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하느님의 말씀、즉 우리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메시지로서 이 세상에오셨고、우리에게 구원의 길과 삶의 길을 가르치신 스승입니다. 이분은 하느님의 진리、하느님의 왕국에 대한 지식을 이론적으로 펴신 것이 아니라「팔레스띠나」에서 구체적인 한 인간의 모습으로 우리와 똑같은 사회생활을 하심으로써 모든 것을 가르치셨습니다.
예수님은 만민을 위해 이 세상에 파견되신 구세주이기 때문에、가족 단위의 개인적인 생활에서는 외면적으로 지극히 초연한 태도를 취하신 분이셨습니다. 혈육의 정을 중시함으로써 하느님과의 관계를 소홀히 할 수 없으셨던 모습은 바로 회당에서 여러 율법학자들로 토론을 벌이고 있을 때의 일을 생각해 보아도 역력히 드러납니다.
공생활을 시작하신 후에는 하느님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하여 동분서주 편력의 길에 올랐습니다. 예수님은 친척들이 원하는 대로 살 수가 없으셨으며 고향 사람들과 지내실 수도 없으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어디서나 존경 받는 예언자도 자기 고향이나 친척 사이에서나 자기 집에서만은 존경을 받지 못합니다』(마르꼬 6ㆍ2~4)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이는 가족이나 친척에 얽매여 살 수 없다는 예언자적 삶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그 당시 지도 계급에 속한 이들이 율법에 대한 해석을 너무 부당하게 함으로써 교만과 위신적인 행동을 자행하는 것을 힐책하셨습니다. 또한 그들의 보복을 전혀 두려워하지도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은 지상적(地上的) 권한에 대해 자유스러웠습니다. 또한 그분은 보잘 것 없는 사람들과 항상 가까이 지내셨습니다. 자기들만이 주도권을 잡고 있던 그 당시 사회에서 뚜렷한 위치에 있지 않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셨습니다. 이들은 모두가 빈민은 아니었지만 유태인의 종교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정치 권력자를 위협하신 일도 없고、정치 권력자를 두려워한 일도 없습니다. 그분은 당신의 일을 위해서 정치적인 수단을 강구하지도 않으셨고、정치 세력과 타협해서 어떤 이권을 도모하지도 않으셨습니다. 이러한 자유스런 자세는 그 당시에 사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커다란 감명을 주었습니다.
우리는 이 같은 예수님의 사회생활을 통해서 우리가 사회에 참여할 방향을 추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가족과 친척관계에 있어서 예수님의 자세를 살펴보면 사회 참여의 목적이 가정이나 자기가 속하는 단체의 이권 도모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명백히 말해줍니다.
그 시대에 외면당했던 사람들、즉 세리 타락자의 자세는 우리들도 이 사회에서 소외되고 짓밟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살아야 함을 말해줍니다.
교회는「지옥과 벌」로서 사람들을 위협하고 불행을 선고하여 번뇌를 만드는 곳이 아니라 구원의 소식、기쁨의 소식、평화의 소식을 전하는 곳입니다.
이 사회가 외면하고 경멸하는 어떤 부류의 사람도 교회 안에서만은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존엄성이 높이 평가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사회 정의를 위한 노력도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의 권리를 수호하기 위한 운동도 높이 평가되어야 하겠지만 남에게 요구하기 전에 먼저 솔선수범하고 실천하는 교회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교회는 세속의 정치 권력 체제가 가질 수 있는 영광이나 권위를 흉내 내어서도 안 되겠고、교회 안에 정치적 술책과 음모도 있어서는 안되겠습니다.
교회는 부당한 권력에 동화되거나 타협해서도 안되겠습니다. 오히려 복음 선포에 수반되는 비판적인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며、현실에 대한 비판은 항상 복음적이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궁극 목표가 하느님의 나라 건설에 있다면 정치 현실에 대한 우리의 견해 차이가 신앙인의 일치에 어떤 피해도 줄 수 없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풍성하게 베풀어주시는 이 결실의 계절에、이 땅에 하느님의 왕국을 건설하기 위해 고귀한 피로써 이 강산을 물들인 복자들의 정신으로 우리는 모두 하느님 안에서 하나가 되어 내일의 밝은 사회를 향해 힘차게 전진할 것을 다짐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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