포한다」는 것을 상록전교의 일반 목적으로 삼고 우선 수녀 3명을 현지에 파견함으로써 본 궤도에 올라섰다. 물론 교구 본당과의 긴밀한 유대 적극적인 협조는 상록전교를 가능케 한 전제조건이자 필요조건이 되었다.
상록전교의 1차 대상 지역으로 선정된 구담ㆍ도양ㆍ갈전 등 세 공소는 안동시에서 서남쪽으로 28km의 거리에 위치한 전형적인 시골 공소. 한 시간 3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버스가 유일한 교통수단인 이들 지역은 누에와 땅콩이 특산물인 벼농사 지대로 경제 수준은 농가로서 높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봉건적이고 가부장적인 의식 구조 아래 아직도 반상의 구별과 남존여비사상이 지배하고 있는 곳으로 그만큼 전교에 따르는 어려움이 크다고 할 수 있다.「주는 생활」을 절대적인 원칙으로 한 상록전교의 봉사수녀들은 지역사회 주민들과 균형을 맞춘 생활로 간격 없는 친교를 나누는 한편 행동과 실천을 통한 봉사로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심어가는 공소사목의 새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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