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가정주부가 되어 살려하지 않고 왜 창녀가 되었어요?』
여자의 눈꼬리가 갑자기 추켜지는가 싶더니
『썩가나 얼간아!』
하고 호통쳤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여자에게서 일종의 겁을 집어먹고 후딱 나와버렸다.
나는 술집을 나오자 김군의 하숙집으로 발길을 향했다.
나는 몹시 생각한 결과 마술가마의 불상사가 김군의 조작이라고 단정해버렸다. 그날 일을 미루어봐서라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잖은가. 자식이 각구목을 썬다고 내게 달려들었다는 점, 그리고 젬마와의 삼각관계.
자식은 앙심을 품었던게 틀림없다.
나는 점차적으로 분노가 끓어올랐다.
두 주먹이 꽉 쥐여졌다. 잇빨이 서로 마주쳐서 따닥따닥 소리를 냈다.
나는 김군의 하숙집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시장골목에있는 호떡굽는 집까지 단숨에 달려갈 수 있었다.
김군의 방에 불이 꺼져있다. 자식은 지금쯤 극장에서 일어났을 사태를 생각하고 고소하게 잠들어 있는 모양이다.
비겁한 새끼!
나는 호떡집의 마당을 가로질러 김군의 하숙방으로 접근해갔다. 그리고 굳게 닫힌 방문을 노크했다. 하숙집 주인의 안면방해 따위는 염두에 없었다.
김군의 코고는 소리가 심통사납게 들렸다. 자식은 몹시 피곤한 모양이다.
나는 문을 노크해봤자 소용없을 것 같았다.
『김군 자나!』
나의 소리가 높았든지 주인방에서 누구야 하고 내다보는 자가 있었다.
『저요? 김군과 한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하고 소개했다.
주인은 그제야 방에서 나와 김군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불이 켜졌다.
『김군 친구 찾아왔어? 어서나가봐』
비로소 김군의 으슬렁한 소리가 난다.
『아, 네 나가요』
주인은 쿨럭 기침을 하면서 자기방으로 돌아갔다.
나는 잔뜩 벼르고 서있었다.
『이 새끼 나와라 끌고 나가서 작살을 낼테다』
김군이 이윽고 나왔다. 그는 잠옷바람이다.
나는 그를 보자 냉큼 멱살을 움켜쥐었다. 김군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는 일초의 여유도 주지않고 자식을 마루에서 끌어내렸다.
『좀 나와라 넌 인간이 아냐』
나는 그가 신발을 챙겨신던 상관없이 집밖으로 끌고나갔다.
김군은 미쳐 정신 차릴틈도 없이 이끌렸다. 나는 자식을 밖으로 끌고나오자 쨉짜게 뺨부터 한대 올려부쳤다. 그리고는 씩씩 거리며 내뱉았다.
『너 이새끼 날 어떻게 보고 그랬어!』
김군은 그제야 사물이 제대로 보였다
『아니 박형 아뇨』
그는 목에 걸린 소리를 냈다.
『그래 임마! 박형 박형 하면서 왜 그따위 짓을 했어 오늘밤에 콱 때려잡을까부다!』
나의 주먹이 허공에 올랐다.
김군은 주먹을 피하려고 머리를 숙였다. 나의 주먹은 그의 머리통에 떨졌다.
『아이쿠!』
김군의 비명이 사뭇컸다.
밖에 나와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이틈에 김군을 족쳐버릴 심산이었다.
김군은 맞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박형 잠자는 사람을 끌고나와서 뭣 땜에 이러는 거요?』
하고 언성을 올렸다. 그는 마술가마일 같은건 깜빡 잊고 있었다.
나는 느닷없이 그의 뻔뻔스런 턱주가리를 후려 갈겼다.
주먹은 빗나갔다. 자식이 재빨리 피한 것이다.
나는 더욱 화가 솟구쳤다. 김군에게 마술가마 따위의 얘기를 늘어놓을 겨를이 없었다.
『너 같은 새끼때문에 몇 사람이 화를 입게 되었는지 알겠나! 으잉 새끼야!』
주먹이 또 날랐다.
김군의 손이 어느새 나의 팔목을 붙잡는다. 그런가 했더니 나의 몸 전체가 허공에 붕 떠오르고 엉덩이가 땅바닥에서 떡치는 소리를 내었다.
나는 의식이 몽롱해져 버렸다. 김군은 유도를 배웠던 것이다.
바톤은 김군에게로 넘어가고 말았다. 자식은 후딱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대단히 성난소리를 내뱉았다.
『이새끼 하느님이니 사랑이니 하면서 순진한척 하더니 아주 나쁜새끼 아냐! 너같은 새끼 한살위라도 이젠 이새끼 저새끼 하겠어』
어둠속에서 자식의 머리가 커다랗게 보이는가 싶더니 턱에서 불이 번쩍일었다. 자식은 나의 턱을 머리로 들이받은 것이다. 나의 입에서 욱 소리가 튀어나오고는 모든게 잠잠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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